히가시노 게이코 다운 스토리 전개가 맘에 든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최근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플래티나 데이터' 보다 훨씬 더 그 다운 책이 아닌가 싶다. 그의 스타일이 맘에 든다고 생각하는 독자들 중 한사람으로서 가장 그 다운 책을 고르라 한다면 '용의자 x의 헌신' 과 더불어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리라... 단 한번도 눈을 떼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이야기의 요소요소에 등장하는 결정적 복선과 그것을 잊을 틈도 없이 그 복선을 친절하게 풀어주는 주인공의 추리에서 어쩌면 나도 한 두개쯤은 그 이야기의 화자가 되어 의문점을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했기에.

어렷을 적 부터 추리 소설을 즐겨 읽었던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접하게 된건 몇 년 전이었다. 여전히 추리 소설 코너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던 나의 눈에 그가 들어오게 된것은 우연이었는지 모른다. 그 책을 덮고 나는 나의 빈곤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플롯에 감탄했고, 조금은 잔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에 황망했으며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는 욕구에 지배당하게 됐다.

희미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편으로는 내가 살았던 고향집에 꼭 한번쯤 다시 찾아가 보고픈 어렴픗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조금은 도발적인 작품의 제목보다는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의 오싹함과 동시에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오래전에 읽어서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라는 책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웃음에는 과연 비밀이 있는 것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웃음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장면이 이 책의 서막을 연다. '그래서 그는 문장을 읽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 '어젯밤 <다리우스 대왕>으로 불리던 유명 코미디언 다리우스 미로슬라프 워즈니악이 올림피아에서 공연을 끝내고 심장 발작을 일으켜 돌연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온 프랑스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죽음과 웃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아집과 편견인 걸까? 마치 어제 일어난 일 같은 나의 소중했던 이의 죽음에 웃음을 대입하는 것은 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경을 저지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이는 대체적으로 모든 이가 비슷한 느낌을 갖지 않을까 싶다.

다리우스 극장의 즉흥 개그 배틀을 보면서 요즘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케이블 채널의 코미디 프로가 떠올랐다. 요즘 웃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코미디언 혹은 개그맨 들은 점점 정통 개그가 아닌 예능 프로에서 밖에 설자리를 찾지 못한다. 웃을 일이 거의 없는 요즘 같은 불황에 웃음을 주는 본연의 직업에 몰두할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애처로운 감상을 갖게 된다.

'인간은 죽어도 유머는 남는다; 언제가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웃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곤궁에 빠진 아이들도 기아에 허덕이는 빈민들도 없고, 전쟁도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검은색도 회색도 흰색도 아닌 장밋빛이 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아이러니 하면서 곁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이었다. 필자의 다른 책에 비해 몰입도가 조금은 떨어지는 감도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내가 받는 월급의 내역서를 꼼꼼하게 들여다 본적이 없는 나에게 월급의 비밀이라는 말은 생경했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다는 말인가. 적당히 알아서 필요한 만큼 공제한 후 나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돈의 범위내에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만큼 저축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렇게 살면 안될거 같다.

한참 연말정산 기간이라 이것저것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출내역을 찾아보고 소득공제라는 단어 자체에 대하여 약간의 의구심이 들고 있을 무렵 요 책이 내눈에 들어왔다. 요즘 재테크 공부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지인이 본인이 읽고 나서 나름 볼만할 거라고 추천해주었던 책 리스트에 있던 책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저 안쓰고 모으기만 하던 시대에서 여러가지 금융 상품과 카드 등 듣도 보도 못한 서비스와 혜택과 최고 금리 등으로 휘장을 감은 도대체 그것들을 안들면 정말 큰일이라도 날듯한 광고 문구들까지.

연말정산을 어느정도 갈무리 하고 나의 공제내역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참 아둥버둥 산다고 살았는데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에 참 씁쓸하다는 생각과 함께 더 많이 알아야 좀 더 나아지는 게 있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 그 혜택을 다 알지도 못하고 요령있게 재치있게 이용하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내 월급 받는 내역에 대한 기막힌 비밀을 하나 둘 정도는 건진거 같아 이걸로도 만족되는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이해 가지 않았던 페이지를 다시 되돌려 꼬박 공부하면 뭔가 좀 달라지려나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