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소울메이트가 생일 선물로 사준 책.
책을 선물로 받는 것이 참 오래간만인 것 같다.
어느덧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하고 있었다. 반성해야지.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썼던 리뷰가 벌써 1년 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어색하고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차츰 나아지려니 믿는 수밖에...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 같았다.
난 패션의 피읍자도 모를 뿐더러 명품만 밝혀대는 된장녀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패션 얘기를 하자면 귀막고 눈감은 벙어리가 된다.
책에 등장하는 명품이름들을 하나도 모르는 거 보면 알만하다.
(이게 진짜 명품이름을 가져다 쓴건지, 아니면 소설속에서 만들어낸 이름인지조차 모르겠다.)
한번쯤 잡지기자가 되보면 어떨까. 꽤 흥미로운 직업일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정말 간접경험한 셈이다.

오랫동안 자기계발서만 읽어온 터라
오랫만에 접한 소설이 참 신선했다.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했지만
왠지 흥미 없었던 세계를 접해서 그런지 꾸준히 읽기 힘들었기에
별점은 세개.

* 지극히 개인적인 의사임을 밝힙니다.

	이런 도시에 계속 살다보면 사람들도 결국 ’프랜차이즈화’ 될 게 분명하다. 성형으로 비슷해진 얼굴, 각종 다이어트로 유사해진 체형, 비슷한 직장을 원하는 비슷한 유형의 천편일률적인 사람들... 하나같이 루이비통의 ’스피디백’을 든 여자들이 출몰하는 공항이나 명동거리를 걷고 있으면 가끔 섬뜩한 공포감까지 몰려왔다.

페이지 : 69

	처음 기자가 되었을 때, 친구들을 열광했다. 내가 영화와 레스토랑 담당 기자가 되었을 때는 더 그랬다. 영화배우 장동건이나 귀여운 조인성을 만날 수 있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저녁을 먹으면서 폼나는 해외출장도 수시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소리 질렀다. 하지만 진실을 간단치 않다. 가령 서점 직원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사표를 낸다. 비슷한 예로 요리사의 아내는 집에서 남편이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이다. 이유는 맛있고, 빨리 먹을 수 있고, 간단하기 때문이란다. 라면 한 개의 가격은 7백원이고 그가 굽는 샤또브리앙의 가격은 17만원이 넘는다. 그는 자신이 구운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 단지 구워줄 뿐이다. 대개 진실은 이런 황당한 것들이다.

페이지 : 106

	편집장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스테이크가 아니라 스테이크가 지글거리는 소리를 팔아라. 결국 스테이크보단 제대로 찍은 스테이크 사진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알맹이보단 때때로 포장지가 더 중요했고, ’외면’이야말로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신봉하는 곳이었다.

페이지 : 107

	선영이 눈웃음을 지었다. 입술과 볼이 발개서 정말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다. 하지만 아무리 환하게 웃고 있어도 눈밑에 무겁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저 아이도 지금 죽을힘을 다해 견디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샤력을 다해 뛰고 있는 거다.

페이지 : 156

	물론 마감을 여러 번 넘긴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마감은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치 실연 같다. 겪을 때마다 죽을 듯 괴로운 것이다.

페이지 : 204

	전화란 원래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 기다리면 오지 않는 것은 왜 이리 많을까. 애인, 키스, 편지, 생일선물, 합격통보, 1등 로또당첨. 기다리지 않아도 꼬박꼬박 날아오는 건 카드 청구서밖에 없는 것 같다.

페이지 : 209

	원래 영악한 인간은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큰소리로 울지도 않는다. 조용히 사람의 뒷목에 칼을 쑤셔 넣을 수 있는 사람은 크게 웃지도 않는다. 그런 인간들에게 커다란 울음이나 웃음은 오히려 자기감정을 속여야 할 때나 사용하는 과장된 제스처이며 가면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소문을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실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은 참 공평도 하시지. 나는 죄를 짓자마자 벌을 받은 것이다.

페이지 : 217

	그저 똑같은 바다에서 헤엄치며 놀았을 뿐인데, 어느새 파도가 나를 알지 못하는 곳까지 데려왔다. 내가 움직인 게 아니라, 파도가 나를 먼 곳까지 밀쳐낸 거였다. 유달리 겁이 많았던 나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한 발자국도.

페이지 : 272

	내 생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다.

페이지 :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