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같은 시간을 두 번 산 소녀의 이야기 『앨리스와 앨리스』. 이 책은 오늘날 십 대들이 겪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가슴 뛰는 환상적인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어낸 책이다. 소심한 반항아 앨리스가 콧물 범벅의 일곱 살 꼬마가 되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진짜 현실은 무엇인지 예측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재미도 상당하다.

 

리뷰

 

2011년 맨체스터 북 어워드 선정작 <앨리스와 앨리스>를 읽었습니다.

저한테 어울리는 책은 그리 아니지만 괜찮은 책이네요.

일단 재미있네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하는 스타일의 소설입니다.

결말도 깔끔한 편입니다.

추천을 한다면 20대초반이나 10대들에게 하고 싶습니다.

아동의 감성을 가진 분들도 읽으시면 참 좋아하실 내용입니다.

 

 

삶은 어쨰든 어쩔 수 없던 자존적이던 '선택'의 연속이고

강요받은 '사건'들의 연속이다.

같은 것도 다르게 다가올 수 있고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같은 사람에게 다른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한 소녀는

어쩌면 가장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작은 사건, 작은 선택, 작은 인정 속에서 가능할지도 모른다.

 

 

글을 적다가 느끼지만 전 이런 감성은 정말 없는 것 같네요.

새해 가볍고 순수한 그런 책으로 시작해봐서 시작했는데 확실히 끌리지는 않네요

좀 더 순수해지는 노력을 해야하는데 용감의 녀석들이 말하는 "안될 놈은 안돼" 모드네요.^^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 허세에 피천득 <인연>이 좋은 책이라고 이야기 했던 제 모습이 창피해지는 느낌이 책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책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부족한 안목으로 이 책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그저 몇 마디 글귀를 보고 평가했던 제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삶은 언제나 내게 사랑을 주고 이별을 줍니다.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에게 추억이라고 표현되는 찰나의 틈새,

저는 이걸 인연이라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멈칫 서서 추억과 생각속에서 흩어지던 글귀를

선생님의 글에 답하면서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랑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 피천득 <인연> 수필 중에서 -

 

화려함을 눈길을 끌고

매혹적 향은 코를 자극하고

매콤함은 침을 삼키게 하고

달콤한 속삭임은 귀를 간지른다.

 

청순함은 눈을 감아도 보이고

은은한 향은 눈을 감게하고

수수한 맛은 눈을 감고 맛을 느끼게 하고

물소리는 눈앞에 물길을 그려준다.

 

듣는 것과 들리는 것이 다르지만

듣는 것과 듣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고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은 다르지만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삶은 진실도 거짓도 없는 하나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은 무엇도 믿을 수 없다.

그저 나의 향기에 취해 사뿐사뿐 춤을 추듯 산보를 할 뿐이다.

그 길이 나의 글이 되기 위해 나를 이 글을 적는다.

 

예전 북경에는 이른 새벽이면 고궁 담 밖에 조롱을 들고 서 있는 노인들이 있었다.

궁 안에서 우는 새소리를 들려주느라고 서 있는 것이다.

울지 않던 새도 같은 종류의 새소리를 들으면 제 울음을 운다는 것이다.

거기 조롱 속에 종달새가 있었다면,

그 울음은 단지 배워서 하는 노래가 아니라 작은 가슴 뭉쳐 있던 분노와 갈망의 토로였을 것이다.

조롱 속의 새라도 종달새는 종달새다.

- 피천득 <인연> 종달새 중에서 -

 

우리는 울부짖을 것이다.

가슴속에 뭉쳐 있는 열망을 담아서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더라고..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도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피천득 <인연> 종달새 중에서 -

 

만남은 헤어짐을 내포한 하나의 사건인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미련은 인연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만나기를 바라는 것은 꿈처럼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실제의 만남은 그리 아름답지 못한다.

 

만약 꿈보다 아름다운 현실이 있다고 한들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망각은 잠시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산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이야기로 되어 버린다.

아무리 슬픈 현실도 아픈 고생도 애 끊는 이별도 남에게는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에게도 한낱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날의 일기도 훗날의 전기도 치열했던 전쟁도 유구한 역사도 다 이야기에 지나지 아니한다.

- 피천득 <인연> 이야기 중에서 -

 

나는 어떤 이야기였을까?

나는 어떤 이의 이야기에 어떤 캐릭터였을까?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될 것인가?

잊혀질 이야기와 기억될 이야기 중에 무엇이 더 소중할까?

 

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 보기도 한다.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로 바라기도 한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 피천득 <인연> 이야기 중에서 -

 

책을 덮고 따뜻함 기운 속에서 머리에 흩어진 낱말들에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한 마디는 하고 싶다.

"참 많이 사랑하고 가셨군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