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자기개발서들을 그냥 인문학으로 포장한 그런 수준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을 가지고
소유, 존재, 자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편한 말투도 사용하고 약간은 건방져 보일 수 있습니다.)
# Have를 원하고 Be를 원하지 않는 사회
현대 사람들은 무엇이 되고 싶다는 말하지 않고 무엇을 가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단순히 사물에 대해서도 아닌 인간 고유의 능력에 대해서도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너무 필수가 되어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영어로 예를 들어보겠다.
영어 처음에는 어떤 타자에게 비교할 수 있는 비교수단을 얻고 싶어한다.
사회가 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쉬운 비교 대상이기도 해서 영어성적을 받는다.
"I have 900 TOEIC score"
영작하면 위와 같은 것이다. 근데 이후 비교수단이 불명확한 수단에서도 우리는 소유를 원한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두 문장을 보여주겠다.
"I want to be a good English speaker."
"I want to have good English speaking skill."
만약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 중에 위의 문장의 마음인 아래의 문장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소유는 사물과 관계하며, 사물이란 구체적이며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체험과 관계하며, 체험이란 원칙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 <소유냐 존재냐> p 128 -
결국 현대 사람들은 대상을 일반화를 통해 구체적인 묘사된 사물이 되어지길 바란다.
모호성에 대한 두려움에 존재되길 바라지 않고 소유하기만을 원한다.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신앙안에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 <소유냐 존재냐> p 50 -
사람들이 절대성을 가진 신마저도 본인들이 소유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 사랑마저 소유의 대상?
앞서 대상마저도 소유한다고 하지만 사랑도 소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래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는 아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 <사랑의 기술> p 69 -
우리는 사랑을 마치 하나의 사람과 하나의 관계로만 생각한다.
일반적인 남녀간의 사랑으로부터 가족의 사랑이 이런 카테고리안에 들어간다.
그러는 순간 인류애나 궁극적인 인간 내부에서 오는 사랑은 표현하지 못한다.
관계라는 것은 육체와 시간이라는 제한성에서 인간의 한계속에 움직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관계마저도 하나의 인간으로 보면 양 선분의 한쪽 점에서 존재할 밖에 없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구절은 주체인 나(또는 그, 너, 우리, 그들)와 객체인 무엇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 <소유냐 존재냐> p 155 -
결국 인간은 이런 하나의 것을 소유라는 것을 통해 다른 대상은 사물(무활동적인 것)로만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 존재하는 것은 수동성만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 <사랑의 기술> p 40 -
결국 사랑앞에서 인간은 하나의 점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다고 믿고 어떤 운동성있는 선이 자신을 지나칠 것이라고 믿지만
사랑은 본인이 점에서 시작되는 선이라고 믿고 움직여야 한다.
# 소유하려 할 것인가? 존재하려 할 것인가?
나 = 내가 가진 것 = 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에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 <소유냐 존재냐> p 50 -
현대사회처럼 '소유=존재'라는 등식이 통용되는 사회는 없다.
소유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유가 존재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순간 인간은 '능동태'가 아닌 '수동태'가 돼버린다.
"소유적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하다는 것, 자기가 살아 잇다는 것,
기탄없이 응답할 용기만 지니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자신을 맡긴다.
- <소유냐 존재냐> p 59 -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인간은 어느 하나의 축이 있어야 한다.
소유적인 인간이 되면 자신이 가진 것을 중심으로 돌고
존재적인 인간이 되면 자신 그 자체가 중심이 되려고 한다.
가진 것이 중심이 되면 불안해 진다. 아래 질문을 그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
만약 나의 소유가 곧 나의 존재라면, 나의 소유를 잃을 경우 나는 어떤 존재인가?
- <소유냐 존재냐> p 159 -
# Free From VS Free To
'인간 존재와 자유는 처음부터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여기서 자유는 '무엇을 위한 자유'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인 의미,
'자기 행동이 본능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의미로 쓰였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 47 -
한 때 <그리스인 조르바>가 인기가 굉장한 적이 있었다.
그 바탕에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바라는 자유에 대한 열망에 대한 인문학적인 열망이 내포되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조르바가 자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자유는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향해 그저 인간은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활동 자체이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여기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서는 정반대로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강조한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 270 -
언어학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지만
이 글에서 해보면 자유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자유는 명사적인 의미를 가지면서(Free To and Free From)
동사적인 내용 (Free From and To) 가진 존재이다.
# 진정 자유를 원하는 것인가?
"인간이라는 불운한 동물은 자유라는 타고난 선물을 되도록
빨리 넘겨줄 수 있는 누구가를 찾고 싶은 욕구보다 더 긴급한 욕구를 갖고 있지 않다."
-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 <자유로부터의 도피> p 160 -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고 말한다.
근데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자유인지
회피인지 비현실적 꿈인지에 대해 묻어보면
자신 있게 자신이 자유 자체를 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진정한 자유가 오는 것을 본인은 진정 원하고 있는가?
고민하는 사람에게 샤르트르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자유는 형벌이다."
= 샤르트르 =
#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
한마디로 말해서 자본주의는 인간을 전통적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자유를 늘리고 능동적이고 비판적이며 책임있는 자아를 성장시키는 데도 이바지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자유의 성장 과정에 끼친 하나의 영향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본주의는 개인을 더 고독하고 고립된 존재로 만들었으며,
자신을 보잘것없고 소용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개인에게 심어주었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 118 -
자본주의 안에서 인간은 자유를 얻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얻은 것이라면 자아에 대한 자각과 성장의 기회를 얻었지만
반대로 자아에 대한 인식으로 오는 고독과 소외를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마르크스는 이 숙제를 아래와 같이 답햇다.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가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국가의 관리자는 그대의 삶과 인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을 돈과 부로 환산하여 그대에게 돌려준다.
= 마르크스 =
- <소유냐 존재냐> p 225-
결국 자유의 문제는 존재의 문제와 거의 동일하다.
자유라는 것은 존재적인 고민에 대한 행동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행동적인 실천에 대한 두려움을
자본적인 보상으로 대체하여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 유한성과 무한성 사이에서 소유와 존재
삶의 내용으로서의 경제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왜냐하면 무한한 성장은 유한한 세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물질화된 인간의 경제학> E.F 슈마허
- <소유냐 존재냐> p 237-
소유는 유한성을 의미할 수 밖에 없다. 존재는 무한성이다.
결론적으로 소유는 존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무한성을 꿈꾼다.
과거, 현재, 미래 즉 모든 시간개념은 우리의 육체적 실존으로 인한 불가피한 요소이다.
- <소유냐 존재냐> p 186-
기계로 인해서 시간은 인간의 지배자가 되었다.
- <소유냐 존재냐> p 187-
그래서 나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아래와 같이 내린다.
"인간은 무한한 꿈과 가능성을 가진 유한한 육체와 시간에 갇혀있는 모순된 존재다."
# 인문학 결국 인문적인 생존을 위한 고민
인간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든 안 하든 간에 생존에 대한 무제한적인 권리를 가진다.
- <소유냐 존재냐> p 272-
몇몇 거창한 말을 어수선하게 했는데 결국 이 글의 목적은 인문학적인 생각에 대한 고민이다.
소유, 존재, 자유, 사랑 이런 단어들은 인간이 가진 끝없는 질문이다.
이 끝없는 질문의 답으로 인류를 사색하고 고민하여서 나아가고 있다.
그 답이 옳고 그름을 우리가 판단할 수 없고 후손들이 해줄 것이다.
나도 나보다 앞선 자들의 후손이기에 아래의 시로 답을 해보겠다.
후손들에게
베르톨트 브레히트
우리는 신발보다 더 자주 나라는 바꾸어가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를 모르는 현실에 절망하면서
계급의 전쟁터를 누비며 걸어왔다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알게 되었네
비천함에 대한 증오 역시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증오 역시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인간성의 터전을 마련하려 하였거늘
우리 스스로가 인간적일 수 없었다네.
- <소유냐 존재냐> p 2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