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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열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밝힌 짤막하지만 자신만의 자전적 세월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불의의 사고에 이르기 전 그는 40여 년을 이공계에 몸담아 동분서주하며 남부러울 것 없는 자신만의 생을 엮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2008년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한쪽 팔을 잃는” 엄청난 아픔과 슬픔을 겪게 된다. 여기에 오기까지 그는 자신의 사업 외에도 취미나 운동 등으로 낚시나 골프를 즐기는 행복한 생활인이었고 주변 사람들과 호방하게 어울리는 멋진 남자의 세월이었다.
그가 겪은 아픔의 시간은 맑게 갠 하늘에서 느닷없이 내리치는 청천벽력이었고 그 일을 겪고 자그마치 13년의 시간을 넘기고 있다. 더 많은 세월을 산다한들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한들 어찌 잊힐 일인가 싶다. 그 자리에 문학이라는 특별한 힘이 채워져 있음은 물론이다.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고난을 오히려 시적 위안으로 삼아 고백하듯이 문학에 담아냈을 것이다.
문학은 저마다의 상처를 읽어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인간적인 작업임을 상기할 때 정찬열 시인이 문학의 처마를 찾아들어 자신의 거처로 삼은 것은 그만큼 깊고 애절한 울림이 전제되어 있다. 평탄하던 지난날엔 관심 갖지 못했던 문학이 현실이 감당할 수 없는 비탄으로 바뀌면서 마치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 찾아든 문학세상에서 이미 두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수필집을 세상에 선보였고, 다시금 제3시집에 진입하는 것이다. 정찬열 시인은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밖으로 헤엄쳐 나오지 못한 시어들이 흰개미 떼처럼 내 감정의 방파제에 모여들어 계속해서 나를 응원하는 것만 같았다.”고 하였다. -김종(시인, 화가)

시인의 말 · 7

1 세월 계절
가을 담쟁이 ㆍ 14
경자년의 봄 ㆍ 16
연록 빛 산천초목 ㆍ 18
베란다에 봄 ㆍ 19
동백꽃 붉게 타다 ㆍ 20
화려함의 뒤풀이 ㆍ 22
초봄 설중매 ㆍ 24
단편적인 봄의 상고 ㆍ 26
이름 모른 야생화 ㆍ 27
납월 홍매화 ㆍ 28
초봄에 이변 정취 ㆍ 29
오월의 향기 ㆍ 30
애타는 매미의 무대 ㆍ 32
봄의 기다림 ㆍ 34
금사정 동백나무 ㆍ 36
수련 화 단상 ㆍ 38
배달된 초봄 ㆍ 40
조급한 신축년의 봄 ㆍ 42
고사리 캐던 봄 ㆍ 44
오월의 장미 ㆍ 46

2 인생
자신에게 처한 운명 ㆍ 50
금릉의 유배지에서 ㆍ 52
좌절의 눈물 ㆍ 54
자아에 양심 ㆍ 56
추억의 고향 ㆍ 58
망월동의 소망 ㆍ 60
선망의 대한민국 ㆍ 62
당신을 사랑합니다 ㆍ 64
일기 ㆍ 66
역류하는 추억에 ㆍ 68
일몰의 벽화 ㆍ 70
낭만으로 가는 삶 ㆍ 72
대재앙이 된 삶 ㆍ 74
컴퓨터의 반란 ㆍ 76
두려운 눈길 ㆍ 77
인생의 가을 ㆍ 78
아 곡의 백 비 ㆍ 80
뒤돌아본 천년 나주 ㆍ 82
양심을 찍는 카메라 ㆍ 84
사부곡 ㆍ 86

3 식물 자연 역사
영산포 선창 ㆍ 90
무등산 삼지닥나무 ㆍ 92
자미화 연서 [K-12] ㆍ 94
오월의 여왕은 ㆍ 96
연분홍 사프란 ㆍ 98
칡넝쿨의 군림 ㆍ 100
무등산에 초록 만월 ㆍ 102
영상 전화 ㆍ 104
사성암에 오르니 ㆍ 106
베란다에 피는 꽃 ㆍ 108
마량 항 수산 시장 ㆍ 110
사라져 가는 아카시아 ㆍ 112
산골 저수지 낚시 ㆍ 114
봉황 미륵 불상 ㆍ 116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ㆍ 118
붉은 연정 배롱나무 ㆍ 120
백제 미륵사지 ㆍ 122
부모님께 바친 동백 ㆍ 124
동해안 부채 길 ㆍ 126

4 만물
해무海霧 ㆍ 128
나의 시작 노트 ㆍ 130
연리지의 사랑은 ㆍ 132
무등산에 귀한 손님 ㆍ 134
식탁에 도마 ㆍ 136
선운사 가시연꽃 ㆍ 138
가을의 여인 구절초 ㆍ 140
남해 다랑이 마을 ㆍ 142
상록 수련원에서 ㆍ 144
영산강 뱃길 ㆍ 146
배롱나무 꽃이 피면 ㆍ 148
인동 꽃 피는 해변 ㆍ 150
구절초 단상 ㆍ 152
도심 공가 ㆍ 154
부를 키운 전신 주 ㆍ 156
숙성된 홍어 맛 ㆍ 158
차로 변에 담쟁이 ㆍ 160
무등산은 알고 있다 ㆍ 162
고물상에 잔영 ㆍ 164
오봉산 산행에서 ㆍ 166
미세먼지 기상도 ㆍ 168

| 평설 |
언어의 샘자리와 서정의 햇살/김종 ㆍ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