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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된 언어의 예술, 시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창의성을 과감없이 발휘한다. 그 속에 담긴 감성과 사색이 독자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여 문학적 감수성을 깨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해보자.

황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많은 미덕을 발견한다. 우선 그의 시는 어렵지 않고 알아볼 만하다. 그것은 그의 시가 정직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에는 다른 어떤 시인들의 시에서 발견되는 허세나 거짓이 없다. 현란한 수사 취미나 과장도 없다. 지적이거나 현학적인 점도 없다. 그는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시를 말하는 화자의 정서를 독자와 공유하려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인지 그 비밀을 잘 알고 있지 싶다.
이창배 교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예이츠 시의 이해』라는 책에는 예이츠가 어떤 현대시 강연에서 말했다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나는 테니슨이 지지한 시인의 생활은 오직 자신만의 관심거리라고 생각한 빅토리아 중기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인은 본질상 전적으로 진실하게 사는 사람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의 시가 좋으면 더욱 그의 생활이 진실하다. 시인의 생활은 생활의 한 실험이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알 권리가 있다. 더욱 서정시인의 생활은 그의 시가 결코 뿌리 없는 꽃이 아니고, 한 인간의 말임을 알기 위하여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
내가 알기로 황 시인은 푼크툼이 많지 않다. 그는 건강한 보통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의 시가 웅숭깊고 훌륭한 것은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에게서는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려는 부드러움이 있다. 그는 타인의 슬픔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여 시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나는 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어 보았다. 그러나 황 시인의 노래만큼 가슴에 큰 울림을 주는 시를 만나지 못했다. 그는 아직 문단에 인사하지 않았기에 무명 시인이다. 그는 자기의 시를 읽어줄 고급 독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청출어람의 쪽빛 명예가 그의 머리에서 관冠처럼 빛났으면 한다. 독자분들이 그의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읽을 때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의 능선을 헤아려 주었으면 감사하겠다.

1 부 감꽃 필 때

집성촌 - 19
참새 이야기 - 20
감꽃 필 때 - 21
호박넝쿨 - 22
외상 사절 - 23
정류장 - 24
희극 배우 - 25
전주국제영화제 - 26
칠판 - 27
폭염 - 28
카툰 - 29
가시나무 새 - 30
해당화 - 31
연애할까요 - 32
가로수 - 34
메주꽃 - 35

2 부 어머니의 강

어머니의 강 - 39
까치의 방 - 40
금오도 연가 - 42
장미 - 44
겨울 낭만 - 45
2016년 - 46
엄마 미안해 - 48
왜 그랬어요 - 49
기억의 바다 - 50
마지막 편지 - 52
변산 별곡 - 53
별과 별 사이 - 54
꽃무덤 - 55
별의 소녀 - 56
간암 - 57
새는 죽어 소식을 전해왔다 - 58

3 부 겨울밤의 이야기

처서 - 61
겨울밤의 이야기 - 62
하봉 가는 길 - 63
하얀 접시꽃 - 64
첫눈 - 65
추동댁 아버지 - 66
추억 - 67
겨울비 - 68
여로 - 69
여우비 - 70
요양병원 - 71
옥정호 돌멩이 - 72
서울 친구를 찾아서 - 73
고독사 - 74
시리아 소년 - 75
안중근 - 76

4 부 꽃을 위한 관음

고추잠자리 - 81
꽃을 위한 관음 - 82
늦더위 - 83
모악산 곶감 - 84
복사꽃 편지 - 85
팔레트 - 86
시계 소리 - 87
동창회 - 88
무창포 - 89
낮술 - 90
귀신사歸信寺 - 91
무녀도 - 92
남원댁 - 93
남이섬 - 94
시화전 - 95
까마귀 - 96
고등어 - 97

■ 해설 |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