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가영심 시집『숨은 꽃』. 시력 33년째를 맞이하는 중견 시인 가영심이 자연과 사물과 인간의 향기로운 화음을 노래한다. 단순한 서정이나 순간의 심정에 대한 일차적인 반응이기보다는, 길고 험한 생애에 대한 접근으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숨은 꽃> 중에서

층층이 고운
마음의 무늬처럼 세상을 열 때
진실로 아름다움 속에서만 피어나던 꽃
어디 있느냐 나의 숨은 꽃아

잃어버린 너를 찾기 위하여
길 없는 길과 온 숲을 헤매던
우리들의 놀이를 끝내야 할 시간
어둠으로 셔터를 내리면
빌딩은 갇히고
밤마다 낙화하던 우리의 가난한 희망이 몇 개의 별들로

가영심 시인의 총체적 지향은 본원적인 세계로 가는 것이고 그것은 고행의 터널을 지나서 가는 길이고 그런 만큼 기다림과 인종의 묵묵한 보행이 필요한 일이다. 그 인식에 있어서는 비극적이지만 시인은 동일성의 시학이라는 방법 안에서 그의 실존적 활로를 열어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타의 측면과 세계에도 여러 갈래 닿아 있다고 보지만 필자의 기호에 닿는 쪽은 그의 가열함과 몸부림이다. 그 가열함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강희근(시인)

1. 거울 속의 불꽃놀이
생을 염색하다 _ 12
백송(白松) _ 13
석모도 별리(別離) _ 14
내 등 뒤에서 우는 섬 _ 15
봄이 오는 양수리 _ 16
인내의 흔적은 줄로 남는다 _ 17
낯선 길에 눕다 _ 18
흔적 지우기 _ 19
눈물 _ 20
비를 기다리는 달팽이 _ 21
길은 순대 이미지로 뻗어 있다 _ 22
만년설 연가(戀歌) _ 24
어머니의 불씨 _ 25
인사동 다기(茶器) 전시장에서 _ 26
뭉크라는 이름 붙여준 태풍 _ 28
산수유꽃 _ 29
따뜻한 눈물을 위하여 _ 30
가시연꽃 내 어머니 _ 32

2. 푸른 생의 비밀을 여는 시간에
백야제(白夜祭) _ 34
생명 연습 _ 35
열쇠 _ 36
적조주의보 _ 38
안개꽃 _ 39
만년설 _ 40
숯가마 체험장에서 _ 41
겨울비 떠나가다 _ 42
불면을 파는 편의점 _ 44
전광판은 푸른 바다처럼 출렁인다 _ 45
옥색 화병 _ 46
버려진 서랍의 노래 _ 47
빙점(氷點)을 살아가다 _ 48
단풍잎도 때로는 꿈을 꾼다 _ 49
정릉 숲의 빗소리 _ 50
화분論 _ 51
관음죽을 바라보며 _ 52

3. 물방울로 마침표를 찍는다
희망의 나이테를 세어 보다 _ 54
배꼽에 관한 단상 _ 55
매에게 _ 56
새 _ 58
풍경 속에 길을 놓치다 _ 59
숨은 꽃 _ 60
햇살무늬는 따뜻한 가슴을 닮아 있다 _ 61
견고한 뼈를 위한 노래 _ 62
여름의 표정 _ 63
베수비오 화산 _ 64
내 가슴속 뿔새피리 소리 _ 66
한강의 얼굴을 보다 _ 67
대웅보전으로 오르며 _ 68
삶의 흔적 _ 69
부레옥잠 _ 70
겨울 수선화 _ 71
마로니에 나무는 말하네 _ 72
내 열망의 깃털 하나 _ 74
물방울로 마침표를 찍는다 _ 75
상처를 위하여 _ 76
백련지(自運池) _ 77
얼음꽃 _ 78
북한산 연가 _ 79
그대 이름으로 _ 80
호랑가시나무 _ 81
빈집 _ 82
물속의 의자 하나 _ 83

│해설│
가열함, 그 동일성 지향·강희근 _ 84

층층이 고운/마음의 무늬처럼 세상을 열 때/진실로 아름다움 속에서만 피어나던 꽃/
어디 있느냐 나의 숨은 꽃아//

잃어버린 너를 찾기 위하여/길 없는 길과 온 숲을 헤매던/우리들의 놀이를 끝내야 할 시간/어둠으로 샷터를 내리면/빌딩은 갇히고/밤마다 낙화하던 우리의 가난한 희망이 몇 개의 별들로//

끈질긴 삶의 거미줄에/눈물날개 서러운 꿈처럼 걸려있는 것을/삶의 무거운 중심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던/고독한 몸부림을 너는 아느냐//

태풍 바트가 북상하면서/폭풍과 비바람에 제 몸을 꺾는 나무들처럼/침묵의 뿌릴로 뻗어가던/도시에 어딘가에/스스로 다스리지 못한 허욕 때문에 녹슬어가던 영혼이/검은 울음으로 무섭게 울어가는 밤/숨은 꽃아 너는 어디서 듣고 있느냐.
-<숨은 꽃>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