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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선」 스물두 번째 책 『이진원』. 이진원의 예술과 정신성, 자연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수록된 책이다. ‘All Things Shining’, ‘Blooming’, ‘Green Stem’, ‘A Big Seed’ 등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화가 이진원 최근 작품은 모두 예술과 정신성, 자연 상호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하나의 촉수로 거느리고 그것으로 포착하고 그려나간 자연과 세계를 보여준다. 섬세한 신경세포들이 포착한 식물성의 세계가 하나의 풍경을 그려 보인다. 몸이 받아들이고 흡수해낸 총체적인 느낌이 감각적으로 표현, 기술되고 있는 그림이다. . 그것은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로부터 시작해 결국 내면을 보여주고 비추는 거울 같은 그림이다. 작가는 구체적 형상이나 이야기보다는 느낌의 전달에 주력하지만, 그렇다고 추상회화는 아니다. 구체적인 형상이 완전히 배제된 추상적인 화면도 있지만 구체적인 자연이나 삶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 아주 구체적인 형상이든 추상적인 느낌이든간에 무엇인가를 느끼는 존재나 그 존재의 시선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모든 그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된 영화 또는 일기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몽상과 은유로 가득한 애매모호한 회화의 세계 안에서 형태는 최소한의 표지로만 기능한다. 몸과 자연/식물이 교차하고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공존하며 현실과 상상이, 의식과 무의식이 몇 겹으로 차올라 흔들린다. 탁자위에서 풀이 자라고 빨간 금붕어들이 실내를 떠다니고 수많은 꽃송이들이 소파를 만들고 시뻘건 풀들이 머리카락처럼 자라는가 하면 몇 개의 영상이 마구 겹치고 떠오르는 것이 흡사 초현실적인 그림 같다.
모든 것은 모호하고 실체가 없으며 걷잡히지 않는다는 언술이 회화적 방식으로 번안된 느낌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연금술적인 채색’의 구사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의 채색방식은 겹겹이 채색이 쌓이면서 안까지 투과해 보이는 투명성을 지닌다. 대상이 공간에 부유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 역시 이 투명성에서 기인한다. 한국화의 채색방법은 수묵에 비해 훨씬 가변성이 많다. 그많큼 개별적인 탐색이 용이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동양의 전통적인 필법과 한지의 독특한 물성, 수간안료 같이 두꺼운 종이에 스며드는 먹물등과 ,린넨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다
선은 특히 동양화 모필의 흔적을 강렬하게 부감시킨다. 그 어떤 것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충만한 상황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선으로 머물고 흐른다. 또한 색채 역시 작가의 상상력과 감정의 상태를 발화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짙고 어둡고 습한 느낌 혹은 강렬한 붉은색, 또는 언어로 규정하기 힘든 모호한, 흐릿한 색상들이 안개처럼 깔려있다.
산책길에서 본 나무와 풀, 꽃과 그 사이로 빛나는 태양, 작업실 실내 어항에 있는 금붕어들이 그녀가 그리고 있는 소재다. 삶의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접한 그 대상들이 가슴 속에 고여 있다가 화면 위로 다시 환생하고 있다. 이 채색화는 구체적인 대상으로부터 출발해 그 너머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바램과 그로인해 부풀어 오르는 무수한 상념과 상상력, 감정의 고양을 선과 색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이다. 자연과 생명체, 그에 대한 주관적인 체험과 경험의 형상화란 것은 여전히 동양화의 전통과 맞닿아있는 지점이다. 이진원은 그 전통의 선상에서 자기 몸으로 다시 자연과 생명체를 보고 느낀 점들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과 분리되지 못하는 생애, 화가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 Works
All Things Shining
Blooming
Green Stem
A Big Seed

● Text
이진원의 작품 속의 예술, 정신성과 자연 _ 카이 홍
Art, Spirituality and Nature in Yi Jinwon’s Works _ Kai Hong
몸으로 건져 올린 자연 _ 박영택
익명으로 남긴 흔적들 _ 이선영
이진원의 최근작에 대한 단상 _ 윤재갑
연금술적 채색 _ 오광수
프로필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