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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해』는 화가 박종해의 개인전 《자유의 바람, 언덕을 넘다》에 전시했던 작품을 모아 수록한 책이다. 미술평론가 최병식, 김준기, 미술비평가 이태호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 Works
● Text
18 삶과 우주에 대한 貫流
30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는 세상
50 제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의 바람
186 프로필

삶과 우주에 대한 貫流 (최병식 / 미술평론가 · 경희대교수)

「바다와 비상」,「회복된 언어」,「사물의 벽」 등은 ‘87년 예화랑에서의 개인전 작업들이다. 그의 80년대는 한마디로 바다와 바람과 인간의 몸짓시리즈로 비롯되어지는 자연관류(自然貫流)의 시각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어떤 화면에서든지 그의 작업은 흡사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는 해변에서 광야의 한가운데서 분출되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를 세례한다.
비워진 공간이라기보다는 여백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한 그의 공간들은 무허(無虛), 우주의 무한성에 대한 의미를 강하게 상징하고 있다. 여기에 마치 육체의 모든 것들이 우주적, 無虛的공간에 휩쓸려 가는 듯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다.
마치 무한 공간과 육체의 이중구조를 바람을 통하여 접속시켜주는 듯한 전체적인 맥락은 그 외에도 구름이나 비, 계단 사각의 설정, 입방체 등이 등장화면에 위의 일괄적 상황들을 수식한다.
구름이나 빗줄기의 등장 역시 그 의미에서는 동일한 의미를 내포한다. 현실초월이나 우주를 향한 무한한 손짓, 탈출, 나래짓들이 논의되는 상징언어들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91년 전시에서는 그의 이와 같은 언어체계들이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조형언어로서의 입장으로 밀도를 유지하면서 방법적으로도 보다 천착되어지는 세련도를 엿보게 한다.
우선 대작「바람, 무한을 향한 손짓」「바람, 영혼의 소리」「바람, 구름, 무한」등의 대작에서 보여지는 거대한 스케일이나 공간체계의 복합적인 변용과 내밀한 은유가 농도 짙게 가미된 질량감은 마치 무한한 이상향의 공간을 향해 이륙하려는 인간의 꿈을 형상화 한 듯한 심미세계에 빠지게 한다.
그의 이와같은 작업경향과 내용의 근간은 작가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중에서도 먼저 70년대 후반부터 3년간에 걸친 군복무 기간 동안의 기억들을 들 수 있다. 해병장교로서 서해안 이작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에서 근무하면서 체험한 「바다」는 그 첫 번째의 현장체현으로 와닿았다.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외딴섬에서 그는 대지와 바다가 하나가 되는 장면들을 매일처럼 목격하였고, 그의 영혼, 그의 젊음의 손짓에서 비롯되어지는 환영(幻影)들을 거대한 자연 파노라마 틈들에서 농밀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그의 이 몇 년간의 자극과 심미의식들은 두 번째의 계기가 되는 ‘81-’89년 사이의 청주부근 시골생활에서 비롯된다.
당시 그는 작업에 몰입하면서 흙과 나무, 여러 농사일에도 전념해 보면서 도시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체험을 하게 된다. 그는 이 농촌시기 9년 동안에 걸쳐 그간 바다생활에서 세례된 강렬한 대자연의 체험들을 작업으로 반영시키면서 일면에서는 청주생활의 변모되어진 체험과 일상적 변화에 이르기 까지 하나의 궤에 연결지어서 드로잉을 반복한다.
그의 작업은 80년대 어느 때 부터인가 유채보다는 수성질에 가까운 안료의 속성을, 캔버스 천보다는 종이의 속성을 즐겨 사용해 왔으며 청년시절의 비망록으로서 종이 드로잉, 그중에서 흑백이 중심이 되는 드로잉 작업을 즐겨 해왔다.
그의 사상적 근저에는 대자연의 숨결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어떤 진동이 있으며 그 진동의 리듬으로 인해 선(線)과 형상의 터치들은 춤을 춘다.
최근 ‘90년대 중반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위와 같은 드로잉의 리듬을 타고 거의 전반적으로 대자연에 대한 바람, 구름, 대지, 무한, 허무적 공간, 영혼의 소리 등이 소재의 근저가 되면서도 이 세 부류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는 세상(이 태 호_미술비평/경희대 교수)

주류(主流)와 거리 두기
박종해는 작가로서의 위치에서도,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도 특이하다. 다시 말해 ‘한국화단’이라는 지도에서 보면 그는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다.
박종해는 1970년대 초에 미술대학에 입학한다. 입학한 시기부터 작품 발표를 시작하여 70년대 중반을 지나 후반에 이르면 이미 작가로서 상당한 이력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대학생이었던 1972년부터 구상전(具象展)에서 연이어 특선을 하기 시작하는데, 75년에는 구상전의 최고상인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획득한다. 대학 졸업에 이어서 대학원을 거치는 동안 당시 대부분의 미술인들이 그러했듯이 작가도 ‘국전’에 출품을 하고, 때맞춰 ‘국전’의 대안으로 나타난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등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대상전’에 출품하면서 작가경력을 쌓고 있다. 여기까지는 박종해의 작가 경력과 경향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80년대를 지나면서 작가는 한국미술의 ‘대세’, 즉 당시 한국미술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커다란 흐름과 방향을 달리한다.
(중략)... 그리하여 우리는 박종해의 회화에서 다음과 같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