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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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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상의 아픔을 빛으로 바꿔요!

푸른문학상의 새로운 시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나온 시인 정연철의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사진기처럼 정밀한 눈으로 힘 약한 사람들의 고된 삶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저자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살벌한 정글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온 저자가, 세상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빛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를 들려준다. 절망을 이겨 내는 웃음과 유머를 배울 수 있다. 아울러 자연의 무한한 미덕을 가르쳐주면서 끈끈하고 따뜻한 가족 간의 사랑을 지켜내는 힘을 불어 넣고 있다. 특히 소리글자인 우리말의 묘미를 흥겹게 살려낸다. 장난기 가득한 순수한 동심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그림작가 이우창의 동시가 품은 감동을 고스란히 살려낸 유쾌한 그림을 함께 담았다.

출판사 서평

정연철 시인은 재미있게 말하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흥이 나게 말을 하지요. 소리글자인 우리말의 묘미를 잘 살리고, 흉내 내어 읽어 보는 재미도 선사합니다. 그는 세상의 그늘을 가슴으로 느끼지만 그렇다고 계속 눈물짓거나 한숨만 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대신 그 그늘을 빛으로 바꾸려고 애쓰지요. 웃음으로, 노래로, 설렘으로. 이 책은 정연철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입니다. 힘 약한 이들의 고된 삶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시인의 눈과 절망을 이겨 내는 웃음과 유머가 숨어 있습니다._권영상(시인)

슈퍼맨이 되어 악당을 혼내 주고 싶었던 시인,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불어 넣을 동시를 쓰다


지난해 동화집『주병국 주방장』을 발표하며 살벌한 정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 내 동화계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정연철 시인의 첫 동시집이 나왔다. 동화집에서 선보였던 현실에 대한 예리한 감각과 생기발랄한 유머는『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어린 시절 슈퍼맨이 되어 악당들을 혼내 주고 싶었다는 정연철 시인은, 이제 슈퍼맨보다 힘이 센 것은 동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둡고 슬픈 사람들의 마음에 마법을 부려 위로를 주고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힘 약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눈과 그들의 아픔을 빛으로 바꾸려는 몸짓이 숨어 있는 동시집’ 이라는 권영상 시인의 표현처럼, 이제 그는 진정한 슈퍼맨을 꿈꾸며 우리의 주변을 보듬고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불어 넣는 동시를 선보이려 한다.

시인의 재치가 반짝이는, 우리말의 재미를 보여 주는 동시들

정연철 시인의 동시는 우리말의 매력이 잘 살아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상황에서 숨은 재미를 찾아내 시의 바탕을 짜고,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시어를 배열하여 한층 맛깔난 재미를 선사한다.

무명실에
주렁주렁 매달린

가을햇볕에 말라

가을바람에
조글조글 말라


까치 한 마리
까치밥 없는 감나무에서
곶감 달라고
꼬깜 꼬깜

-「곶감」부분

이 동시는 뜻은 다르지만 소리가 같은 글자 ‘감’을 재료로 소리글자인 우리말의 묘미를 살렸다. 까치가 곶감이 먹고파 ‘꼬깜 꼬깜’ 운다는 표현도 재미있다. ‘감’에 힘을 주어 따라 읽다 보면 가을 햇볕 아래 잘 익어가는 곶감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탱, 탱탱!
10월 탱자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이곳은 마치 축제 분위깁니다
꼭꼭 숨어 있던 초록빛 탱자
슬슬 변신을 시작하더니
얼마 전부터 탱자나무에
조랑조랑 달이 떴습니다
아! 방금 들어온 따끈한 소식입니다
굴뚝새 한 마리가 뾰족한 가시 사이를
슉슉 피해 날아갈 때
노란 달 하나가 지레 겁을 먹더니
가을 밤하늘로 달아나
대롱 매달렸다고 합니다

탱, 탱탱!
참 아름다운 달밤입니다

-「탱자 달」부분

탱자가 익어 가는 풍경을 뉴스 진행 형식으로 묘사한 동시다. 가을 달밤의 흥겨움을 마치 축제 분위기처럼 표현했다. 특히 아나운서의 말씨를 흉내 내어 이 시를 읽는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하고 장난기 가득한 동심을 표현한 동시들

엄마 친구 아들 형우
그 녀석 책상 위에도
과속 탐지기 하나 설치했으면 좋겠다
놀지도 않고 공부만 할 때
찰칵 찍혀
벌 청소 하고
벌점 받고
열도 받게

-「과속 공부 탐지기」부분

이 동시의 주인공은 늘 ‘엄마 친구 아들’ 형우 때문에 괴롭다. 아빠 차가 과속 카메라에 잡혀 벌금을 물었을 때를 떠올리며, 형우 책상 위에도 과속 탐지기를 설치해 ‘공부 과속’을 할 때 벌을 주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수많은 ‘엄마 아들’ 들에게 짜릿한 위안을 주는 동시다.
그런가 하면 하늘에 뜬 낮달을 보고 ‘시험 기간인가 봐 / 달이 잠도 안 자고 낮에 나와 / 문제집 푸는 걸 보면’ 이라고 생각하는 동시 (「낮달」) 역시 솔직한 동심에서 우러나온 관찰력이 돋보인다.

아픔을 빛으로 바꾸는 노래

한여름 한낮,
걸음도 무거운 할머니
횡단보도를 걸어가더니
헌옷 수거함 옆에 보따리 놓고
신문지 깔고 앉아
마늘을 까다가,
땡볕에 시든 깻잎 같은 얼굴로
파를 다듬다가,
머릿수건 벗어 땀을 닦을 때

헌옷 수거함
주춤주춤 그늘 손을 내밀며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그늘 손」부분

정연철 시인은 뷰파인더에 들어온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진기의 정밀한 눈처럼, 우리 주변에 있지만 그늘에 가려져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성실하게 찍어 낸다. 땀을 흘리며 골목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은,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라 할 수 있는 헌옷수거함이다. 소외된 곳을 구석구석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 속에서, 세상의 음영은 그 전보다 조금 옅어진다. 정연철 시인은 비록 고된 현실이 하루아침에 나아지지 않지만 그들의 곁에서 함께 머물며 노래하는 것이 그늘을 빛으로 바꾸어 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루 종일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손수레에 폐지 담는 할머니
내가 감기몸살로 결석하자
일도 안 나가고
물수건으로 얼굴 닦아주고
죽 먹여주고
약 먹여주고
이불까지 덮어주고는
곁에서 걸레로
조용히 방을 닦는다
할머니 나 먹여 살리려면
일 나가야 하는데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전문

이 시에는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와 감기몸살에 걸린 손자가 등장한다. 내가 아프자 할머니가 일을 쉬고 나를 돌봐주는 것이 좋아,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고 생각하는 어린 주인공이 보인다. 그 와중에도 마냥 떼쓰지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애틋한 동심이다. 이처럼 정연철 시인의 동시 속 주인공들의 삶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먹고사는 일이 넉넉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무게가 누구보다도 고된 이들이다. 트럭을 타고 야채를 팔며 ‘두 시간째 칠천 원 벌고’ 점심값으로 팔천 원을 때우는, ‘밑지는 장사’를 한다.

할머닌 나하고 똑같아요
입 속에 사탕 두 개나 넣고서
또 내 사탕을 탐내요
한 해 지나니 내 동생이 되었어요
기저귀 차고 칭얼대기도 잘해요
아빤 그래도
아이고, 우리 어무이 똥 싸싯네
똥도 우찌 요리 애뿌노, 해요
그러다가 할머닌 진짜 애기가 되었어요
얼마 뒤엔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
그다음엔 별이 된대요
난 할머니가 별이 되는 게 싫어요
할머닌 날마다 날 업고 살았는데
난 아직 할머닐 한 번도 업어드리지 못했거든요
어부바, 하고 업을 때까진
기다려 줘요
할머니
꼬옥요
-「애기 할머니」전문

치매에 걸려 아기처럼 칭얼대는 할머니를 극진히 보듬는 이 훈훈한 풍경은 우리에게 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할머니가 별이 되어 떠나는 게 싫다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표현은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짓게 한다. 생활은 녹록지 않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부자인 이들이다.

두메산골 형제 많은 집에서 태어나 자연을 벗 삼아 자란 정연철 시인에게 작은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자연에 감사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일상 그 자체였다. 순수한 기운을 머금은 담백한 동시들은 시인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 슬퍼하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시인의 깊은 배려가 담긴 재미난 이 동시들이 우리들의 숨 가쁜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친근하고 유쾌한 그림으로 동시들에게 꼭 맞는 옷을 마련해 준 이우창 화가의 그림도 돋보인다. 신인의 참신함과 신인답지 않은 웅숭깊은 시선을 두루 갖춘 그의 동시집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가 동시계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목차

제1부 아빠랑 보낸 하루
아빠랑 보낸 하루
산머루
울고 웃고
흰머리
애호박 사건
허수아비
애기 할머니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젖무덤
물집
자동 우산
소낙비
아빠 맞이 꽃
쓰레기상

제2부 그늘 손
북한 군인 아저씨
왕창 세일 대 폭탄 세일
오백 원
빈집 지키는 개
물수제비
파출소 목련꽃
참견쟁이 참새
팔짱
할머니와 고양이
그늘 손
도둑눈
가슴에 꽂힌 골프공
곶감

제3부 과속 공부 탐지기
과속 공부 탐지기
능구렁이
우체통의 마지막 말
사랑나무 연리지
새똥의 운명
병아리 신입생
천둥 종소리
바다 쓰기
장례식장에서
쓰르라미하고 얼음땡놀이
낮달은 시험공부 중
응급 전화를 받은 하늘
감잎

제4부 텃밭 냉장고
커피 마시는 나비
콩꼬투리
인공지능 나무
텃밭 냉장고
탱자 달
도랑
미루나무
첫눈
은혜 갚은 감나무
단풍나무 손바닥
도도리깍정이
풀은 힘이 세다
경운기가 나가신다

읽고나서|권영상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1973년 함양 두메산골에서 태어났고, 계명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고,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화를 추천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생년월일 1977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함께하는 mqpm 소속이다.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공부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언제나 쾌활하고 엉뚱한 면도 있지만 그림 그릴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해진다. 대륙을 움직인 역관 홍순언, 내 친구 고양이, 난 이대로가 좋아, 배다리는 효자 다리 등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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