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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눈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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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범벅이의 모험

    안데르센 그림자상,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강정연 작가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코끼리의 모험담을 들려준다. 동물원의 슈퍼스타인 초록눈 코끼리 범벅이가 아프리카 초원의 길잡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아프리카로 떠나는 이야기를 펼친다. [건방진 도도군] 등의 전작을 통해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그렸던 저자는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에 대한 보다 진지한 비판을 보여준다. 독특한 삽화가 더욱 시선을 끄는 이번 작품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자유,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가장 콧대 높은 코끼리의 파란만장 자아 찾기!

    나, 동물원의 슈퍼스타.
    노래? 연주? 그림 그리기?
    나에겐 그 무엇도 불가능한 것이 없다.
    나의 몸짓 하나하나에 까무러칠 듯 열광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얼마든지 쥐락펴락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서운 꿈을 꾸었다.

    자연을 제 멋대로 리모델링하는 인간들에 대한 야멸친 경고
    [건방진 도도군][바빠 가족] 등의 작품을 통해서 인간 세상의 삐뚜름한 면모를 유쾌하게 풍자해 온 동화 작가 강정연이 이번에는 자못 진지한 목소리로 [초록 눈 코끼리]를 내세워 인간들에게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다 죽음을 맞은 아프리카코끼리가 백 년 만에 환생한 뒤, 동물원의 슈퍼스타로 인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지내다 불현듯 자신의 정체성에 눈뜨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백 년 전 이 세상에 동물원이란 것이 맨 처음 생겨나던 때 인간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고발하고, 단지 자신들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지금도 곳곳에서 자연을 제멋대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를 경고하고 있다.

    나는 자연이 두렵다. 자연의 선한 기운을 이용해 희희낙락 즐기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날 버럭 화를 낼 것만 같다. 그때도 사람들은 자연에 난도질하고, 휘젓고, 오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 아마 그러기 전에 형체도 없이 꿀꺽 삼켜지겠지. 어쩌면 자연은 사람들을 벼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아무리 잘난 척하며 꼼수를 부려 봐야 자연의 힘 앞에서는 별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연 앞에 오만하다. 오만한 인간들은 지금도 제 살기 편하도록 산을 뚫고, 강바닥을 파내며 온 세상을 리모델링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모든 삽질들은 백배 천배의 무시무시한 재앙으로 돌아올 텐데 말이다, 겁도 없이.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콧대 높은 코끼리의 동물원 탈출 대작전!
    엄청나게 큰 덩치와 남다른 재주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동물원의 슈퍼스타로 지내고 있던 초록 눈 코끼리 범벅. 못 하는 게 없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한껏 우쭐해 있을 때, 조련사 콧수염의 아들이자 범벅이와 한날한시에 태어나 운명 같은 인연을 가졌다는 열세 살 소년 환희가 찾아온다.
    코끼리와 소통이 가능한 환희는 동물원에서 조련사에의 꿈을 키우기 위해 범벅이에게 ‘사람 말’ 공부를 시키고, 범벅이는 할머니 코끼리로부터 초록 눈을 가진 코끼리는 아프리카 초원의 길잡이 코끼리로서 백 년에 한 번씩 태어난다는 얘기를 듣는다.
    몇 차례 꿈을 꾸면서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범벅은 자신이 살 곳은 동물원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결국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아프리카 초원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범벅이의 얘기를 전해들은 환희는 초록 눈 코끼리의 사명에 대해 깊이 동감하고 범벅이의 탈출 작전을 돕는다.
    대한민국의 한 동물원에서 머나먼 아프리카 초원까지 탈출하는 이 작전은 참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이 곳곳에서 방해 공작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범벅이는 환희의 적극적인 도움과 언론 보도, 그리고 동물원의 다른 코끼리들의 단합된 의지로 마침내 아프리카 초원으로 떠나게 된다.
    이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한 코끼리 탈출극은 길잡이 코끼리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범벅이뿐 아니라 동물원 울타리에 갇힌 모든 동물들이 초원과 숲을 간절히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절절한 목소리로 일러 주고 있다. 지금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찾고 싶을 만큼 ‘자유’는 이 세상 모두에게 소중하다는 사실을 나직이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동물원 슈퍼스타 코끼리와 열세 살 소년의 파란만장 자아 찾기!
    노래면 노래, 연주면 연주, 그림이면 그림……. 못 하는 게 하나도 없는, 심지어는 사람들의 기분이나 감정까지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어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훤히 꿰뚫는 동물원 슈퍼스타 코끼리 범벅.
    코끼리 돌보는 일에 빠져서 가정에 소홀한 아빠와 그런 남편을 못마땅히 여기며 갈등을 겪다가 끝내 다른 남자를 선택한 엄마 사이에서, 의연하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동물원에 온 열세 살 소년 환희.
    이 둘은 미래 동물원 코끼리 사육장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사람들에게 재주를 부리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며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듯이 생활하던 범벅에게는 뜻밖에도 사람들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상처가 있고, 남들의 상식적인 잣대로 봤을 때 더없이 애처롭고 불행한 환경에 있을 것만 같은 환희의 가슴에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멋진 꿈이 깃들어 있다.
    범벅이와 환희는 서로의 상처와 꿈을 공유하며 그것이 하나로 닿는 지점을 향해서 똑바로 걸어간다. 상처를 두고 누군가를 탓하거나 스스로를 비관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발맞추어 나간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며, 더 나은 미래를 짓기 위해 지금의 고통과 어려움을 너끈히 감내하는 그들의 모습이 시리게 아름답다.
    이제 한창 자아가 꿈틀거리고 또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시기에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 범벅이와 환희가 이루어 내는 멋진 꿈과 우정을 보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건강하게 설계하는 데 좋은 길동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동물도 사람만큼 자유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이 활기 넘치는 동화책을 통해 울타리에 갇혀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무리 편안해 보여도,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야생(고향)의 삶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화를 쓴 작가는 참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록 눈 코끼리의 복잡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낸 그림 역시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요.
    [초록 눈 코끼리]를 읽고 동물원의 동물들을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되고, 우리 곁에서 같이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지금보다 깊어진다면 우리는 참으로 큰 소득을 얻은 셈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때, 우리 인간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애정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기 때문입니다.
    ―최성각(작가, 풀꽃평화연구소장)

    목차

    슈퍼스타, 범벅
    저 좀 내버려 두세요, 제발!
    내 친구, 환희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어!
    끝내주는 아이디어
    아~안 녀~엉!
    우리는 환상의 짝꿍
    초록 눈 코끼리
    아주 무서운 꿈
    꺼져 버려!
    나, 아프리카로 돌아갈래
    제발 기다려 줘
    미안해, 범벅
    서로 다른 꿈
    뻔뻔한 코끼리들
    코끼리여, 단결하라
    인간들이란, 참
    가자, 아프리카 초원으로!

    본문중에서

    나는야, 뭐든 다 잘하는 슈퍼스타!
    엄청나게 큰 덩치와 남다른 재주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동물원의 슈퍼스타로 지내고 있던 초록 눈 코끼리 범벅. 못 하는 게 없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한껏 우쭐해 있을 때, 조련사 콧수염의 아들이자 범벅이와 한날한시에 태어나 운명 같은 인연을 가졌다는 열세 살 소년 환희가 찾아온다.

    "자, 다음은 우리 동물원의 슈퍼스타, 범벅이의 공연이 이어지겠습니다!"
    코끼리 쇼 사회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공연장 밖까지 울려 퍼졌다.
    "이제 겨우 열세 살인 범벅이는 유라시아에서 가장 큰 슈퍼 코끼리로 알려져 있지요. 키 4.5미터, 몸무게 11톤!"
    이어지는 익숙한 탄성.
    "우아~!"
    "범벅이는 갓 태어난 아기 코끼리 가운데서 몸무게와 덩치가 역사상 최고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태어나자마자 엄마젖을 빠는 대신, 건초 더미로 다가가 바싹 마른 풀을 한 움큼 쥐어 입으로 가져가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비틀거림도 없이 자리에 우뚝 서서 사람들을 향해 코를 높이 치켜들고 보란 듯이 코울음을 울었답니다. 그 당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제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혀를 내두르며 연방 사진기의 플래시를 터뜨렸지요. 범벅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슈퍼스타였답니다."
    (/ pp.15~16)

    나는 백 년에 한 번 태어나는 초록 눈 코끼리
    코끼리와 소통이 가능한 환희는 동물원에서 조련사에의 꿈을 키우기 위해 범벅이에게 ‘사람 말’ 공부를 시키고, 범벅이는 할머니 코끼리로부터 초록 눈을 가진 코끼리는 아프리카 초원의 길잡이 코끼리로서 백 년에 한 번씩 태어난다는 얘기를 듣는다.

    두르르르르르르르르.
    아니다, 물소 떼가 아니다.
    뛴다기보다는 무언가 굴러오는 느낌. 이건 어떤 짐승의 움직임일까? 이 기분 나쁜 움직임이 점점 다가올수록 온 몸이 서늘해지고 꽁꽁 얼어붙는 것 같다. 점점 다가온다, 점점 다가온다, 점점 다가온다!
    탕! 탕!
    뿌----------------------------
    큰할머니!
    가장 앞에서 뛰던 큰할머니가 고통스러운 콧소리를 내며 나동그라졌다. 그 뒤를 따르던 이모는 미처 속도를 늦추지 못해 큰할머니 몸에 걸려 쓰러졌다. 뿌연 먼지가 한꺼번에 일어서 큰할머니와 이모가 잠깐 동안 눈앞에서 사라졌다.
    "멈추지 마! 앞만 보고 뛰어라!"
    내가 달리기를 멈추려 하자 엄마가 뒤에서 소리쳤다. 나는 정신없이 뛰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대체 그 끔찍한 소리는 뭐지? 단지 소리만 났을 뿐인데 큰할머니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쓰러진 것이다!
    탕! 탕!
    뿌----------------------------
    (/ pp.91~92)

    할머니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눈을 감았다. 감은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할머니는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을 것이리라. 나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저 할머니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할머니는 입을 열었다.
    "범벅아, 잘 들어라. 너는 아프리카코끼리들의 길잡이 ‘초록 눈’이다. 초록 눈은 오직 우리 가문에서만 백 년에 한 번씩 천일둥이로 태어난단다. 하지만 눈빛이 초록 눈으로 변할 때까지는 자기가 어떤 운명을 타고 났는지 모르고 살지. 그러다가 초록 눈으로 변하는 순간 초록 눈이라면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꿈을 통해 알게 된단다. 그 후 코끼리들의 길잡이로 영광스러운 백 년을 살게 되지."
    "아까 꿈속에 나타난 그 초록 눈 코끼리는 분명 저였어요."
    "네가 본 그 초록 눈 코끼리는 너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아니다, 분명 나였다.
    "그 초록 눈 코끼리는 구십 년 전 죽은 열 살배기 초록 눈 코끼리다. 불행히도 초록 눈으로서 해야 할 일을 시작도 못 해 보고 죽었지. 그 후 세월이 흘러 천일둥이인 바로 네가 태어난 거야. 초록 눈 코끼리들은 대대로 먼저 하늘로 간 초록 눈 코끼리들의 일생을 꿈을 통해 경험하게 된단다. 그러니 네가 꿈속에서 봤던 초록 눈이 너 자신이라고 착각할 만도 하지."
    (/ pp.100~101)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동물원이 아니야
    몇 차례 꿈을 꾸면서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범벅은 자신이 살 곳은 동물원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결국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아프리카 초원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범벅이의 얘기를 전해들은 환희는 초록 눈 코끼리의 사명에 대해 깊이 동감하고 범벅이의 탈출 작전을 돕는다.

    구십 년 전 초록 눈 코끼리 가족은 왜 그렇게 처참히 죽게 되었을까? 그것도 인간에게. 할머니에게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까닭을 모른 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백여 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었다. 인간들은 그 아름답고 조용한 초원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끔찍한 침입자였지. 맹수들의 송곳니와 발톱에는 비할 수 없는 끔찍한 무기를 가지고 나타나 아무것도 모르는 초원의 동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쏴 댔지. 그걸 총이라 부르더구나. 총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어떤 동물이라도 ‘탕’ 하고 하늘을 찢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몸뚱이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쓰러져 죽었단다."
    또다시 아까 그 끔찍한 꿈이 생각나 머리가 어지러웠다.
    "인간들은 왜 그런 짓을……."
    "그저 몸이, 마음이, 눈이 즐겁기 위해서였다. 특히 코끼리 사냥은 인기가 좋았지. 우리들의 앞니는 그들에게 멋진 장식품이 될 수 있었어. 게다가 그들은 먼 아프리카 초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집근처 아주 가까운 곳에 두고 보고 싶어 했지. 특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코끼리는 더욱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동물원이야. 그래서 인간들은 코끼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인간들에게는 어린 코끼리만 필요했지. 왜냐하면 이미 자랄 대로 자란 코끼리는 다루기 어려우니까."
    그렇다면 설마, 아기 코끼리 한 마리를 얻기 위해 다른 가족들을 모두 죽인다는 건가? 설마…….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어떻게 그럴 수가…….
    (/ pp.102~103)

    가자, 아프리카 초원으로!
    대한민국의 한 동물원에서 머나먼 아프리카 초원까지 탈출하는 이 작전은 참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이 곳곳에서 방해 공작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범벅이는 환희의 적극적인 도움과 언론 보도, 그리고 동물원의 다른 코끼리들의 단합된 의지로 마침내 아프리카 초원으로 떠나게 된다.

    동물원을 나와 조금 걸었더니 흙길 대신 시멘트길이 나타났고 네모난 건물들이 점점 많아졌다. 큰길이 나타나자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의 세계가 펼쳐졌다. 동물원 밖으로 나가면 바로 초원이 펼쳐질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한적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동물원 밖은 동물원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동그란 다리로 움직이는 자동차들은 (동물원 안에서 가끔 보는 작은 자동차와 비교 할 수 없이 빠른 속력이다.) 도로를 정신없이 달리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은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다.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메케한 공기와 기분 나쁜 열기. 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나의 출현은 한순간 모든 것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느 이른 아침 거리 한복판을 유유히 걷는 거대한 코끼리라니! 모두들 처음에는 헛것을 봤거나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차들은 모두 멈춰 섰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거나 모여들었다. 나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소음 때문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자동차들과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이 특별한 광경을 사진 찍기 바빴다. 밖에 나와서까지 구경거리가 되다니 정말 싫다. 이 무리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깜깜하다.
    "좀 비키라고! 그렇지 않으면 땅바닥에 붙은 껌 딱지가 될 수도 있다고!"
    사람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다. 나는 앞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흩어졌다. 차 안에 있던 사람들도 밖으로 튀어나와 재빨리 몸을 피했다. 나는 보란 듯이 자동차 한 대를 음료 깡통을 찌그러뜨리듯이 우지끈 밟아 주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훤하게 열렸다. 나는 눈을 치켜뜨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발걸음과 함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쨌든 가는 거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 pp.1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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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경기도 광명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23,110권

    200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누렁이, 자살하다]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2007년에는 [건방진 도도 군]으로 황금도깨비상을, 2017년엔 [분홍문의 기적]으로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동화 [바빠 가족], [슬플 땐 매운 떡볶이], [초록 눈 코끼리], [진짜 영웅이 되는 법],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와 그림책 [정의가 필요해], [무지개떡 괴물], 동시집 [섭섭한 젓가락] 등이 있습니다. 요즘에도 별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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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에서 만화예술학을 공부했으며,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의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어린이 책 일러스트로 이어져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퍼즐을 완성해 가듯 새로운 도전을 하는 주노의 삶을 응원하며 이번 작품에 참여했다. 그린 책으로 『서찰을 전하는 아이』,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 『내 이름을 불러 줘』, 『나는 비단길로 간다』, 『동물원이 된 궁궐』, 『초록 눈 코끼리』, 『똑똑한 짜장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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