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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개미 은별박이의 위대한 비행』에서는 갑작스런 물난리로 낯선 세계에 가게 된 은별박이의 이야기를 통해 몸집은 작지만 조직화된 개미들의 왕국 속을 탐험한다. 은별박이는 결혼 비행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설 속에 등장하는 흐니개미족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여러 개미 종족을 통해 다양한 개미 사회를 경험하고 세상을 배워가며, 1억 년이 넘게 지구를 점령해온 개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몸집은 작지만 조직화된 사회를 통해
이 땅을 야금야금 점령해 온 개미.
그들의 왕국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곤충학자 김정환 선생님이 쓴 생태 동화
곤충의 신비롭고 은밀한 세계를 소개해 온 친숙한 곤충학자 김정환 선생님이 2004년에 펴낸 《개미》를 어린이들의 성장과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펴냈다. 글을 새롭게 매만지고 본문 중간중간에 나온 개미에 대한 설명을 부록으로 재구성하여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다. 곰개미족의 공주개미인 은별박이가 갑자기 일어난 물난리에 휩쓸려 알지 못할 세계에 가게 되고, 결혼 비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검은 구멍의 비밀을 간직한 흰개미족을 찾아 가는 모험이 기본 줄거리이다. 독자들은 주인공 은별박이가 흰개미족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개미 종족을 통해 1억 년 넘게 지구를 점령해 온 개미의 놀라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몸집은 작지만 조직화된 사회로 지구 곳곳에서 왕국을 이룬 개미를 통해 생명의 위대함을 들려준다.
전설의 종족, 흰개미를 찾아 떠나는 위험천만한 모험
은별박이는 갑작스런 물난리로 반달가슴 보모와 함께 이상한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낯선 세계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가위개미족에게 흰개미족의 왕국에 길을 잃은 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검은 구멍’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흰개미족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막과 정글을 지나야 한다. 다행히 은별박이는 개미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가위개미 종족의 왕자개미 ‘개미박사’, 언제나 명쾌한 행동파 ‘짱구개미’, 은별박이네 일행의 든든한 버팀목 ‘나무꾼개미’, 덩치는 크지만 겁 많고 착한 마음을 지닌 ‘붉은병정개미’ 등 함께 모험을 떠날 동행자들을 얻으면서 불도그개미의 공격, 노예개미의 습격, 군대개미의 약탈 등 난관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그러면서 은별박이는 반달가슴 보모의 보살핌을 넘어서 일행을 이끄는 리더로서, 한 집안을 이끌어 나갈 야무진 여왕개미로 성장한다.
곤충의 생태를 바탕으로 한 동화들은 과학적 사실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이야기가 억지스럽거나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이 책은 실제 개미의 생태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모험’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과학적 정보를 동시에 얻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
이 책은 개미의 눈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인간이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 개미가 지배하는 낯선 땅으로 들어가 보자. 나뭇잎을 잘라다 농사를 지어 살아가는 가위개미, 어린 일개미의 몸에 먹이(꿀)를 저장시키는 꿀단지개미, 머리로 집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개미, 돌아다니며 약탈을 하며 살아가는 군대개미 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미들만큼이나 이 책이 보여 주는 개미 사회는 다채롭다.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분업 제도, 인간보다 앞서 시작된 농사와 낙농, 다른 종족의 개미를 포로로 끌고 와 부리는 노예 제도, 여왕개미 간의 권력 다툼까지. 개미가 이룬 왕국 속에는 인간과 비슷한 혹은 인간을 뛰어넘는 나름의 제도와 규칙이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인간에 비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곤충에게도 생명을 유지하는 나름의 규칙과 방식이 있다는 점, 지구에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 보다 볼 수 없는 더 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보여 주면서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곰개미족의 공주개미, 은별박이
물난리에 휩쓸리다
위기에 처한 가위개미족
기생파리의 습격
짱구개미를 만나다
개미지옥에 빠진 나무꾼개미
무시무시한 불도그개미
꿀을 몸에 담고 있는 꿀단지개미
머리로 문을 지키는 문지기개미
아름다운 결혼 비행!
노예개미 소굴로!
숲 속의 악탈자, 군대개미
바위산의 점프개미
흰개미 여왕의 비밀
곰개미 은별박이의 위대한 결혼 비행
부록 ● 개미 백과사전

가위개미 여왕은 무슨 결심이나 한 듯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혹시 사막 한가운데에 사는 흰개미족한테 가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종족의 전설에 따르면 흰개미족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농사를 지었고, 일찌감치 문명이 발당했다고 하거든요. 우리한테 농사짓는 기술을 전해 준 것도 흰개미족이라지요. 전설에서는 흰개미족의 왕국에 검은 구멍이 있다고 했어요. 그 검은 구멍이 길을 잃은 개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게 정말이에요? 그럼 어서 빨리 흰개미족을 찾아가야겠군요?”
반달가슴 보모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우리도 흰개미족을 정말로 만날 수 있는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요. 전설로만 전해질 뿐,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흰개미족을 보거나 만나 적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사막 깊은 곳까지 가 본 개미도 없고…….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사막이거든요. 뜨거운 햇살과 모래바람에 몸이 타거나 녹아 버릴지도 몰라요.”
가위개미 여왕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쨌든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잖아요! 어떻게 해서든 흰개미족을 찾는 길밖에는 없잖아요!”
은별박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위기에 처한 가위개미족, 38-39쪽에서

군대개미들은 몇 날 며칠 동안 낮에는 사냥을 하고 밤에는 막사를 지어 야영하면서 약탈을 계속했다.
“저 여왕 좀 봐. 움직일 수나 있을까?”
은별박이 눈에는 거대한 군대개미 여왕의 모습이 괴상하게만 보였다.
“저렇게 몸집이 커서 군대개미 여왕은 결혼 비행을 하지 않는다고 해. 아니, 못 한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 대신 왕자인 수개미들이 짝짓기를 할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집을 떠나 다른 집안으로 결혼하러 간대.”
개미박사가 군대개미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수개미들의 몸짓도 여왕과 비슷한 데다, 짝짓기를 한 뒤에도 바로 죽지 않는다는 거야.”
“반달가슴 보모, 짝짓기를 하고도 죽지 않는 수개미도 있대요!”
은별박이가 신기해하며 반달가슴 보모에게 말했다.
―숲 속의 약탈자, 군대개미, 144쪽에서

점프개미들과 헤어진 은별박이 일행은 서둘러 바위산을 빠져나왔다. 조금만 더 가면 그렇게나 찾아 헤맸던 흰개미들이 사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치솟은 붉은 탑이 마치 다른 세상에서 있기나 한 듯 아른거렸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탑은 하늘을 찌를 듯이 더욱 장대해 보였다. 은별박이 일행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잃은 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황홀하게 지켜보았다. 젖은 바람이 몰려들더니, 어둠이 은별박이 일행의 머리 위까지 내려앉았다. 은별박이 일행은 부지런히 탑을 향하여 다가갔다.
―흰개미 여왕의 비밀, 157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