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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선 탑의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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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 어덜트를 위한 미스터리 야!시리즈 제7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 나오키상 · 시바타 렌자부로상 ·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에 빛나는 미나가와 히로코의 영 어덜트를 위한 탐미적인 환상 미스터리!


아이는 허물을 벗고 소년소녀가 된다


인생에서 사춘기만큼 격렬한 성장통을 경험하는 시기가 또 있을까? 부모의 그늘 아래 마냥 안온했던 유아 시절을 마감하면서 아이들은 잠자리가 우화하듯 허물을 벗고 비로소 소년소녀가 된다. 성별性別에 따른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할의 개념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만나는 바깥세상은 결코 녹녹하지가 않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혹은 사회에서, 이들 청소년들은 짐작과는 다른 여러 가지 상황-여기에는 현실의 변화와 감성의 변화가 모두 포함된다-과 마주친다. 학업문제, 친구문제, 진로문제, 이성문제, 나아가 용돈문제에 이르기까지 걱정할 게 많은 청소년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미숙한 경계인 취급을 받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주위는 온통 잊고 싶은 것들과 판단을 유보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중독성이 강한 일들에 매달리게 된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만화, 영화, 아이돌, 게임에 집착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에게 대중매체는 자유를 옭죄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마법사의 지팡이이자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타임머신에 다름없으니까.

소녀들의 성장통을 다룬 탐미적인 미스터리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환상 미스터리의 대가'로 칭송받는 미나가와 히로코. 그의 매혹적인 미스터리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은 집착과 몰입의 힘에 의해서 한 시기를 견뎌내고 이를 마무리하는 소녀들의 성장통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 미나가와 히로코는 환상적인 색채의 전기소설부터 미스터리, 시대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집필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독특한 역사 감각과 탐미적인 경향으로 많은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그들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작가의 소녀시절의 의식세계를 두레박질해낸 듯한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은 그의 탐미적인 세계관이 가장 아름답고 풍부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통사적 성장과정을 다루는 대신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택한 것은 작가의 탁월한 선택이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의식은 있으나 모호하고, 가치관은 흔들리고, 아름답고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이 극에 달하는 동시에 집착과 몰입의 대상을 찾게 마련인 성장기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기엔 복잡하고 미묘한 네트워크가 기본인 미스터리 장르가 안성맞춤 아니었을까.

불안한 현실 그러나 이야기는 계속된다

패전 직전의 일본. 소녀들은 학교에 가되 날마다 군수품 생산에 일조해야 격무에 시달린다. 십대에 품을 수 있는 낭만과 꿈을 접은 채 그들은 '일본인'이라는 공동체로서의 자아와 '개인'의 자아가 종종 충돌하는 가운데 힘겨운 날들을 이어간다. 가정은 파괴되고,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학교에서는 더 이상 수업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의 낙이라면 노동을 하는 중간중간 합창을 하거나 댄스를 추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는 일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도서관에 갔다가 이상한 책을 한 권 발견한다. 인조가죽에 공작무늬를 마블링한 표지에는 달랑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이라는 제목만 쓰여 있다. 저자 이름도 출판사 이름도 없다. 더구나 안은 텅 비어 있다. 소녀는 이것을 그즈음 학교에서 유행하던 '소설 돌려 쓰기용' 노트라 판단한다. 그리고 소녀들의 비밀스러운 소설 쓰기가 시작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소설 속 내용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누구를 겨냥한 소설인지, 소설 속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호한 가운데 소설은 계속되고, 급기야 그 중 한 소녀가 사라진다.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은 채.

작가의 혜량과 치열함이 돋보이는 소설

현대의 청소년들이 매체의 힘에 의존하는 데 비해 한 세대 전을 살아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동성친구와의 우정-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우정은 유사연애에 가깝다-과 예술에 탐닉한다. 미에 대한 동경과 영원한 것에 대한 추구는 세계 명작 읽기와 화집 보기로 이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아확립에 대한 욕구는 피아노 연주나 그림 그리기, 운동 같은 적극적인 취미활동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여기에 동성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과 비뚤어진 집착도 가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잘 짜인 플롯 속에서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은 사실 영 어덜트만을 위한 소설이아니다. 치밀한 구성과 미묘하고 섬세한 정서 묘사,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 그리고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이 읽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질투와 우정, 그리고 미성숙한 사랑의 감정 속에서 고민해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영원에 대한 동경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거나 혹은 해본 기억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은 노년에 접어든 작가의 혜량과 소설쓰기의 치열함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목차

1장 ~ 7장

- 맺음말 / [거꾸로 서는] 미술관
- [거꾸로 선 탑의 살인]에 나오는 예술가들

본문중에서

설거지를 끝내고 나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사에다의 서랍을 열고 잠시 멈칫한 것은 책 표지에 공작 그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이다. 하지만 공작 깃털 무늬를 도안한 것 같은 모양이었다. 그 이외에는 비슷한 게 없었다. 안을 열어 보니 직접 쓴 글들이 있었다. 틀림없다. 제목도
저자 이름도 없었다. 사에다의 일기인가? 하지만 얼핏 봐도 앞의 것과 뒷부분의 필체가 달랐다. 함부로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에다의 이부자리를 깔아놓고 아래층 거실로 내려왔다. 피곤에 지친 듯 쓰러져 있던 사에다가 몸을 반쯤 일으켜 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펼쳐진 다음 페이지를 넘겨서 내게 보여주었다.
덩굴장미 무늬로 장식된 틀 안에 제목이 쓰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무늬도 제목도 모두 손으로 직접 쓴 것이었다.
"읽어 봐!"
사에다가 말했다.
책장을 넘기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알아보기가 어렵네. 대체 누가 썼는데? 사짱은 아니지?"
사에다 글씨는 정자체라서 읽기가 쉽다.
"타락녀야."
사에다가 말했다.
"처음 부분은. 그 다음은 코우즈키 언니! 그리고 그 다음은 나!"
(/ p.40)

나의 욕망은 커지고 있다.
신의 사랑을 성서의 그리스어 원전에서는 아가페라 이르고, 인간의 사랑ㅡ육체를 포함한 사랑ㅡ은 에로스라고 부른다.
''사랑'이라는 말은 정반대되는 두 가지 감정을 포함한다. 신의 무한한 자
애, 신에 대한 숭고한 경애, 신의 사랑을 인간에게 전하려고 하는 무사의 헌신. 그런 것들을 의미하는 아가페에 비해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는 힘은 착란으로 빠지거나 때로는 야만적인 사랑으로 표현된다. 인간은 어느 쪽이든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사랑이 마치 존경하는 마음이라도 되는 양.
이 나라에 와서 비로소 알았다. 육십여 년 전, 빗장을 걸고 유럽 열강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이 나라를 강제로 열기 전까지, 이 작은 섬나라에서는 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서구의 사상이나 문명을 거의 접하지 못한 이 작은 나라는 독특한 감정 표현 방법을 갖고 있다. 사랑은 옛날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불교와 함께 들어온 말로 번뇌와 측은을 의미한다. 가엾어 하는 마음에는 슬픔이 내포되어 있다. 자비라는 말은 형이상학적 사랑 즉, 아가페를 뜻한다. 여기에도 역시 슬프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 p.87)

"자네는 어떻게 열쇠를 갖고 있지?"
그의 물음에 미나모는 예의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필요가 없으니 선생님께서 필요하시면 드릴게요."
그의 손에 빛바랜 열쇠가 놓였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미나모는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사무실에 갖다 주면 되나?"
그가 침실에서 나와 계단 위에서 물었다.
"아닙니다. 남는 열쇠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미나모는 뒤돌아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로스탕 선생님이 A호실로 옮기신 건 여기에 거꾸로 서는 방이 없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그는 큰소리로 되물으며 계단을 내려가려다 멈칫했다. 등골이 오싹했다. 미나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전에 느껴본 적이 있는 감각이다. 거울 속에 비친 미나모를 보았을 때 느꼈던 기묘한 감각.
"전 배신당했어요."
계단 아래서 미나모가 말했다.
"기이에게?"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니요. 제가 사랑한 상대한테요. 그래서 로스탕 선생님한테 벌을 받았어요. 선생님은 저를 거꾸로 서게 했습니다. 저는 미쳐버렸습니다."
움찔하는 그에게 미나모가 말을 이었다.
"저는 저를 배신한 상대를 미치게 할 작정입니다."
한참 만에 그가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을 때는 이미 미나모의 모습이 사라진 뒤였다.
(/ p.102)

"요즘 터치가 조금 바뀌었네!"
그리고는 얼른 나나오 언니의 스케치로 화제를 돌렸다.
"에곤 실레의 터치를 흉내낸 거야."
아버지 서고에는 미술 전집도 있었다. 중세부터 르네상스, 에꼴 드 파리,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명화가 총망라되어 들어 있었는데 에곤 실레라니, 금시초문이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나나오 언니는 "일본에서는 아직 실레의 화집이 안 나왔을 거야" 하고 대답했다.
"코코슈카는 아니?"
"예에, 소묘를 본 적이 있어요. 화집에서지만."
터치가 바늘처럼 날카롭고 불건전하면서 무서운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레도 거의 동시대 사람이야. 코코슈카는 아직 살아 있지만 실레는 오래 전에 죽었어. 스물여덟 살. 코코슈카보다 삶이 더 고통..이었지."
나나오 언니는 늘 무뚝뚝했는데 의외로 달변가처럼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면 인간은 달변가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자살이에요?"
"아니, 스페인 독감. 하지만 실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살면 살수록 고통이 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보고 싶네요."
"보면 괴로워.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얌전하고 부드러운 나나오 언니가 이야기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주제 같았다.
(/ pp.155~156)

그는 거울을 쳐다보았으나 실내의 모든 것들과 그 자신도 정상적으로 비쳤다. 거울에 비치는 그리스도에 눈길이 갔다. 이리저리 살피다 액자 자체를 바라보았다. B호실의 거실에도 액자가 하나 남아 있다. 나머지 가구들은 모두 이쪽으로 옮겼는데...
예배당에 접한 벽은 중세풍으로 두텁지만 B호실과의 벽은 그렇게 두텁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일찍이 읽었던 앙리 바르뷔스의 『지옥』을 연상시킨다. 벽 틈에서 옆방을 훔쳐보는 쾌락에 도취해서 끝없이 추락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쾌락이야말로 인생의 전부다'라고 중얼거리며 '이것밖에 없어! 재미없군!'하고 남자는 한탄한다.
허무로 이어지는 엿보기. 기이에게 어울리는 행위가 아닌가!
B호실에 남아 있던 액자 그림이「장님이 되는 삼손」이었던 것도 어쩌면 암시일지 모른다. 이 사이, 벽의 저쪽이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벽 구석부터 양팔을 발리고 액자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를 잰 뒤 밖으로 나가 B호실로 들어갔다. 액자 위치를 재보았다. 이제부터 쾌락의 장소로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미소 띤 그리스도의 바로 뒤쪽에 삼손이 있다. 델릴라의 배신으로 포로가 된 삼손은 눈이 찌그러져 있다.
(/ pp.219~220)

중등부에 진학하지 않고 전학을 간 그녀는 전문부 학생이 되어 여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내가 그 사실을 안 것은 그녀가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왔을 때다. 나는 전문부를 졸업한 뒤 사서 자격증을 따 모교의 도서관에서 근무했다. 나는 오랜 환영이 된 그녀에 대한 증오와 측은함을 마음속에 품으면서 도서관 카운터 그늘에서 조용히 서식해왔다. 혐오와 증오는 다른 감정이다. 혐오하는 상대로부터는 멀어질수록 좋다. 그러나 증오는 깊은 연모와 지극히 닮아 있다.
카운터 바로 앞에서 서로 마주보면서도 그녀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아니, 알면서도 무시해버렸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어릴 적 귀여운 모습은 십 년이라는 세월도 어쩌지 못했다. 그녀의 생김새는 슬프도록 사랑스럽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사죄했다면―한마디면 된다, 진정이 깃든 말―나는 그녀를 이렇게까지 증오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교만함을 잃은 그녀에게 환멸을 느끼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녀가 친구를 데리고 나간 뒤 얼마 후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왜 그 곡을 연주했을까. 십 년 전 음악실에서 그녀가 미처 다 연주하지 못했던 폴로네즈 제 4번을.
(/ pp.255~256)

저자소개

미나가와 히로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0
출생지 경성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30년 한국 서울(경성) 출생. 도쿄 여자대학 외국어학과를 중퇴하고 1970년 [강 사람] 으로 제2회 각켄 아동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1972년 장편소설 [바다와 심자가] 를 발표, 이듬해 [아르카디아의 여름] 으로 소설현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다. 아동문학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미스터리, 서스펜스, 역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1985년 [벽-유랑극단 살인사건] 으로 제3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1986년 [연홍] 으로 제95회 나오키 상, 1990년 [장미기] 로 제3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했다. 이후 신본격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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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조치대학교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집필 작업과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이웃집 남자] [의학의 초보자] [히라와 히로타의 일급비밀] [도쿄대 공부법] [최고가 되는 길: 최고 경영자가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나를 위한 마케팅] [기적의 노트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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