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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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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진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09년 01월 15일
  • 쪽수 : 299
  • ISBN : 978895460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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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차리리 판타지라 믿고 싶은 교육 현실에의 통렬한 비판, 그리고 희망

2008년 여름 십대들이 피어올린 촛불이 촛불 정국으로까지 나아갔지만, 아직 꺼지지 못하고 있다. 촛불의 의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지만, 소통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암울한 현실에서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진경 작가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로 화답한다. 청소년들의 일상을 촘촘하게 그려내는데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의 청소년소설과는 달리 작가는 현실에 대한 묵직하고도 의미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학교-학원-입시라는 세 개의 꼭지점 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삶의 열정과 기쁨을 앗아가는 교육 제도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날이 선 작품이다. 그런데 한바탕 신나는 놀이를 통해 벼린 날이다. 작가의 교육 현장 경험과 교육 개혁 운동에 헌신해 온 세월이 곰삭아 더욱 신명나는 한 판이다. 이 놀이판에 마음껏 떠들고, 기뻐하고 분노하며, 공감의 노래와 춤판을 벌일 수 있도록 청소년 독자들을 초대한다.

시계탑을 부숴라! - 강요된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뒤엎는 십대들의 통쾌한 반란
여기, 낮에 잠을 자고 해가 기울 무렵이면 일어나 일상을 시작하는 이상한 나라가 있다. 이 이상한 나라의 대통령은 국제 경제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지구 반대쪽 나라’의 시간에 맞춰 표준시를 변경해 하루아침에 낮과 밤이 뒤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집중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일명 ‘공부 잘하는 기계’로 불리는 시계모자를 쓰게 한다. 해가 지면 아이들은 투구처럼 생긴 시계모자를 쓰고 전쟁터에 출전하듯 학교에 간다. 하지만 시계모자가 몰아가는 경쟁의 세계를 거부하는 기우, 신지, 지만, 인수, 세나는 시계모자 착용을 거부하고,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특수반으로 격리되어 교육 현장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기우를 중심으로 특수반 아이들은 반시계모자 카페를 만들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여, 시계모자 의무 착용에 대한 국가인권위 제소와 헌법 소원을 진행하여 승리한다. 하지만 리더격인 기우가 주변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시계모자를 쓰고, 반시계모자 세력은 큰 타격을 입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모자 ‘부작용’을 일으킨 기우는 집중력 강화학교로 보내지지만 탈출하여 ‘지하도시’로 숨어든다. 지하도시는 노숙자들이 지하철 폐간 노선에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시계모자 시대 경쟁의 실패자들인 노숙자들은 해가 진 ‘낮’에는 돌아다닐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지하도시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강화학교 탈출 학생들과 연대하여 정부의 억압에 대항하고, ‘지하도시 통신’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교육 현실과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퍼뜨려 간다. ‘지하도시 통신’은 시계모자 착용의 부작용으로 정신분열이 일어날 수 있으며 집중력 강화학교는 그런 아이들을 수용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다시 범시민세력 연대에 불씨가 된다.
강화학교의 정체와 기우의 행방을 알게 된 특수반 친구들은 다시 기우를 중심으로 뭉쳐, 학교 아이들에게 시계모자 작동의 비밀을 퍼뜨리고, 지하도시 지휘부를 색출, 공격하려는 정부 작전의 전모를 캐내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결국 지하도시가 정부의 공습을 받아 위기에 처하자, 기우는 탈출하여 특수반 아이들과 함께 시계모자에 전파를 보내는 중앙 시계탑을 부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는데······.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SF적 요소를 도입한 독특한 설정과 전편을 흐르는 긴장감,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지하도시 사수와 시계탑 파괴라는 두 사건을 축으로 작가는 다층적인 긴장의 결을 빗어낸다.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기우 행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비둘기 편지, 지하도시에 스며든 프락치의 음모와 작전명 ‘트로이의 목마’ ‘신의 눈’의 해석을 둘러싸고 감도는 불안감, 끊임없이 기우의 뒤를 쫓으며 어디론가 그를 불러내는 환각의 정체, 시계모자의 비밀을 퍼뜨리기 위한 작전과 시계탑 공격에서 아이들이 맞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반전. 이렇게 진폭이 다른 긴장감들이 공명하여 긴박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작가는 풍부한 상징과 이미지를 이용하여 현실을 과장하고 비틀어, 왜곡과 단절의 지점들을 짚어낸다. 시계모자, 태양이 빛나는 밤, 제논의 화살, 중세의 눈 등은 하나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억압의 구조를 구체화하고 그것의 암울함을 생생하게 형상화한다.

차라리 판타지라 믿고 싶은 우리들의 자화상
이 작품에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시계모자’로 그 섬뜩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뇌의 전파를 조작하여 잡념을 없애고 집중력을 높이는 시계모자를 강제 착용시키고 아이들을 경쟁의 지옥으로 내모는 교육부. 그 무한경쟁에서의 도태가 정신분열보다 더 무서운 학부모. 그리고 시계모자를 비판하는 선생님들이 가차없이 교육 현장에서 쫓겨나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소설 속의 세계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상위 10%를 위해 90%를 희생시키는 우리 교육의 실상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지, 작가는 시계모자를 쓰고 정신분열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통해, 최고급 시계모자를 향한 욕망과 질시를 통해 낱낱이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옭아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뼈아프게 돌아보게 한다. 0교시,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우열반이 다시 등장했고, 영어몰입교육의 전도사인 국제중학교 설립과 함께 초등학교마저 본격 입시체제에 종속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학력편차를 줄이기 위한 명문으로 실시된 일제고사는 아이들을 성적주의의 피해자로 만들고, 결국엔 사교육의 역량 차이만 확인시켜 주기밖에 더 하겠는가?
또 경쟁에 내몰린 이 나라 아이들의 내면은 어떠한가? 누군가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는 관찰망상에 걸려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해!” “이번엔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해!” 늘 자기가 만든 감시자의 눈치를 보며 산다. 또 망상 속의 감시자에게 인격이 먹혀 버려 결국 누가 시키지 않으면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심리적 식인’의 상태에 이르거나, 감시자를 피해 자기 속으로 숨어 버리는 후천적 자폐로 시달린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삶에 대한 의욕 상실, 열정의 부재다. “뭐 하고 싶니?” 라는 물음에 “몰라요.” “없어요.”로 일관하는 우리 아이들, 성적비관 자살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마주하기 두려운 자화상이 아닐까, 자문해 본다.

경쟁과 속도가 지배하는 우리들의 타화상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경제가 한 덩어리처럼 동시간대에 움직이고 있습니다.(···)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심각한 그늘을 드리웠으며, 주변 국가들의 급속한 성장 또한 우리나라 경제를 거센 경쟁의 물결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저는 이번에 중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표준시를 세계 경제의 중심이 자리하고 있는 지구 반대쪽에 맞추어 변경하는 것입니다. 1분 1초를 다투는 속도 경쟁 속에서 세계 경제 중심의 실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되어 내린 결단입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는 표준시 변경과 관련된 논란을 금지합니다. 이후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

국제 경쟁력을 구실로 밤과 낮을 바꿔 버리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다.
경제 논리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의 기본권이 박탈되고 생명의 순리마저 거스르는 정책들이 발의되고 실현된다. 이러한 경제 제일주의가 교육에 반영된다면, 교육의 목적은 오로지 노동력의 산출, 산업역군의 배출, 인재의 양성인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경쟁구도 강화를 위해 정신분열도 마다않고 시계모자를 씌우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노동력의 잠재적 가치로서만 평가되고 마는 것이다.
절대 권력을 누리는 이 나라의 경제 논리는 시계모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강화학교에 감금시키고, 경제적 효용성이 없는 사람들(노숙자)을 지하도시로 밀어낸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뒤처지면 사회의 밑바닥으로, 지하도시로 전락한다는 두려움으로 시계모자를 더욱 세게 눌러 쓴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를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 현 세대가 다음 세대의 미래를 잡아먹어 버리는 ‘식인의 시대’라고 정의 내린다.
그러나 작가는 공포 속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꿈꾸고 확신한다.

“지하도시와 강화학교는 공포의 상징이 되었어. 툭하면 ‘우리가 하는 식으로 열심히 따라오지 않으면 지하도시로 가게 돼. 강화학교로 가게 돼.’라고들 하잖아. 하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 사람의 본성인데 공포로 사람을, 이 세계를 움직이려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래서 바로 공포의 상징인 지하도시와 강화학교에서 공포를 희망으로 바꾸어 보려는 거야. 공포의 대상인 이곳에서조차 살아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꿈꾸고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거야.”

우리는 춤추고 노래하며 반란한다.
기우, 신지, 인수, 지만, 진이, 세나, 준이, 이들은 우리가 촛불정국에서 만난 십대들과 유사하다. 그들은 기성 제도와 언론을 믿지 않는다. 뉴스는 그들에게 소스(source)일 뿐이다. 그들은 그 소스를 재료 삼아 정보를 재편집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평가하고, 걸러내고, 퍼트린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자유롭고 거침없다. 그들은 진지하면서 유쾌하다.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고 힙합 음악에 몸을 흔든다. 흥과 즐거움으로 억압에 맞서고, 우정과 신뢰와 연대로 희망을 이어 나간다.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들이 직면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제도에 순응하고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그 안에는 뜨거운 불씨를 품고 있다. 엘리트 코드를 밟고 있는 방송반 반장 종서, 공부로 가난의 족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진이가 그들이다. 생명력을 잃은 학교가 더 이상 교육의 장이 될 수 없음은 특수반 아이들과 학교에서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겉도는 준이, 그리고 ‘지하도시 통신’의 주역이자 탈학교 학생인 아드레날린이나 팬더곰, 깨비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각자의 처지와 고민의 구체적 모양새는 다르지만, 내가 존중받는 교육, 내가 주인되는 삶을 향한 꿈과 투쟁의 길에서 그들은 하나가 된다.
이 작품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어른들은 그들이 취사선택할 정보의 소스이자 연대의 동등한 대상이다. 아이들은 반시계모자 세력을 결집시키는 구심점이 되고, 권력 감시와 여론수렴의 기능을 잃은 기성 언론을 대신해 ‘지하도시 통신’이라는 대체 언론을 만든다. 그들은 시계모자 기능의 비밀을 퍼트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아이들을 조직해 내고, 정부 기관의 정보를 입수한다. 시계모자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계탑을 부수는 것뿐이라는 결론도, 그 위험한 미션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도 모두 이들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그들이 맞이하는 승리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비록 그 승리가 긴 투쟁의 시작에 불과할지라도, 노래하고 춤추며 외치는 그들의 신명난 마지막 모습이 거침없는 앞으로의 행보와 희망을 독자의 마음에 심는다.

시계모자를 벗고 천 개의 겹눈을 가진 신을 향하여
_ 그들과 함께 꿈꾸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시계모자를 쓰게 하고 밤과 낮을 뒤바꾸며 하나의 시간과 하나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이 나라를 작가는 탐욕스런 외눈박이 신에 비유한다. “왜 이 하찮은 인터넷 방송 하나를 없애기 위해 그런 엄청난 힘을 동원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하도시 통신’이 있는 한,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한, 외눈박이 신의 눈이 유일한 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외눈박이 신 대신, 천 개의 겹눈을 가진 신을 꿈꾼다. 감고 있는 눈이 뜨이고 닫혀 있는 입이 열려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세상에 천 개의 겹눈을 가진 신이 있다. 천 개의 겹눈이 겹쳐져 맺는 상 안에 그들의 아름다운 나라가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저마다 한 개의 눈을 이룰 때,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눈 하나하나가 모일 때 그것은 천 개의 겹눈을 가진 신을 향한 아름다운 시작일 것이다. 그들과 함께 우리도 아름다운 나라를 꿈꿔 본다.

“눈을 떠 봐.
매일매일 너는 너의 세상을 창조하며 사는 거야.
매 순간순간 너의 눈길이, 너의 말이,
네 심장의 고동이 이 세상을 살아 있게 하는 거야.”

목차

1. 나는 아침마다 벌레가 된다
2. 환각
3. 비둘기 편지
4. 의혹
5. 지하도시
6. 태양이 빛나는 밤에
7. 공부 잘하는 기계
8. 지하도시 통신
9. 나는 내가 누구일지를 모른다
10. 나는 화살은 멈추어 있다
11. 방문객
12. 얼음의 성
13. 식인의 거리
14. 트로이의 목마
15. 부르는 소리
16. 지하도시가 봉쇄되다
17. 이카루스 통신
18. 신은 천 개의 겹눈을 가지고 있다
19. 제논의 화살
20.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3.04.09~
출생지 충남 당진
출간도서 67종
판매수 32,158권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국어 교사 생활을 하며 시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1985년 교육 개혁을 부르짖은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과 옥고를 치렀다. 1989년에는 초대 정책실장으로 전교조 창립을 주도했고, 15년의 해직 기간에도 아이들에게 현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출판, 저술 등 교육 민주화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였다. 한국 최초의 판타지 연작 동화인 '고양이 학교' 시리즈는 프랑스, 중국, 일본, 대만,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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