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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 스티커 : 황보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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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황보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4년 01월 25일
  • 쪽수 : 168
  • ISBN : 978895469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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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러니까, 이 스티커에다가 이름을 써서 화분에 붙이고 뭔가를 빌면 그게 이루어진다고?”
_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이상한 민구의 이상한 능력

중학생 은서는 어느 날 별로 친하지도 않은 강민구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재욱이 요즘 들어 잠을 못 자는 이유도, 공부 잘하던 양도훈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이유도 모두 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그만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써서 화분에 붙이고 뭔가를 빌면 그게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민구, 그리고 그 힘을 이제 너를 위해 쓰고 싶다고 말하는 민구의 뜬금없는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꾸만 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만드는 아이, 말을 할 때 사람 눈을 잘 쳐다보지 않는 민구지만 데이케어센터에서 돌아온 할머니를 세심하게 챙기는 행동을 보면 심성은 착한 애 같기도 하다. “민구는 이상한 녀석인데 그런 우리 민구의 여자친구일 리는 없고, 그냥 친구 같지도 않고.”라는 말로 은서의 마음에 들어 버린 명두 삼촌까지, 어쩌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아이스크림을 까먹게 되었지만 은서는 끼지 말아야 할 데에 끼어 있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어쩌면 민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지도.

출판사 서평

우리 청소년문학에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킬 새로운 작가의 탄생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황보나 『네임 스티커』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 지닌 작고도 반짝이는 힘을 그린 김수빈의 『고요한 우연』,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주인공이 서서히 내일을 꿈꾸게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문경민의 『훌훌』, 관계의 피로함에 지친 우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로 33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황영미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를 이을 올해의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중학생 은서와 민구가 서로의 결핍을 나란히 응시하며 괜찮지 않은 나날들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 『네임 스티커』이다.
황보나 작가는 가벼운 걸음으로 진행되는 듯하다가 돌연 뭉클함을 선사하는 서사, 절묘한 매력을 갖춘 등장인물의 면면, 섬세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을 가지고 처음으로 청소년 독자들을 만난다. 정상 범주라고 여겨지는 모습을 벗어난 다양한 가족의 형태, 성고정관념, 직업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 등 다름과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반영하는 여러 설정이 등장하지만 그저 전시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고 범상하게 다루어 내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이 작품이 갖는 시선의 윤리성은 단연 돋보인다. 소설을 읽을 독자는 물론, 작품의 주인공으로서의 청소년을 존중하는 담백한 작가의 태도 때문이다.”라는 송수연 평론가의 심사평은 믿음직한 작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불안, 질투, 사랑, 원망,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던 은서가 붙잡은 것은

지금부터는 원래 없던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각자 잘 살자는 말을 남긴 채 떠나간 엄마, 언제나 그 애의 모든 것이 신경 쓰이지만 정작 나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이 혜주, 친구 없이 지내는 교실에서의 하루하루와 유일한 말벗인 한 살배기 동생 루비, 나를 챙겨 주는 마음이 진심인 것은 알지만 그 온기가 아직은 어색한 루비 엄마.
만만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은서가 터득하게 된 것은 상대가 모르게끔 상대방을 관찰하는 요령, 궁금한 질문들을 꾹꾹 눌러 없애는 법, 매순간 어떤 계산을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다쳤으면 좋겠다는 어두운 욕망이다. 민구가 내민 빈 네임 스티커에 충동적으로 두 개의 이름을 적어 건넨 뒤, 은서의 마음속을 휘도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점점 거세져 간다.
한편 그러는 사이, 새로운 관계들이 조금씩 은서의 세상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속눈썹이 긴 명두 삼촌은 남다른 세심함으로 은서를 위로하고, 아이처럼 어디에나 끼고 싶어 하는 소슬덕 할머니는 귀여움을 무기로 은서를 웃게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은서의 가방에 달린 인형을 먼저 건드리곤 하지만, 때로는 놀랄 만큼 거침없이 직진하는 민구는 어느새 은서의 눈을 오래 마주볼 수 있게 된다. “엄마는 은서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루비 엄마의 말이 이제야 은서의 마음 안에 따뜻하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은서 너를 알게 된 후 나에게는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긴 거야.”
_괜찮지 않은 나날들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떨리는 손으로 두 개의 이름을 적었던 은서, 그러나 건네주는 은서의 얼굴이 산뜻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빌 수 없었던 민구. 이로써 마음이 가진 힘에 대해 돌아보게 된 두 아이는 그동안 무겁게 짓눌러 왔던 자신들을 향한 미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그 힘을 동력 삼아 일어나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막다른 벽 앞에서 힘차게 스스로를 구해 낸다.
경쾌한 대화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여 가뿐한 보폭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그 마지막에 이르러 무방비 상태의 우리에게 또렷한 감동을 안긴다. 괜찮지 않은 나날들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별하고 희귀한 자원이 아니라 이상한 존재들을 이상한 힘으로 끌어안는 이상한 사랑임을, 사려 깊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산뜻하지 않음을 느낀다면 잠깐 멈춰도 좋을 것 같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심사평

소수자성을 전시하는 데 그치는 일련의 작품들 속에서 이 작품이 갖는 시선의 윤리성은 단연 돋보인다. 소설을 읽을 독자는 물론, 작품의 주인공으로서의 청소년을 존중하는 담백한 작가의 태도 때문이다. _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청소년 소설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요란한 치장이나 과장 없이도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_유영진(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이 작가의 문장 뒤에는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다.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은 것. 그것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_윤성희(소설가)

주인공 앞에 놓인 삶의 과제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욕구는 지독한 결핍과 맞닿아 있고, 내면의 불안과 의심은 언제든 공격성으로 표출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날뛰던 은서의 마음을 고이 가라앉힌 것은 결국 은서 자신이다. 이 작품은 스스로를 구한 은서의 이야기이자 은서를 구한 이상함에 대한 이야기다. _진형민(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읽는 내내 즐거웠고, 즐겁게 당황했다. 미움을 억누를 수는 없지만 치명상을 입히고 싶지는 않은 어떤 연약한 마음을 느꼈다. 이런 마음이 소설을 빛나게 하고 있다. _이선주(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추천사

황영미(『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모범생의 생존법』 작가)
“이상해야 해요?” 이 문장을 읽고 울컥했다. 이 작품은 정상성이라는 명목 아래 숨은 폭력성을 깜찍하게 무력화시킨다. 도파민 인류에게 독서는 권장 사항이 아니라 긴급처방이라고 한다. 은서와 민구의 세계로 천천히 따라 들어가다 보면 나타나는 청량한 인간 동네에서, 낡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시원한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혜정(『오백 년째 열다섯』 『헌터걸』 작가)
세상은 아주 못된 사람과 아주 착한 사람보다는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이상하고 적당히 괜찮은 사람들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나도 적당히 못되고, 적당히 이상하고, 적당히 괜찮아도 되지 않을까? “나 이상하지 않아?”라고 물으면 은서와 민구가 “자의식 과잉이야.”라고 말해 줄 것만 같다. 남과 다른 자신을 걱정하는 십 대들과 함께 이 소설을 읽고 싶다.

김진해(알라딘 청소년 MD)
마음은 어떤 물질도 아니면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른 듯하다. 주인의 의지에 따라 모습이 생기고 힘을 발휘한다. 소설의 주인공도 마침내 마음의 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자신 안에 있다는 것도.

최지은(교보문고 청소년 MD)
은서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보다 자연스럽고 평온하다. 자신을 둘러싼 '이상한' 사람들, 그 속에서 받은 상처는 묻어두고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어린 질투와 미움이 무색할 만큼 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우리 마음의 뒷면을 보살펴 주는 이야기.

목차

1. 이상한 강민구 ㆍ 07
2. 꽤 괜찮은 명두 삼촌 ㆍ 17
3. 신경 쓰이는 유혜주 ㆍ 30
4. 잠들 수 없는 이재욱 ㆍ 37
5. 떨어지고 있는 양도훈 ㆍ 48
6. 두 개의 이름 ㆍ 57
7. 루비야, 루비야 ㆍ 64
8. 야, 고은서! ㆍ 73
9. 딸꾹거리는 신승희 ㆍ 86
10. 소슬덕 할머니와의 이별 ㆍ 103
11. 산뜻하지 않아서 ㆍ 118
12. 바나나우유와 육각정 ㆍ 132
13. 적당한 거리 ㆍ 145
14. 고은서가 적은 이름 ㆍ 154

작가의 말 ㆍ 166

본문중에서

“그 이상한 힘을 왜 나를 위해 쓴다고 하는지 묻는 거야.”
일단은 민구의 이상한 능력도 탐탁지가 않았지만, 나를 위해 쓰겠다는 말은 더 마뜩지 않았다.
“왜냐면…….”
샬레에 담긴 물에 빨간 잉크가 한 방울 떨어진 것처럼, 민구의 얼굴이 서서히 발그레해지는가 싶더니 전체적으로 붉어졌다. 나는 민구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이 까닭 없이 두려웠다.
“왜냐면, 내가 너를 좋아해.”
최악이다. 내가 강민구의 고백을 받다니.
_14쪽

나의 태명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이 루비에 대한 나의 질투로 해석이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석은 루비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 게 뻔했다. 나를 더 챙겨 주게 될 테고, 나를 더 신경 쓰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나의 궁금증을 꾹꾹 눌러 없애는 편이 나았다.
_26쪽

민구가 방으로 들어가서 네임 스티커와 펜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이름 써.”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입술을 힘주어 앙다물었다. 빨간 테두리의 작은 네모 공백에 나를 낳아 준 엄마의 이름을 썼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도. 손이 떨려서 파들파들 흔들리는 글자가 되고 말았다.
_62쪽

“은서 너는 왜 내가 아무렇지도 않니?”
내 몫의 그릇에 붙은 랩을 떼어 주며 명두 삼촌이 물었다. 나는 명두 삼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잠깐 정적이 흐른 후, 비 오는 날 만났던 삼촌 모습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이해했다.
“왜 아무래야 해요?”
내가 되물었고 명두 삼촌은 대답하지 않았다.
_89쪽

“아, 잠깐만 은서야.”
“왜요? 차에 뭐 두고 왔어요?”
“아니.”
“그럼요?”
“고은서, 정신 차려!”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등짝 스매싱이었다. 진짜로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와락, 루비 엄마를 안아 버렸다. 루비 엄마가 나를 마주 안아 주었다. 내게는 없을 줄 알았던 불꽃이 마음속에서 타닥타닥, 기분 좋게 타는 소리를 냈다.
_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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