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이후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인지도가 급상승하는 느낌입니다. 국내에 막 소개된지 6개월 정도밖에 안됐는데 한두달에 한 권 정도는 꼬박꼬박 그의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사쿠라이 쇼와 키타카와 케이코라는 두 인기배우가 주연을 맡은 '수수께끼 풀이-' 드라마가 꽤 좋은 시청률을 올리면서 아라시 팬들을 중심으로 한 일드팬들에게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지요. 역시 확실한 캐릭터와 쉽고 빠른 이야기 전개, 그리고 작가의 유머감각이 한일 양쪽에서 잘 먹혀들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이번에도 그런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 예전에 '수수께끼 풀이-'의 감상을 쓰면서 히가시가와 도쿠야에게 '20년만에 다시 부활한 아카가와 지로!'라는 수식을 붙여준 적이 있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도 그런 수식이 아깝지 않을 이야기네요. 왠지 만담을 듣는 것 같은 첫머리부터 시작해서 중간중간 이야기가 평이해지려고 할 때마다 작가의 개그가 터져나옵니다. 근데 또 그 개그라는 게 그렇게 막 웃긴 건 아니고, 그냥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적당히 업시키는 수준의 - 직급으로 따지면 부장님까지는 좀 너무하고 대리 정도가 할만한 개그랄까요. 답답한 부분없이 휙휙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여전해서 서점에서 사들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죽 읽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게 읽다가는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기 십상입니다.
. 예. 의외로 트릭 부분이 괜찮거든요. 사실 알고 보면 어디서 봤다 싶고 말이 안된다 싶기도 하지만 막상 모르고 볼 때는 휙휙 넘기던 책장을 멈추게 하는 그런 트릭이 준비되어 있었던 겁니다. 어차피 나오는 사람이 너무 뻔하니까 범인 맞추기 같은 건 접어두고 그 대신에 '누가 했는지'가 아니라 '왜 모순이 생기는지'를 문제로 제시해서 속도도 늦추지 않고, 문제는 문제대로 제시하면서 부담없는 마음으로 읽던 독자들의 발목을 잡아채는데에 성공한 것이지요. 사실 '수수께끼 풀이'를 읽었을 때 유머 미스터리의 추리수준이야 뭐 그냥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막상 이 소설이 데뷔작이란 말이죠.... 흠흠-_-;
.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밀실의 열쇠를-' 부터 우카이 형사가 등장하는 '이카가와 시'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는데, 히가시가와 도쿠야를 아카가와 지로의 업그레이드 판(-_-;)으로 보고 있는 제게는 이 시리즈의 제목을 아카가와 지로에게서 따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물론 '이카가와시'라는 전혀 별개의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왠지 발음이 비슷한 걸 노린 작은 장난이 아닐까 하는 근거없는 망상도 해보고.. 과연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도 역시 유머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아카가와 지로 류(^^;)의 미스터리를 볼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
- 좋은 책 보내주신 지식여행 편집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