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제에 대한 책 중에서도 교사의 내면의 모습을 다룬 책이라는 점이 좋았다. 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흔히 수치화 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지기 일쑤이다. 교사의 교수 학습 방법, 학급 경영 방법 등에 관한 분석이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교사의 내면의 문제, 마음 속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교사들이 좀 더 자신의 본연의 문제와 직면하고 교육관에 충실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교사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다루는 것을 피하고 교사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갖기를 강조한다. 어떤 교사들은 교사의 역할을 배우처럼 '연기'한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교사의 권위나 학점 등을 무기로 그 뒤에 숨는 것이다. 자아의 모습과 교육자로서의 모습이 분열된 채로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늘 마음 속이 불편하다.

분열되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것도 큰 용기의 일부분일 수 있다. 자칫 수업이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사를 훌륭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그에 솔직하게 가르침을 시행하는 것이 교사도 학생도 행복해지는 길이 될 것 같다.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고독과 침묵, 명상적인 독서와 숲 속 산책, 일기 쓰기,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 찾기 등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라는 것이다.

교사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교육관과 학교가 원하는 교육의 모습, 학생들의 요구, 학부모들의 요구가 일치하지 않아 괴로울 때가 많다. 자주 그런 일을 겪다가 느끼게 된 것은 '모두에게 맞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내가 모두 통제하려들기 시작하면 나는 끝이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지고 만다. 자주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들어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 묻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주제를 초점으로 하는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가르치는 방식은 서로의 상호의존성을 해치는 것이다. 하지만 배워야 할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교사중심모델과 학생중심모델의 좋은 점을 취해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할 수 있으며 학습 목표에는 보다 분명하게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인종차별을 다룬 그 어떤 책보다 이 책이 끌리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문제와 계층간의 차이, 듀이의 이론을 바탕으로 했던 학교 교육의 문제점들을 모두 다루면서도 어린 아이의 시선을 빌려 무겁지 않게 표현했고 사건의 전개는 흥미로우며 미스테리한 부분들이 풀려나가는 재미와 반전도 있다.

내용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흑인 톰과 백인 메이옐라의 재판 장면일 것이다. 때로는 사실보다도 사람들의 편견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며 이것은 진실을 호도하고 가리고 심지어는 왜곡한다는 것을 여실히 지켜볼 수 있었다. 흑백의 인종차별이 심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모든 정황이 톰의 결백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재판은 메이옐라의 승리로 끝난다. 톰의 변호를 맡은 주인공의 아버지 핀치씨는 흑인의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을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핀치씨는 말과 행동과 사생활과 대외 생활이 일치하는 본받을 만한 사람이다. 특히 핀치씨의 교육관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스카웃은 그 시대에 지켜야 했던 여자아이로서의 법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활을 하며 지낸다. 주로 남자아이들과 활발하게 놀면서 멜빵바지를 입고 조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스카웃의 오빠는 사춘기를 맞아 다소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핀치씨는 자기 멋대로 아이들을 휘두르려는 생각이 없다. 아이들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아이들이 나아갈 것을 믿어주는 사람이다.

스카웃 남매는 그들이 장난을 일삼았던 옆집 아서 아저씨 덕분에 이웰씨의 습격으로 인해 죽을 뻔했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은둔자라는 이유로 소문만 무성했던 그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웃이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지 말고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대목이었다.

아주 독특하고 호기심을 끄는 인물들이 나와서 기대를 많이 했나보다. 다 읽고 난 느낌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몸에서 전기가 나와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능한 제이, 가난한 와이, 부유하지만 우울한 케이. 세 인물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가 어렵고 살아가는 데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제이의 집을 찾아주면서 서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로드무비와 같은 형식의 소설이다.

제이의 경우 여타 다른 소설에서 보지 못한 특이한 인물이었다. 전기와 물만 먹고 살고, 게다가 전기의 맛까지 아는 인간이라니 말이다. 제이는 쓸쓸한 맛을 좋아해서 와이의 집에 들어왔다고 했다.

타인의 접근을 차단할 수밖에 없는 제이의 삶, 그로 인해 숲속에 고립되어 살아온 제이의 삶은 고독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과 친밀감을 느낄 수 없는 삶이 안타까웠다.

케이는 동정이 많이 갔던 인물이다. 부유하지만 따뜻함이 없는 가족간의 관계에 염증을 느끼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자해와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평범한 나로서는 '돈 많은 사람이 무슨 고민이 있지?'하는 생각이 들고 그의 극단적인 행동들이 떼쓰는 아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돈으로 인해 참된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그의 처지는 아마도 자아를 상실한 채 돈이라는 텅빈 껍질만 가지고 살아가는 듯 느껴지기도 해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진 게 없어 번번히 좌절을 경험하는 와이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이 셋의 조합으로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소설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들의 허울을 벗어버린 자아 찾기를 보게 된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