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하면서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인맥 멘토 역할을 하는 이의 인맥관리 비결이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결국 깨닫게 된 것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사람을 끌려고 하는 시도는 실패한다.

SNS가 발달한 현대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매력을 알리려 애쓰고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인맥은 자기의 매력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아끼고 배려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인맥에 관해 보다 근원적인 해답을 가진 이 책은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인맥을 유지해 나가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다른 사람을 나에게 끌어들이는 방법을 배웠다기 보다 나 스스로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 괜찮은 사람, 오래 갈 수 있는 사람,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한 가장 교과서적인 부분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것이야말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배워야 하는 것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내가 남의 인맥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 가족에게 잘 하라는 것, 사람을 10년 사귈 사람처럼 만나라는 것 등이 그렇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남보기에 먼저 사귀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인격의 향기와 프로다운 면모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늘 자신을 채찍질하고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즉 진정한 인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덕을 쌓으라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도덕적인 가르침이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결국 해답은 남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를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각이 부족한 청소년 혹은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이 가진 함의를 모르고 강호나 이경, 도윤의 겉모습만 따라할까 싶어 쉽사리 추천쪽에 손이 가지는 않지만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주변에서 쉽게 그 유형을 찾을 수 있는 아이들이라 마음에 와 닿는 바가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국의 청소년 책들과는 다른 무거운 느낌에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외국의 청소년 책들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과정을 밝게 그려놓았다. 얼마 전 읽은 '홈으로 슬라이딩'도 그렇고 예전에 읽어 본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도 그랬다. 아이들은 시련을 겪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은 경쾌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청소년 소설들은 주제들이 상당히 무겁고 자아가 억압된 환경을 많이 그리고 있으며 문제 해결 방식도 거칠다. 우리 나라의 환경이 그만큼이나 청소년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이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억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보니 상처입은 아이들의 분노가 뿜어져나온다.

강호의 경우에는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자꾸만 바뀌는 새엄마 등 가정의 문제가 그려진다. 도윤은 입시위주의 환경에서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억압되는 청소년들의 답답한 환경이 보인다. 이경의 경우에는 학생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권위적으로 막아서는 교육환경의 문제를 보게 된다.

대화와 소통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회로 점점 나아가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접하고 있는 환경은 아직도 입시 지옥, 그에 다름이 아니다. 과밀학급, 경제적으로 소외된 학생의 문제, 부적절한 가정환경, 교과 위주의 교육환경 등 교육의 체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대안은 막막하기만 하다.

방황하는 세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밴드를 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가. 하지만 입시 중심의 학교는 학생들의 이런 작은 꿈 하나도 허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 공연부분에서 도윤의 엄마는 그토록 반대하던 밴드의 연주를 보러 온다. 아이의 자아를 인정하는 작은 발걸음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 화해라고 보아도 좋을까.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도윤의 형의 말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명문대 다닌다고 모두다 엘리트는 아니라고. 자신은 지진아가 된 것 같다고. 뭐든지 알아서 해주던 습관은 결국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만들게 된다. 스스로의 갈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청소년에게 있다고 보는 것,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참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필리핀으로 유학 간 아이 유니스의 이야기다.

이국적인 풍경과 우리식 이름에 외국식 이름이 혼합된 인물들의 이름에서 외국 유학 중임을 드러내는 표현들이 색달라 눈길을 끌었다. 유학이 마냥 신기하게만 여겨지지는 않는 요즘 시대, 유학을 간 유니스에게서 어떠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관심이 많이 갔다.

이야기 자체로는 유니스는 기구한 운명임이 틀림 없었다. 필리핀 유학이라고 하면 있는 집에서 보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니스의 경우에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유니스의 엄마는 유니스를 너무 일찍 낳았고 미용실을 하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무리해서 아이를 유학을 보냈다. 게다가 그 엄마는 유니스가 유학 중일 때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 생활비가 끊긴 유니스는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게는 물론, 곧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암담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채로 말이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 유니스에게는 그동안 학교에 다니느라 보지 못했던 자신의 주변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주변의 풍경도,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색을 해볼 수 있게 하는 대상이 된다.

불행의 한 가운데에 있음을 감지한 아이가 절망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며 사색하는 모습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에는 유니스가 담담하게 서술한 그녀의 내면 세계가 드러나 있다. 또 어머니와 연락이 끊겼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던 데니스 아줌마의 자살 소식까지 겪으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인 고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소설은 고독을 표현한 것, 그게 다라는 것이다. 뭔가 다른 사건이 일어나겠거니 기대하고 기대하다가 그냥 소설이 끝나버렸다. 유니스를 버린 엄마, 데니스 아줌마도 그 이유를 모른 채 말이다. 어딘가 소설이 덜 끝난 느낌, 그리고 덜 읽은 느낌, 그것이 많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