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달려와 조금 숨고르기를 하는가 싶었더니 벌써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두려운 것은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이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나와 마흔의 나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문제 의식에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저자는 여러 차례 인생의 굴곡을 겪었고 실패를 맛보았다. 그러면서 결국 근본을 돌아보는 가치관을 갖게 된 것 같다.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숨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쉼표를 주는 듯한 내용들이 많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라는 것, 남의 탓을 하지 말라는 것, 인간관계를 잘 돌아보라는 것 등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은 치열하게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특히 가족들과 친밀한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라는 것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일에 빠져 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수록 남는 것은 외로움 뿐이다. 덤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사실 내 인생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살기보다는 하루하루 닥치는 일만 처리하면서 살기에도 피로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인생의 선배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는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긴장의 연속이고 몸은 여기저기가 아팠다. 어느 장소에 있어도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날은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자연히 주변 인간관계에도 소홀해지고 특히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 결국 아이가 아파서 일을 1년 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제 '행복'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마흔은 그래서 좋은 나이가 아닐까. 서투름 없이 숙달되게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잡혀 있으면서도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행복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2권에서는 1권에서 의문으로 남겨졌던 모든 갈등들이 극적으로 해소된다. 속도감 있고 아슬아슬 긴장감이 있는 내용 전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선, 스타시커 1에서 가장 궁금했던 나탈리의 이야기가 아주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리틀 부인은 사실, 나탈리를 유괴했던 것이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고 사는 외로운 부인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아무 편견도 갖지 않은 정신연령이 낮은 맹인 소녀였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가시돋친 시선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던 리틀 부인의 지독한 외로움이 묻어져 나왔다. 루크는 집요하게 이 문제를 캐내 아무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은 채로 나탈리를 자기 집으로 돌려보낸다. 리틀 부인을 충분히 곤경에 빠뜨리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음에도, 루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루크의 따뜻한 마음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리틀 부인은 루크가 연주하는 연주회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준다.

너무 지독해서 이가 갈릴 정도로 루크를 괴롭히던 스킨 패거리 아이들은 결국 루크가 종종 마음 놓고 쉬곤 했던 루크의 나무에 방화를 하는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다. 루크가 나무 위에 지은 집에 있는 채로 말이다. 아이들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범죄이다. 그 일로 스킨 패거리 아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루크를 방황하게 했던 어머니의 남자친구는 스킨이 저지른 방화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했던 루크를 도와주다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한다. 루크도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소년의 사고에서 벗어나 아저씨를 인정하게 된다.

루크가 리틀 부인을 보호하면서 나탈리를 집으로 돌려 보냈던 것,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크를 구해 준 것 등 마음이 뿌듯해지는 사랑의 장면들이 있어 좋았다. 루크가 자신의 연주실력을 의미있는 곡을 연주해서 발휘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린 소년의 비뚤어진 마음을 돌려놓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의 마음이 긴 여운을 남게 한다.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책 표지가 어울리는 낭만적인 느낌의 소설이다. 주인공 루크가 처한 상황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지만 남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주인공 루크의 음악에 대한 재능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는 한없이 환상적인 느낌에 빠져든다.

주인공 루크는 여러모로 난관에 처해있다. 참 이렇게 딱한 주인공이 있을까 싶다. 사춘기를 맞은 나이의 아이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더불어 엄마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 마음의 상처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짐작이 된다. 루크는 자신의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나쁜 친구들에게 휘둘려 구타를 당하고 나쁜 심부름을 하기에 이른다. 아버지를 잃은 마음의 상처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잊게 만들었을 것이며 그래서 더더욱 쉽사리 좋지 않은 친구들 무리에 있으면서 학교 생활도 가정에서도 형편없는 아이가 되도록 했을 것이다.

루크는 스킨 패거리 아이들이 리틀 부인이 애지중지하는 상자를 훔쳐오도록 한 심부름을 하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 나탈리를 만나게 되었다. 거의 사교 생활을 하지 않고 은둔해 있는 리틀 부인의 집에 이런 아이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그 아이가 루크의 연주 실력에 반응을 보이는 것에서 정말 여러 가지 수수께끼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에서는 불운한 루크의 삶과 루크와 비밀에 가려진 소녀 나탈리의 만남이 주로 그려져 있다.

루크는 아주 말썽쟁이인 듯 보여지는 행동을 하지만 음악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 재능을 고리로 아버지와 연결이 되어 있다. 아버지 역시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던 분이었던 것이다. 잠시 가려져 있는 천재성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빛을 발한다면 루크에게도 삶의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했던 1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