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무경과 딸 다혜는 불편한 동거를 한다. 무경이 다른 여자를 데려온 남편에게서 쫓겨날 때 딸을 두고 왔기 때문에 한참을 떨어져 살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죽고 나서 12살이 된 딸 다혜를 고모가 무경에게 맡긴다. 하지만 다혜는 17세의 어느 날 가출을 한다. 
이 책이 가출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청소년의 가출 문제를 다루는 내용인가 생각하고 글을 읽었는데 의외로 따뜻하고 흥미 진진한 내용들이 펼쳐졌다. 무경은 다혜를 직접 찾는 대신, 다혜의 이메일로 편지를 보낸다. 바로 자신이 17세에 감행한 가출에 관해서 말이다. 딸에게 17세의 무경이가 되어 그 당시 가출의 이유를 메일로 적어보내는 독특한 형식이 흥미를 끈다. 딸이 집을 나갔다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에 대해 아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무경은 섣불리 딸을 찾아 나서서 집으로 끌고 오는 대신 우회적인 방법으로 딸의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무경의 가출의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진로 문제 때문이었다. 여성 교육에 대한 비우호적인 사회 분위기와 넉넉지 못한 살림 탓에 무경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가출을 해서 취직을 한다. 여기서부터 무경의 험난한 삶이 시작되겠구나 싶었는데 무경은 어정쩡한 직책을 맡기는 했지만 실험실에서 귀여움을 받고 분위기가 좋은 회사에서 비교적 평이한 일을 하며 지낸다. 정식으로 직책이 있는 사원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중졸이면서도 고졸 사원들이 들어가는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고 늘 무경을 그림자처럼 비호해주는 이강우씨도 있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처음부터 무경을 찍었다며 무경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고 실습생 차현도 있다. 그리고 실험실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경을 귀여워한다. 무경도 자신의 입지를 잘 알기 때문에 눈치 빠르게 일을 잘 해낸다. 진로로 인해 가출을 감행하고 상급학교 진학도 포기한 것에 비하면 무경은 편안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대로 무경이 그 생활에 안주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무경은 자신의 입지가 굳어지고 책임이 있는 사원으로 승격이 되고 나자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넘고 싶은 고지를 넘고 나니 허탈함이 찾아오면서 가지 않았으나 미련이 남아 있는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든 것이다. 결국 무경은 누구도 이해 못할 것같은 가장 좋은 상황에서 회사를 떠나 검정고시 준비와 대입 준비를 한다. 
무경의 17세의 가출은 자신을 찾아 나서는 여행과 같았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상황에서 회사에서도 근무하게 되고 그러다가 손을 놓게 되었던 공부도 다시 시작해 보는 인생에서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던 시기였다. 아쉽게도 17세에 가졌던 그 열정은 공부를 시작하면서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타게 되고 결국 무경은 결혼에도 실패하고 뒤늦게 찾은 딸은 가출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맞는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결말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생각되었다. 무경이 늦게 시작한 공부로 완전히 성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면 오히려 이 소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아무리 중학교 때 우수반을 놓치지 않고 잘했던 아이라도 한 번 공부에서 손을 놓게 되면 그 후엔 걷잡을 수 없이 공부하기가 어려워진다. 책에 나오는 임실장의 말 '공부는 제복을 입었을 때 잘 하게 된다'는 말이 의미 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했던 대목이었다. 
다혜의 가출은 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보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족의 해체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 요즘 다혜와 같은 가정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같이 살지 않던 엄마, 같이 살지 않던 딸을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겪었던 서로에 대한 묘한 불편함과 갑자기 생겨난 딸을 돌봐야 하는 엄마에게 느끼는 다혜의 미안한 감정들이 얽혀 가출을 유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인물들이 꽤나 실제적이고 정감있게 그려졌다는 것과 우리의 어머니 세대의 사회적 배경을 나타내는 소재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실제 있는 사람인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고 왕다방이니 고고장이니 DJ니 하는 소재들은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재미를 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던 로알드 달의 단편집이다.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각 내용들은 마지막에 반전(反轉])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진행을 쭉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허를 찌르는 결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0편 중에 결말을 맞춘 것은 ’목사의 기쁨’밖에 없었지만 뒷 부분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며 읽는 즐거움이 읽는 내내 느껴졌던 책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특이한 결말만이 이 책의 매력은 아니다. ’항해 거리’, ’피부’ 등에서는 맹목적으로 돈에 큰 가치를 매기는 현대인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돈 때문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게 된 사람, 그림을 차지할 목적으로 불쌍한 노인을 이용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물질만능주의적 세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또 이 소설에는 유난히 ’내기’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 포도주의 원산지를 놓고 벌이는 내기를 그린 ’맛’, 라이터가 잘 켜지는지 여부를 가지고 내기를 하는 ’남쪽 남자’ 등의 단편이 그러하다. ’항해 거리’도 사실은 도박에 큰 돈을 걸었다가 망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이므로 ’내기’와 무관하지 않다. ’내기’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요행수를 바라야 하는 도박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복불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무관한 요행수를 바라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지나치면 도박 중독이 되거나 무모한 내기에 희생이 되게 된다. 사람들의 이러한 점을 꼬집은 단편들도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편도 있었다. ’하늘로 가는 길’의 경우에는 남편이 어떻게 되든 말든 비행기 시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정하게 떠나버린 부인을 보며 다른 사람이 무슨 큰 일을 당하든간에 자기 자신의 사소한 불만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보는 듯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딸이 죽었다. 그것도 자신의 반 학생 두 명에 의해서 말이다. 이 학생들은 열 세 살이라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여교사는 사적인 처벌을 내리기에 이른다. 두 아이의 급식 우유에 에이즈 균이 섞인 피를 주입하여 마시도록 한 것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가 연속극 20편은 모아둔 것 같이 굉장히 전개가 빠르고 충격적이었다. 여교사는 교실에서 살인자 두 명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모든 증언을 남기고 교직을 그만두었다. 나는 워낙 사건 전개가 빨라 여기서 모든 이야기가 종결된 것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여교사의 고백에 뒤이어 살인을 저지른 학생과 그 학생의 주변 인물들의 고백이 이어지면서 두 학생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흥미 진진하여 끝까지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 어려웠던 소설이었고 결말도 싱겁지 않았다. 
우선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열 세 살이라는 이유로 이 학생들이 살인을 저질렀는데도 그냥 용인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지만 요즘 범죄 연령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고 그 수법이나 내용도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두 명의 범죄자들도 처음에는 호기심, 장난으로 계획한 범죄였지만 결국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심지어 자신들에게까지도. 개인적인 처벌을 내린 여교사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소년 범죄에 대해 더 이상 방관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살인 후 인생이 파국으로 치달은 나오키와 와타나베에 대해서도 그들의 인격과 인간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열 세 살이면 어리기는 하지만 치기가 있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는 제법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나이이다. 하지만 아직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둘 모두 성격상의 문제점이 있었다. 나오키는 있는 듯 없는 듯 소극적이면서도 나름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성격의 소유자이고 와타나베는 헤어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지나쳐 자신의 재능을 무조건적으로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심이 많은 아이이다.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지나쳐 희생양을 만든 그들을 보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