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후 센터에 잠시 다녀간 아들.
배가 고프다는 엄마를 위해 빵을 잔뜩 사다준다.
친구랑 같이 오라고 했는데 아들은 혼자서 왔다.
고창에 온뒤로 아들은 친구가 별로 없다. 거의 혼자서 지내는 듯하다.
마음을 열고 친구를 사귀는 일에 관심이 없고 빨리 고등학교 시절이 끝나기를 바란다. 자공고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던 아들은 단지 시골의 학교여서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극이 전혀 없는 학교 분위기와 문화가 질식할만큼 힘들고 속상한가 보다.
교칙은 그저 교칙일뿐 지키는 아이들은 없고,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을 피하기위해 귀닫고 눈감은 선생님들 틈에서 불합리함을 견뎌야 하는 아들의 갈등과 외로움이 얼마나 클지 알 거 같다. 특히나 내 아들은 융통성이 부족한 첫째고 규칙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한 아이다.
"고등학생이 술마시고 담배피우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요? 전 절대 이해못해요.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요."
세상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때로는 술 담배를 찾는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을... 폭넓은 견해를 밝히면 아들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슬퍼한다.
부모의 도움없이 스스로 대학입학에 필요한 준비를 다 한 대견한 아들.
"면접볼 때 데려다 주실거죠?"
여건을 고려해 한군데 외에 모두 국립대에 지원했다고 한다.
학비보다 오히려 기숙사비가 엄청 비싸다며 웃는다.
재잘대며 한참 이야기하다가 "이렇게라도 얘기할 수 있는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예요" 한다. 그래 고맙다. 힘들고 외롭게 혼자 감당해야 했을 너의 지난 봄과 여름을 훗날 아프지 않게 추억할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가니 서둘러 돌아가는 아들을 배웅하고 아이가 앉았던 의자의 미적지근한 온기를 쓸어본다. 어미란 이런 존재인가.
"너 자위할 때 쓴 휴지는 좀 치워줘야 되지 않겠니? 별이(3개월된 강아지)가 물고 나오더라. 이그 이눔아~~"
"알았어요. 주말에는 한번씩 해줘야돼요. 안그러면 기숙사에서 몽정해요."
"누가 하지 말라니. 하되 뒷처리를 깔끔하게 해달란 말이지."
"알았어요."ㅋㅋㅋ
나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웃으며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