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의 표지가 시원하면서도 따뜻하다. 차가운 느낌의 푸른색이 왜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순하디 순한 모습,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기공룡에게 귀 기울이고 있는듯한 어미 공룡의 모습에서 단박에 주인공들이 착한 공룡들이겠구나! 싶었다.
알록달록한 무지개 공룡들의 낙원인 무지개 초원에서 어느 날 보랏빛 아기공룡이 태어난다. 녀석은 특이하게도 밖으로 돌출된 작은 귀를 달고 태어났다. 때문에 아기공룡은 멀리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도 예민하게 들을 수 있다. 알 속에서도 들리던 그 소리를 실제로 듣게 된 아기공룡은 수와~ 하고 소리를 내본다. 수와- 수와- 수와-. 그리하여 아기공룡의 이름은 수와-가 되었다.
무지개 초원의 아름다운 공룡들은 초식공룡이다. 당연히 초식공룡을 먹이로 삼는 무서운 육식공룡이 있다. 타르보사우르스는 무지개 공룡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육식공룡으로 수와의 예민한 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특이한 귀를 달고 태어난 수와-가 한번쯤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으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들이 살기 이전의 세상에서 공룡들은 평등하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살았구나 싶어 잠시나마 떠올렸던 부정적인 내 생각들이 씁쓸하였다.
어느 날 빗소리에 취해 정신없이 숲속으로 들어간 수와가 딱 마주친 벨로키랍토르와의 만남, 이후 비밀 둥지에서 마주친 악어공룡 시루와의 만남은 수와- 삶의 전환점이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허밍(노래)이 수와의 생명을 구한다. 만약 수와-가 겁쟁이였다면 잡아먹힐 위기에 처했던 첫번째 위기 이후 위축된 행동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수와는 홀로 비밀 둥지를 찾았고 그곳에서 육식공룡인 '시루'를 만나게 된다. 수와의 삶은 '시루'를 만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때부터 모험을 통해 두려움을 이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익히고, 리더십과 지도자 수업을 받는 시루의 이야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호수'를 가장 큰 물로 아는 수와와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를 아는 시루의 세계관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시루를 만남으로써 수와-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 눈뜨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 걸 죽여서 먹어? 불쌍하지도 않니? 도마뱀이 얼마나 아프겠어?"
"수와-야, 너희도 나뭇잎 뜯어 먹고 살잖아? 고사리도 뜯어 먹고? 걔네들도 살아 있어. 아플지도 모르고. 비명이 안 들려서 그렇지."
채식을 하는 남편과 내가 불편한 감정으로 참 많이도 주고 받던 말이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 공감한다는 것, 배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와와 시루를 통해 배운다.
수와는 시루를 따라 바다를 향해 떠난다. 사랑하는 엄마와 정든 무지개 초원을 떠난다는 것이 망설여졌으나 두려움을 물리치고 모험에 나선다. 어쩔 수 없이 무지개 공룡을 먹을 수밖에 없는 육식공룡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수와와 우둘투둘하고 못생긴 자신의 피부가 싫다는 속마음을 고백하는 시루는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다.
몇 번의 위기를 겪긴 했으나 수와는 시루의 도움으로 바다를 만나게 된다.
"시루야, 고마워. 여기까지 같이 와 줘서 고맙고, .................... 난 눈과 귀가 확 트인 것만 같아. 네 말대로 동굴 안 도마뱀이었다가 이제는 바다를 본 공룡이 되었잖아?"
무지개 초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타르보사우루스를 만나 위기를 겪게 되지만 수와는 이미 바다를 본 진짜 공룡이 되었으므로 의연하게 대처한다. 위기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느냐는 생명을 지키느냐와 직결된다. 수와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절망에 쌓여 이성을 잃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수와는 거대한 타르보사우루스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가운데도 위기에 처한 동굴쥐를 구해주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무지개 공룡들이 무리지어 하나의 거대한 힘으로 밀고 들어오자 괴물 공룡 타르보사우루스도 도망치고 만다. 입구가 좁은 비밀 둥지에 갖힌 수와-의 소식을 전해준 것은 위기에서 생명을 건진 동굴쥐'까미'다. 독이 있는 나뭇잎을 먹을뻔한 자신을 구해준 시루처럼 동굴쥐의 생명을 귀해준 수와- , 그리고 수와를 구해준 동굴쥐....
중 저학년들이 읽기에 다소 두꺼운 느낌의 사도사우루스다. 그리고 파란색의 엄마에게서 보라색의 아기가 태어나다니! 다소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나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아, 그리고 공룡몸의 깃털이라니!!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수와-와 시루의 우정에 코끝이 찡했다. 위기를 겪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느낀다. 그리고... 분명한 실체가 있는, 괴물 공룡마저도 물리치고 마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실체도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아가는가.. 되돌아 볼 일이다.
사도사우루스,
이경혜,
바람의아이들,
돌개바람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