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못와요"

"왜?"

"시험이예요, 기말고사"

현우는 수능을 앞둔 고 3이다.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어 기숙사 학생들의 귀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은 2주간 입을 교복 상의를 챙기고 양말과 수건, 롤화장지도 하나 챙겨넣었다.

초등 1학년을 마친 후 서울로 유학해 바둑을 공부했던 몇 년동안 큰 형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배운 현우. 흔히 말하는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몸에 밴 현우는 주말에 집에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방송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뒹굴거린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치열하게 공부에 시달렸을테니 집에서 보내는 순간만큼은 한껏 늘어져 하고싶은대로 하도록 내버려둔다. 필요하다 싶으면 스스로 책상에 앉아 책을 들여다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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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면 유럽을 돌아보는 게 어때?"

"유럽이요?"

눈을 크게 뜨고 되뭍는다. 내가 농업연수로 돌아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좀 더 속속들이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사람들과 만나면서 인식의 확장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들을 좀 알아보라고 지난주에 일러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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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결과에 따라 달라질 거 같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했다.​ '조건부' 허락을 받은 친구들은 믿을만하지 않다. 당근처럼 격려해주기 위한 어떤 선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성적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아이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고 싶다. 아이들은 미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배울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균형감각을 키우며 성장해갈 것이다.

현우는 가고 싶어하면서도 혼자는 두려운 모양이다. 당연하다. 돈이 떨어져 모르는 사람에게 사정해 차비를 얻은 경험, 역전에서 노숙한 경험, 교실에서 깜박 잠들었다 문이 잠겨 3층건물 외부에 있는 나무를 타고 내려온 이야기 등을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고, '용기'와 '무모함'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의 서울역 노숙이 무모함에 가까웠다고 자인하는 현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때의 선택과 행동이 위험했었다는 걸 스스로 체득한 모양이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내비친다.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현우는 자존심이 매우 강한 아이다. 만약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심한 슬럼프를 겪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때지만 간절히 원해서 선택했던 프로기사의 꿈을 접은 현우는 내면에 실패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이 클 것이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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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시험이면 조금 긴장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 아닐까?​. 엄마가 늦게 공부해보니 역시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이 절실하게 공감돼.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제 때 공부하면 좋겠다. 아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엄마는 바래." 가만히 듣고 있던 현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네~" 대답한다.

내 학비를 벌기위해 고생하는 엄마가 안타까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빗자루로 맞은 중학교 시절 엄마의 마음을 헤라려본다.

엄마도 지금의 내 마음과 같았으리라. 까막눈으로 살아온 당신 삶이 하도 신산스러워 딸들에겐 절대로 그런 삶을 물려주기 싫었을 엄마 마음이 느껴진다. 

현우는 공부하는 틈틈히 독일여행을 상상해볼지 모른다. 동행할 친구를 구하지 못하면 혼자서라도 용기내 떠나보길~~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떠나려면 다가올 수능시험을 만족스럽게 치루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지^^ 굳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유럽여행, 네가원한다면, 조건없이보내줄께, 경험과성장, 아들현우

현우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멀리 익산에 있는 남성고에 다닌다.

 현우는 3년째 기숙사 생활중으로 주말에만 집에 온다.

2학년땐 잠시 힘들어하면서 방을 얻어 나오고 싶다는 속마음을 표현했었다. 나는 관리해주는 어른이 없이 홀로 자취를 하는 것이 마뜩찮았고 아이는 내 속을 꿰뚤어보고 기숙사생으로 남았다.

잘 적응하는 편이다.

현우는 어릴때 바둑공부를 위해 유학을 했었다.

자신보다 큰 형들 틈에서 오직 실력으로 겨뤄야하는 바둑세계를 몇년간 치열하게 경험한 아이는 아주 강한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정읍의 호남고에서 여러차례 연락이 왔으나 아이는 스스로 남성고를 선택했고 만족하게 학교생활을 해왔다.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이틀간 체육대회를 한다고 했다.

오늘과 내일, 시험공부로 지친 심신의 고단함을 풀어낼 수 있도록 힘껏 달리고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아이의 학교에 가보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다.

수의사가 꿈인 현우~

원하는 수의과에 진학해 소중한 동물들의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수의사로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녀석은 때로 한번씩 불안한 속내를 표출하기도 하는데 그건 원하는 대학의 수의과에 진학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해준다.

 

"괜찮아 아들, 꼭 수의사가 아니어도 동물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잖니. 하지만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게 행복할테니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좋겠어"

 

괜찮다!

무엇이 되든 현우는 사랑스럽고 귀한 아들이다.

 

 

 

 

고창으로 귀농한지 3년차 접어들었다.

첫해엔 난생 처음 경험하는 수박농사를 배우느라 정신없었다.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수박순을 따다가 더 뜨거운 눈물을 몇 번 흘리다보니 어느새 한해가 갔다. 아.. 유난히 힘들었던 고추농사의 기억이 생생하구나. 살갓이 데일정도로 뜨거운 폭염속에 풀을 매고 고추를 따고 하우스에 100% 태양초를 건조시켰으나 장사꾼은 수고비는 커녕 모종값도 안되는 헐값을 제시했다. 차라리 퇴비로 쓰면썼지 그값에는 못팔겠노라고... 이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남편은 앞으로 절대 고추농사는 짓지 않겠노라 선언했다.

내가 뜨거운 열기를 피해 밤에 일하고 들어오다가 무릎이 골절되어 수술하고 병상에 있는동안 혼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 결과 작년엔 고추를 심지 않았다. 고추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농작물 재배는 정말 모험을 하는 것이다.

​작년엔 몇 군데 마을교육사업에 참여하였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수업은 푸근하고 정겹고 행복하다. 전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이고 서로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어르신들과의 수업이 정말 좋았고 보람있었다.

원예치료와 미술치료를 결합한 통합치료 프로그램에서 어머니들은 묵은 상처와 직면하며 울고 웃었다. 우린 아주 끈끈한 연대감을 느끼며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한참 지났으나 가끔 반장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보고싶다고 하신다. 회관에 모였는데 모두들 내 이야기를 하신다고...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완전 낯선 지역이었던 고창에서 우리 가족들은 저마다 제 자리를 만들어가며 열심히 살고 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농장을 가꾸면서 내 꿈이 실현되어 가는 과정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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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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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우스 체험장 만들기

2. 치유정원 기초다지기

3. 본논문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개발

4. 본논문 설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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