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케는 삶의 우선순위를 직장과 가족, 로렌초는 가족, 직장, 정치의 순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순서이기 때문에 속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아 거슬림도 없지않지만 우선순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생각해보면 우선순위에 얽매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세가지를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여 그기에 따라 가장 최소의 잘못과 최대의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신한다는게 어쩌면 우리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일지도 모르지만 그기에 근접하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되돌아 볼때 일에 모든 것을 걸었었다고 생각된다.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참여는 안중에도 없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일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고 그럴 줄을 알았다면 가족이라도 생각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만 남는다. 독일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감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한다. 내자신을 생각해보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던것 같다. 그 많던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몇년전의 선거에 참석을 했을 때 많기만 했던 투표용지를 들고 전혀 아무 것도 모르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당한 기분이 들 정도이었다. 이렇게 나의 사회적인 책임감은 절대 영점이었음 이제서라도 느끼게 되었음을 이책을 읽은 보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사회는 모순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과 가족과 사회에 대한 골고루 관심을 가지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관상보는 법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그것도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이 지었다고 한다. 5여년간 공부하며 집필한 관상만화 "꼴"에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내용을 뽑아 한 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래 사는 복, 재복마당, 마음을 읽다, 학문을 이루다, 성공의 지도, 함께 살아가는 복, 선악을 보다, 천인천색 만인만색, 부부궁은 자녀궁, 노년까지 행복하게, 꼴은 균형과 조화, 인생역전의 꿈 이렇게 나누어 얼굴의 꼴에 따른 장단점을 허영만 작가의 정감있는 만화 주인공들의 재치있는 말들을 통하여 부담없이 읽고 이해할 수 되어 있다.

앞 부분에 연령별 관상도가 나온다. 1세부터 100세까지의 일이 얼굴 전체에 걸쳐서 그려져 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삶이 운명지어져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인간은 유전자란 놈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번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대대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 것인가를 짧은 생각으로 추정해 보건데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각각의 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울을 쳐다보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꼴이 좋은 쪽으로 나올 때에는 흐뭇한 기분에 젖어들지만 나쁜 쪽으로 드러날 때에는 기분이 상해도 보통 상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앞으로 그렇게 진행되면 어떻게 할 수도 없다는 부정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재미로 했다가 괜히 기분만 잡치는 꼴이 되었다. 좋은 점도 많은데 나쁜 점이 더욱 강력하게 치고나오는 것 같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릴 수 있었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자신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가짐이 달라질 것이고 표정이 달라질 것이다. 밝은 표정에 밝은 것들이 모여들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부터 맑고 밝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면 외관상의 잘잘못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분위기에 의해서 얼마든지 상쇄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주제별로 나누어 68개의 고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림의 문외한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의 대부분이 처음 대하는 것들이지만 생소하다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과 같은 곳에 소장된 것들은 그 가격을 들어보지 않아도 상상을 넘어서 억소리가 나게 만드는 값비싼 문화재일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금액적인 값어치로만 따져서 귀중품이라는 인식밖에 하지 않았던 우리의 옛 그림들을 예술적인 가치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서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옛 그림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그기에 걸맞는 순수한 우리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그런 말들은 부호로 표시하여 글의 말미에 그것들의 말뜻을 풀이해 놓아서 바로바로 이해를 돋구어 주는데 옛 그림의 설명이 더욱 맛깔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먼저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그림 하나하나의 장면마다 작가의 해박한 설명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잘도 갖다 붙인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덧붙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면 그림 하나로 온종일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진구의 "오이를 진 고슴도치"라는 그림에 자손이 잇따른다는 뜻인 주렁주렁 달리는 오이, 숨은 뜻이 번성인 가시많은 고슴도치, 뿌리를 적신 물을 마시면 오래 산다는 기록의 가진 장수를 뜻하는 국화가 그려져 있다. "자손 많이 낳아 다복하시고 오래토록 수를 누리십시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옛 그림속에서 작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뒤적여서 음미하다보면 그림속에서 행복을 느낄 날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