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을 믿고, 무한한 긍정적인 생각을 품어라.’ 내가 몇 권의 자기계발서를 접하면서 느낀 점이다. 나 자신을 이끌어 갈 만한 좋은 지침이 소개되어 있는 책들의 공통된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을 바로세우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모호한 말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 든다. 막상 이것을 실천하려고 행동으로 옮길 때 멍해지는 현상과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보이라는 것인지, 행동지침서은 없고 그저 생각 하나로 변화하라는 이론들뿐이다. 무조건 막무가내로 그런 생각을 하고 실천하면 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하란 말인가...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 ‘원하는 것을 이루는 뇌의 비밀 뇌파진동’은 제목부터 여느 서적과는 달리 과학적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거기다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준다는 솔깃한 문구가 눈에 확 박힌다.

이 책은 어떤 일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중에 출판되고 있는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긍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우리 뇌의 신비로운 힘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결코 가만히 앉아서 매일같이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지속될 수 없다는 한계성을 몸소 체험했기에, 우리에게 어쩌면 이런 실천서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에서처럼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뇌를 지배하게 되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그건 아마도 내가 서 있는 이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었기에, 여러 가지 상념 따위에 지배되는 일을 방지하고 싶은 일종의 방어본능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감정에 속박된 수동적인 뇌활동이 아니라, 감정을 객관화시켜 평정한 상태에서 뇌를 충분히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이 책의 당초목적이 무엇인지 알 거 같다. 실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두뇌 활성화 정도에 따른 뇌파진동 3단계를 소개하고 있다. 뇌파진동을 실천할 수 있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도구도 없이 앉은 상태에서나 누운 상태에서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몸 안의 기를 뇌에 집중시켜 원활한 소통을 이루게 되면서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기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 이 책에서 알려주는대로 20일 가량 뇌파진동 따라하기를 해봐야 정확하게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뇌파진동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는 광고문구가 종교적인 색채마저 띄지만, 혼자할 수 있는 마인드 콘트롤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에 거슬리지 않는다. 하나뿐인 삶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어떤 일도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옛말처럼 내 안의 뇌파진동을 능동적으로 이용해 생각의 주인이 되어보는 일. 그것이 여기서 말하는 기적이 아닐까.

 

 

그 옛날 고교시절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바보같았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늘 내 마음을 숨기고 감추느라 급급하던 모습. 좋아하면서 아닌 척하기 명수. 그게 나였다.

집 근처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한 아이. 남자답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 아이를 좋아했다. 말쑥한 외모에 성격도 좋아 인기가 꽤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리던 찰나 친구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며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내 친구. 그 날부터 애정공세를 펴기 시작하는데, 그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그 아이와 멀어지는 일을 시작했다. 내 감정을 부정하면서 ‘이건 좋아하는 게 아니야’ 라고 되새기기. 그리고 그 아이의 단점들을 생각하기. 그렇게 점점 마음을 닫았다.

그때는 내 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감정의 시작이 처음부터 정확하고 명확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 지금,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못한 나의 미숙함을 탓하고 있다. 지금도 학원 근처 도로를 지날 때마다 밤거리에 얘기하며 걸었던 그 때 생각이 나는걸 보니 아직도 깊숙한 곳에 남아있나 보다. 적극적이지 못해 표현하지 못한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바이바이 베스파’는 이런 나의 유년의 기억과 닿아있었다. 5편의 짧은 만화로 엮어진 이야기에서 성숙하지 못했던 청춘의 잔상이 그려진다.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한 내 마음과 같이 모든 것이 흔들리고 불안정한 상태.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아마 그때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결코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일에 따위에 시간을 낭비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흔들리는 것도 불안정한 것도 모두 청춘의 전유물임을 알았기에...

‘난 끈을 하나 잡고 있었어. 그걸 놓치면 보통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끈이야. 이걸 놓으면 내 의미가 없어지니까 안간힘을 쓰며 끈을 잡고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내가 기타 안 쳐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애정결핍의 여자아이는 꼭 내가 돌보지 않아도 누군가 보살펴줄 사람을 찾아낼 거구, 자동차 매연 잔뜩 먹어가며 고장 잘 나고 수리센터도 거의 없는 오래된 양철 스쿠터를 타는 건 바보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

‘끈들을 전부 놓을 거야?’

‘응.’

‘난 좀 혼란스러울 것 같군. 그렇게 되면 내가 아는 네 특징들이 모두 없어져버리니까. 어쨌건 앞으로 뭐 할 건데?................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본문 中> p146~147

모든 것이 불안정하지만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는 아픔이 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과도 멀어질 수 있고,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또 받기도 한다. 그렇게 얻어진 ‘자유’이기에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진행되고 있는 인생의 굴레에서 나는 몇 번의 자유를 누리고, 또 몇 번의 성장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기에 늘 두려우면서 떨리는 마음이다. 어떠한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저 낙관하며 살아가는 정도...

매번 후회를 남기는 과거 속에서 나는 뒤돌아보기를 거부해 왔다. 그런 나를 과거 속으로 안내한 ‘바이바이 베스파’. 이 한 권의 책을 다시 펼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과거의 나를 보게 될까. 그렇기에 한 동안 이 책과 함께일 것이다. 

 

청춘의 흔들림... 그런 오래된 감정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그토록 성장소설 근처를 맴돌았나... 끝날 것 같지 않은 감정도 어느새 가라앉아버리니, 열정 가득한 청춘...그 때를 아끼고 아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난 뭐든 해보는 무모한 질주를 환영한다. 후회없이 보내는 그런 류의 삶 말이다. ‘슬로모션’은 세 명의 젊은 청춘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소설이다. 뭐든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생활하는 ‘오이카와 슈코’. 그녀와 같은 반이면서 잘 알지는 못하는 ‘가키모토 치사’는 건달 이복오빠 ‘잇페이’가 슈코와 함께 살고 있다는 놀랄만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잇페이는 고등학교 때 방황하며 지내던 시절,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지 않아 다리를 절게 된다. 큰 트럭과 자신의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 사진을 방 벽면에 커다랗게 붙여놓은 잇페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자학하는 듯한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키모토. 그렇게 일정한 거리감 있던 세 사람의 관계는 집을 나온 잇페이가 슈코의 빌라에 거주하면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대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보임으로써 성장해 간다. 조금은 낯설고 익숙지 않지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슈코는 더 이상 느리게 걷지 않게 되고, 잇페이는 재활치료를 받아 사진 공부를 하려고 하며, 가키모토는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응원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본다. 의외의 계기로 서로를 깊이 생각하게 된 청춘들이 반짝이는 순간, 슈코와 잇페이의 사랑은 끝이 난다. 예정된 일처럼 담담히 받아들이며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가키모토는 화가 나지만 어떤 결정적인 역할도 해주지 못한다. 불안한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엮어가는 것임을 알기에. 책을 보기 전에는 풋풋하면서 떨린 청춘의 사랑이 소개되기를 기대했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철저하게 절제된 감정이 표현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묻어나는 섬세함이 저자의 역량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 순간 바람이 되어라’ 이후 두 번째 보게 된 ‘슬로모션’. 3권으로 묶여진 장편을 본 후라 그런지 조금은 짧고 건조한 느낌을 받았지만, 독자를 이끄는 재능이 타고난 작가임에는 틀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