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영어책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변변한 회화책 한 권 집에서 찾아볼 수 없다. 나름 영어공부랍시고 수험책들은 잔뜩 사다올려 놨지만, 막상 회화책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황당함이란...이런 오묘함과 함께 나의 첫 회화책을 소개하겠다.

아줌마 영어회화 첫걸음은 단연 무조건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다가온다. 영어회화가 두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황에 적당한 몇 가지 표현만 알고 있다면 좀 더 편안하게 영어회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듯 3파트로 나누어 일상에서 쓰일만한 표현들을 알려주고 있다. 어떤 언어든 자신감이 중요한데 이런 중요 표현들을 익히고 생활에 활용하게 되면 저절로 외국어에 대한 이질감이 덜해 질거라 추측해 본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 다른 표현들도 알려주고 있기에 여러 가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게 누구나 영어회화에 다가설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다. 커다란 글자와 발음 그대로 표시한 한글, 거기에 상황에 맞는 삽화까지 책 자체에 흥미로움과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든 편이성을 독자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영어와 함께 살아온 젊은층인 나조차도 사실 외국인을 만나 몇 마디 나눔이 참 어렵고 떨린다. 영어울렁증이라고까지 여겨질 만큼 이상하게 잘하고 싶지만 잘 안되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영어에 몰입하게 되고 그것에만 매달리게 되는 기이한 풍경까지 연출된다. 사실 언어에 있어서 서로 간에 의사소통만 된다면 문제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의사소통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험난하다. 우리의 과도한 문법 위주의 교육이 이런 문제를 가져왔으리라 짐작해 본다. 하지만 이제 영어교육도 많이 바뀌고 있다. 회화의 중요성을 앞세워 공인 영어시험에서도 말하기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추세에 걸맞게 ‘아줌마 영어회화 첫걸음’은 생활 속에서 흔하게 사용될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기억하기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가 쉽고 빠르게 반복적으로 익히는 것이라 여기며 나는 오늘부터 이 책을 회화의 기본서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문장이 녹음된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은 채 반복하고 또 반복할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나에게 꿈꾸는 통로이다. 이것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서적으로 대리만족을 할 때가 많은가 보다. 한동안은 그것조차 힘들어서 여행기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을 때 남들의 자유를 지켜보기란 참으로 힘든 모양이다.

어렵게 돌아온 나에게 쥐어진 한 권의 여행서적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표지에서부터 제목에 이르기까지 내가 동경하는 유럽적인 색채가 가득하다. 늘 계획만 하던 로망과 같은 장소, 로마를 책으로 마주한 시간은 생의 기쁨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은 심정이다. 생생한 사진과 어우러진 저자의 해박한 역사적 사실을 접하고 있자니 그 옛날 방대하고 힘있던 로마제국의 모습이 필름처럼 스친다. 이제는 장구한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탈리아의 수도로만 자리잡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만 한 것은 로마의 거대한 건축물에 녹아버린다.

저자는 로마 산책에 앞서 그곳의 지도를 통해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흔히 말로만 듣고 대충 알고 있는 역사 유적 장소를 쉽게 알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중간중간에 연결되는 유적지의 설명을 통해 보충하고 있어서 실제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캄피돌리오 광장, 팔라티노,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치르코 맛시모, 진실의 입, 트레비 분수 등 유명한 관광지를 지도를 따라 한 곳씩 소개하고 있다. 여행기에서 빠질 수 없는 생생한 사진과 재미있던 에피소드와 함께.

이 책에 주목할 점은 여행기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수필적인 감상이 덜한 부분이다. 그래서 좀 더 역사적인 사건에 주목하고 있고, 그곳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저자는 로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또 애정이 깊어 보인다. 로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축물 소개에서는 역사적 상황이나 사건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기에 저절로 방대한 로마제국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결국 저자는 독자들에게 유명 관광지를 대략 둘러본다는 기분보다는 그곳의 정신과 역사를 체험하게 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느 여행서에서 보일 법한 숙박 시설 정보 등이 없어도 꽉찬 느낌이다. 아마 로마 자체의 무구한 역사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매력과 마력이 혼재한 로마를 간다면 길거리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경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퍼스트 폴리오.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그의 지인들이 출판한 초판본 모음집.

셰익스피어의 사전 지식이 얕기에,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에 막연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저자의 화려한 셰익스피어 관심 경로를 보고 있자니 난 이미 주눅들어버렸다. 서양에서는 셰익스피어학과가 따로 있을만큼 지대한 관심영역이기에, 전문적으로 들어가 보면 정말 새로운 사실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 방대한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공부한 저자이기에 작품에 실린 여러 구절들이 고전들의 잔상과 함께 떠올랐다.

여러 사건과 맞물려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소용돌이. 그 한 가운데 놓이게 된 케이트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의 존재여부와 그것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점차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가며 앞으로 나가는 케이트의 모습에서 점점 소설에 몰입해 가게 된다. 사실 초반 셰익스피어의 소설이 자주 등장하는 부분에서 그의 정보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지겨울 수도 있다. 나 또한 책장 넘기기가 힘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터는 긴장을 하면서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살인자가 케이트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부분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며 앞으로의 전개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이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아 결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달리던 마차에서 뛰어내린 기분이라 얼떨떨하기만 하다. 막판 긴장감을 생각하면 바로 가서 읽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그럴 수 없다. 어찌되었든 실망시키지 않은 부분이 있기에 나같이 셰익스피어에 무지한 독자도 충분히 그 매력에 빠져든다. 물론 셰익스피어에 많은 관심을 가진 자라면 더욱더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소설 중간에 표시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