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같은 사랑이야기라는 소개글과 참 어울리는 표지다.

표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상상하게 되는데,

이 재미도 없는 사실에 혼자 피식거린다.

그만큼 지금 내 삶이 퍽퍽하다는 증거이기에 그저 웃음만...

이런 모든 상황과 아울려 좀 더 큰 기대감으로, 더 큰 신선한 재미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두근거림의 손 끝으로 책장을 펼친다.

이야기는 도쿄 인근의 작은 섬에서 양호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세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그림그리는 남편과 편안하고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부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이웃 할머니를 돌볼 만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세이에게

어느날 도쿄에서 발령받아 내려온 이사와가 다가오게 된다.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던 세이는 계속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결혼한 유부녀라는 사실과 자신에게 늘 배려를 아끼지 않는 남편을 떠올리며

그녀는 내면의 깊은 감정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채굴장으로..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처음에는 이런 제목에 대한 일차적인 궁금증으로 책을 읽었다.

탄광 속 마지막 자락에서 느낀 인간의 심리인가..

뭐 나름 유추를 해보았지만 역시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어렴풋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세이의 닫아버린 마음.

그래서 더 나아갈 곳이 없는 채굴장 속에 자신의 감정을 갇혀 놓은 상태.

그런 조용한 그녀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제목인 것이다.

결국 그녀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장 속에서 돌아나왔다.

그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은 것이 이런 장르의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세이는 자신의 삶 속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에 만족한 것이다.

동굴의 끝이라 생각되는 곳.

한번쯤은 누구나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모두 상황은 다르겠지만 그 막막함과 답답함의 감정은 비슷하게 다가온다.  

물론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어둠의 끝을 뒤로한채 막장의 길을 따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용기가 필요한 그 일을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랑이든, 일이든, 어떤 경우라도 비슷할 거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의 감정 흐름을 아주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보는 이가 세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조용한 힘을 가진 소설인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넘길때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게 만든다.

곳곳에서 따뜻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기에, 나는 그녀의 소설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