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고 또다시 찾아온 야구시즌이 즐겁기만 한 요즘이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안타를 칠 때마다 환호하고 점수가 더해질 때마다 느끼는 쾌감은 경험해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경기에서 승리는 보통 타자와 투수의 조화된 활약으로 만들어진다. 그 중 경기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투수의 마운드가 나는 그렇게 고독해 보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마운드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투수의 모습에서 매순간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만큼은 내가 응원하던 팀이건 아니건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그런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나를 보며 성공에서도 실패에서도 뭔가 중요한 게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함이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 궁금증으로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를 접하게 되었다. 강렬한 제목만큼 알지 못한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수차례 읽어온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이 책은 실패 사례를 나열한 식으로 소개하고 있을 뿐이지 저자의 어떠한 설명도 덧붙이지 않고 있다. 40여개의 세계 유명과학자의 실험실패와 통계치를 통한 사회실패 현상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서 철저하게 깨달음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저자의 생각과 가르침에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낯설음과 의미부여에 매어있었다. 이 실패는 어떤 의미이지... 이런 질문들로 짧은 사례도 꽤나 시간을 두고 읽었다. 쉽게 읽어지지 않는 책의 반가움보다는 조금은 지친 마음으로...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이 책의 진가를 느꼈다. 독자에게 남겨진 그 ‘무엇’. 그걸 찾기 위해서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읽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전해온다.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그것은 결국 자신이 실패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에서 시작했다. 현명한 자는 자신이 실패를 한 그곳에서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그것을 결코 실패라 여기지 않는다. 성공하기 전까지, 연속된 시간 속에 포함된 한낱 과정일 뿐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너무나 쉽고 간단한 결론이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실패를 인생의 과정처럼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임을 잘 안다. 어떤 일에서의 시작은 항상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있기에, 그것이 좌절되는 순간 괴로움이 얼마나 큰지 겪어본 자는 저절로 느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하고 원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실제 성공사례들은 많이 찾을 수도 있고 잘 알려져 있지만, 실패사례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성공과 실패의 명암의 차이는 확연하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실패가 거듭되어 성공으로 이른다는 것을. 그 신념이 쌓이고 강해질 때, 비로소 실패도 더 이상 실패가 아닌 상태. 즉 성공으로 이르는 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자신감과 긍정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자신에게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예스라고 외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끊임없는 에너지로 삶을 살아가고픈 우리에게 열정이란 늘 목마른 어떤 것이었다. 그런 열정을 품은 나라, 티베트... 지금 나의 눈은 그곳을 향해 있다.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열병’ 티베트 여행으로 안내해 줄 한 권의 책. 제목부터 표지까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엇으로도 담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그곳의 정신이 늘 궁금했었다. 사실 티베트 하면 중국의 속국 상태, 히말라야 산맥, 달라이라마와 고된 순례자의 길, 척박한 땅. 이 정도의 전무와 다름없는 지식을 갖고 있기에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그곳에서 정신적 일탈을 배우고 싶었다.

흔히 얘기하는 행복의 조건은 그곳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아 보인다. 하루 먹을거리가 있음 족하는 삶. 그리고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런 소박한 인생이야기가 이토록 편안하게 보일 줄은 미처 몰랐다. 영리에 밝지 못하고 어리숙하면서 그저 신의 섭리로 여기고 따르는 모습이 마음에 담게 된다. 저자의 카메라 셔터에 담긴 사진들을 통해서 그들의 눈동자와 해맑게 웃는 표정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으니 여느 사진집보다 훌륭하다. 여행서적의 사진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곳에 수록된 사진은 티베트의 웅장한 자연 속 사막과 산이 어우러져 그 곳 사람들의 웃음으로 점철된다. 책장을 넘길수록 감탄의 연속이다.

그동안 몇 권의 여행 서적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중 몇 권은 마음에 두었지만, 나머진 제목조차 가물거린다. 하지만 이 ‘열병’은 다르다. 저자 특유의 감수성이 그대로 묻어있어 티베트를 여행한다는 큰 목적도 잊은 채 그가 느낀 하늘, 산, 바람, 사막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티베트를 여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그런 이가 우연이라도 이 책을 접하기만 한다면 신비로운 땅의 기운받아 쓰여진 감성을 느낄테니...

여행 서적 특유의 편찬, 즉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는 여행일정을 늘어놓는 목차는 없다. ‘어느 곳의 뭐가 좋다’는 식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저자 자신이 발길 닿는 대로 티베트의 길 위에 놓이게 된다. 무계획적이란 말이 아니라 티베트의 길은 원래 목적없이 시작되었고 거창한 것을 찾기 위함이 아니란 의미이다. 그저 오늘 주어진 대로 그 길을 말없이 걸을 뿐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진리를 찾아가는 길. 그곳이 티베트인의 삶이자, 우리가 동경하는 모습이다. 에세이의 편안함이 부각되는 순간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 곳 삶의 방식은 죽음과도 이어진다. 조장이라는 장례풍습은 가족이 망자를 포대에 싸서, 조장터가 있는 산을 힘겹게 올라 까마귀에게 마지막 가는 길을 맡기는 것이다. 살점이 떨어져 앙상한 뼈조차도 잘게 부서 곡물과 뭉친 후 까마귀의 먹이로 평온하게 보내준다.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조장터는 마치 자연으로 돌아가는 죽은 자들의 경건한 의식과 같았다. 슬프지 않은 죽음. 죽음의 의미조차 생소한 나로서는 그 깊은 내면의 세계를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이 열병이 누구의 것인지 궁금했다. 곧 티베트를 떠나야 할 여행자의 것인지, 아니면 나를 보내야 하는 티베트의 것인지.             ---p343

사진과 작가의 감성이 어느 곳보다 잘 묻어나는 ‘열병’이었다. 어떤 의미로도 설명하기 힘든 감동이 함께이기에 티베트가 기억에 남는다. 기억에 두려고 해서 남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기억하게 된다. 고난의 순례과정과 육체의 고통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티베트의 길 위에 서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그림그리기가 하고 싶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를 부럽게 바라보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막연한 그리움과 같은 맥락인 듯싶다. 중학생 때 사생대회라 하여 식물원 같은 곳에 그림 그리는 야외활동이 있었다. 스케치하고 붓질 한 번에 원근감을 표현해 내던 미대를 꿈꾸던 중학교 동창. 그 아이가 몇 번의 붓질만으로 나의 나무는 생기가 있어 보였다. 사실 그때 나는 정말 그림그리기를 싫어해서 그 친구의 도움을 조금 받았었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아무리 그려도 멋진 풍경을 완성하기 힘들다는 그  어려움 때문에 자연스레 피하게 되었다. 비록 친구가 도와준 숲의 모습이었지만 그때 내가 그린 그림은 생애 최고 풍경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햇살이 반짝이는 숲에 갔을 때 그 그림이 떠올랐다. 친구의 멋진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내 눈에는 어설픈 나의 그림이 가장 좋아 보였던 거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그림을 그린다면 최선을 다해 물감을 섞고 붓질을 하고 싶은데... 그런 동경이 마음 속에서 움트고 있었다.

채색의 시간-장미의 채색 편은 이런 마음속의 바람을 채워주기 위한 도구로 충분해 보인다. 편안한 시간에 채색 활동을 즐기라는 저자의 충고처럼 그림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물감이 아닌 색연필로 채색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에 손에 묻고 옷에도 묻기 쉬운 물감보다는 한결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생활 속 취미활동으로서 부담감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미의 채색에 앞서, 면을 일정한 톤으로 칠하는 연습과 그라데이션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 해 볼 수 있도록 빈 공간을 제공함으로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밀화를 위한 색연필 사용법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미의 채색으로 들어가는데, 먼저 꽃잎 채색하는 법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 다음엔 장미의 아름다운 꽃송이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10가지가 넘는 장미의 종류별로 채색해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마치 옛날 어릴 때로 돌아가는 기분을 맛보았다. 뒷부분에 프린트된 여러 종류의 장미가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동기부여도 된다. 저자는 장미가 프린트된 종이를 복사하여 여러 번 색을 칠하도록 권고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장미의 음영을 표현하기란 어려워 보이므로 연습량을 늘이는 데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또 책에서는 음영을 택할 색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처음 시작한 이들에게도 책의 가르침에 따라 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책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자신감이 한층 더해짐을 느낀다. 집에 있는 색연필의 색상이 제한되어 있어서 아직 실제 해보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의 색을 통해 표현해 내는 책 속 장미의 모습과 같이 언젠가는 나도 이런 장미를 나타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래서일까. 지금이라도 마트로 달려가서 색연필을 고르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