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명옥 관장님의 새책이다. 이명옥의 크로싱이라고, 2011년도인가 나온 책을 보고 이 분에게 빠져들기 시작해서 그 후로 신간을 내실 때 마다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1년에 한 권은 책을 내시는 듯..^^ 늘 기대가 된다. 미술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미술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미있는 길을 제시해 주시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가 이 분을 보고 놀랐던 게, 미술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말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가처럼 글을 맛깔나게 쓰신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보다 더 쉽게 쓰여진 느낌이라서,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충분한.. '청소년 추천도서'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미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책은 주제를 통해 작가들을 관찰하고, 그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 생각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미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았지만, 재발견을 해 보는 것이다. 책의 제목 그대로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씩 되짚어 보면서 한 걸음 더 깊은 지식을 건네준다. 1장에서는 서명, 손가락, 발, 입모양, 그림자 같은 것들이 그림 안에서 어떤 상징을 나타내고 있는지 가르쳐준다. 빈센트 반 고흐는 많은 수의 작품을 남겼지만 같은 해바라기 소재의 그림이라고 해도 어떤 그림에는 서명을 남겼고, 어떤 것에서는 남기지 않았다. 서명이라는 것이 자신이 보기에 흡족할 만한 작품에만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프랑스 사람들이 발음하기 좋게 고흐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빈센트라고 서명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다. 발의 메시지 편에서도 재미있는 작품이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발 부분에 서명을 해 둔 작품이 있었는데, 도발적이면서도 즐거운 느낌이었다. 작품 속에서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랄까?? 예술가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직관적인 유머와 위트를 작품 속에서 발휘한다.

 

2장에서는 소리, 음악, 움직임, 속도감 등 작품 속에서 3차원적으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2차원적인 그림 안에 3차원적인 시간을 어떻게 그려넣을 수 있었는가 다채로운 발상과 기발한 표현법이 눈에 보인다. 마티스나 몬드리안, 잭슨 플록의 작품들 속에서 그런 3차원적인 운동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1장에 이어 2장에서 현대 미술 쪽으로 오면서 현대 미술사조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공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3장에서는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17세기에 살았던 화가들이 현대의 화가들보다 더욱 기발한 방법으로  실생활에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이 오늘날 아바타나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지식을 얻은 느낌이다. 과연, 융합의 작가인 이명옥 관장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좋은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고 계시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체력이란 말은 흔하다. 하지만 뇌력? 이건 뭐지..? 정신력인가... 뇌력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용어라서, 당황스러었다. 분명히 기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든가, 동양의 철학을 연구하시는 분이 뇌력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코웃음을 쳤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80 평생을 정신과에서 재직하시면서 정신 의학과 뇌과학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계신 이시형 박사님 아닌가. 이쯤되면 그가 말하는 의학적인 견지에서의 뇌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차근히 보고 느낀 것은, 나이가 들고 학식이 깊어질수록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재미있게 설명하는 능력도 깊어지는 것 같다. 흔히 학문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은 어렵고 딱딱한 말만 잘 할 것 같지만, 반대로 이해가 쉽도록 설명을 잘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시형 박사님이 말하는 뇌력인간이란 이런 사람이다. 남들의 몇 배를 일하면서도 거뜬해 보이는 이상한 사람.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도 종종 있지 않은가? 슈퍼맨, 슈퍼우먼처럼 일하면서 쉬지도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얼굴엔 늘 즐거움과 유쾌함이 가득한 사람들 말이다. 나는 예전엔 이런 사람들이 종교에 심취해서 믿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뇌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체력이 좋으면 힘든 육체 노동에도 몸의 피로를 덜 느끼는 것 처럼, 뇌력이 좋으면 정신 노동을 해도 뇌의 피로가 한결 덜하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신나게 하게 되고 이것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이 된다. 이시형 박사님은 스스로를 예로 들면서 나이 80이 되어서도 왕성하게 강연을 하고, 집필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겸손하게 보여주신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살 수 있게 될까?

 

뇌에는 많은 호르몬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다섯가지 호르몬이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GABA와 같은 물질이다. 이런 호르몬이 시기 적절한 때에 적당량이 나와야 건강한 뇌를 만들 수 있다. 뇌가 스트레스 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러한 전달 물질이 나오지 않아서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되고, 우울증과 불안이 유발되는 것이다. 저자는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는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힐링의 삶이라고 말한다. 편안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바로 세로토닌이다. 또한, 진정한 뇌력 인간이 되려면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분비가 왕성해야 한다. 이같은 호르몬은 기쁨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인데, 건설적이고 성취감 있는 일을 할 때, 또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 경우에만 나오는 호르몬이다. 이럴 때 도파민이 용솟음쳐서 나오는데, 이런 상태가 2-3시간 계속되면 무아지경으로 집중하는 flow라는 상태가 되고 이럴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감격을 느낀다고 한다. 그 말씀에 참 공감하는 게, 나도 내가 좋아하면서 성취감 있고,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공부를 한 날은 참으로 기분이 좋다. 단 30분~1시간의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알차게 느껴지고 기분이 좋은 적이 많다. 그래서 박사님의 말씀을 십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했다. 우선, 뇌의 구조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어려운 각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원시뇌와 각성뇌로 나누어서 원시적인 욕망과 인간적인 생각이 충돌하는 현장을 공부할 수 있다. 또, 아까 말한 대로 각 부분에서 생산하는 신경 전달 물질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이 자연스럽게 조절되어서 완벽한 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각종 방법들, 운동과 명상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으며 불면과 다이어트 등 현대인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 해결법을 제시해주신다. 너무나 쉽고, 그러면서도 배울 것이 많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역시 대한민국 정신과의 지존! 이시형 박사님..^^ 넘 좋았다 ~

 

흔히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하면 미모 하나로 성공과 야망을 채운 여자처럼 생각된다. 신데렐라 라는 이미지는 사실 급작스러운 신분상승을 꿈꾸는 현대 미녀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원래의 작품은 그런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닌데 말이다. 신데렐라는 이쯤되면 억울할 만도 하다. 자신은 열심히 노력해서 자아성취를 이룬것인데 왜 노력없이 신분상승을 하려는 여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인가..?

 

<신데렐라>라는 책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같은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발달과정으로서의 신데렐라를 살펴보니 그 속에 담긴 의미가 가득한 것 같다. 재투성이에서 꽃피다, 라는 책의 제목과 같이 신데렐라는 쟃빛으로 태어나 그 속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재의 시기'에는 심연으로의 추락을 통해 가장 깊은 나락을 본다. 그 속에서 근원적인 해답을 얻어 여러 장애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는 것이다. 원래 태어났던 자아가 온전히 죽고 발전할 수 있는 자아로 거듭나는 것은 마치 새가 알을 깨듯 청소년기에, 그리고 청년기에 필요한 일이지만 이와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늦게 이런 깨달음을 얻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신데렐라가 극복해야 할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어머니의 주술이다. 어머니에게 순종적이고 착한 딸이 되어야 하는데 어머니의 말씀을 거절함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다. 의붓언니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모습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아버지는 딸의 아픔과 고통을 몰라주는 방관자적인 캐릭터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무지한 아버지의 그림자를 넘어서는 것도 신데렐라의 역할이다. 신데렐라가 파티에 가서 자기다움을 드러내고, 왕자를 만나는 것과는 별개로 왕자도 왕자 나름의 고충이 있다. 화려한 파티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짝을 찾아야 하고, 그녀의 구두를 찾음으로써 가장 낮은 곳에서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러한 둘의 노력을 통해 완벽한 짝이 탄생하고, 신성한 결혼이 성립하게 된다. 에필로그에는 신데렐라를 위한 왕자의 시라고 해서, 신데렐라 주연으로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왕자 입장에서의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알아볼 수 있다. 누구의 관점에 따라 보느냐에 따라서 얻어갈 수 있는 교훈이 다른 것 또한 고전을 읽는 매력일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성공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을 볼품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이 얻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스토리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100% 발휘하는 것, 그리고 준비된 상대를 찾아 행복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