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성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부터 여성에게 권력이란 가질 수 없는 것, 넘볼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도 대대로 남자에게 권력을 승계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여자아이만 낳으면 기어코 남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나이 드신 분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여성으로서 여왕이되고 황제가 되는 것은 어땠을까? 분명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영광스러워 보이는 일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행복이라든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버리고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인간적인 괴로움이 거기엔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12명의 여왕은 그러한 시대적 부름에 답하여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어쩌면 숙명적으로 왕이 되어야 하는 남자들보다, 여성으로서 여왕이 되어 통치를 한다는 것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멋있고 훌륭해 보인다.

 

이 책엔 고대 로마 시대의 클레오파트라에서부터 네로 황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 중국 역사를 다시 쓴 측천무후, 그리고 영국과 결혼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스페인 제국의 이사벨 1세, 합스부르크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 청의 태평성대를 낳은 효장문황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이끌은 빅토리아 여왕, 서태후와 최근에 주목받는 엘리자베스 2세까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여왕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역사적 스토리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비교적 자세하게 여왕들을 둘러쌌던 당시의 정세라든가, 여왕들의 치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의 역사적 상황까지 보다 심도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여왕이 등장했던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여왕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사실 여왕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설명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지도라든가, 사진들, 삽화들, 유명한 사건들을 그림 그림 등 여러가지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서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고대 여왕들인 클레오파트라와 아그리피나 같은 경우에는 실제 사진을 남길 수 없었기에 그녀들의 미모에 대해 왈가 왈부 말이 많았고, 그런 논란들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관점으로 해석하여 저자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정말 미녀였는가? 추녀였는가? 에 대한 논쟁은 고증이 더해져야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외모의 여부에 관계 없이 그녀는 총명하고 우아하며 화술이 뛰어난 여인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여성이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그녀 자신도 모르게 운명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인 게 많았다. 요새같은 때야 여성이 스스로 노력해서 리더가 된다지만, 그 당시에도 지금도 여성의 권력욕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여왕들은 권력욕 보다는 운명의 굴레에 떠밀려 여왕이 되었고, 통치를 하면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나라를 발전시켰다는 뉘앙스로 그녀들의 인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냐만은, 그녀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갔고 피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갔다는 점은 분명 왜곡할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최근들어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출신의 작가들이 유독 서점가에서 눈에 띄게 보인다. 그들이 갖추고 있는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세계는 뭔가 기존의 것과는 다른 음산함이 배어있다. 예를 들어 나는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 그가 보여주는 치밀한 두뇌 싸움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티그 라르손이 생각난 이유는 둘 다 북유럽 국가들의 작가들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느낌이 비슷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류층을 배경으로 한 비밀,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가슴 속 이면에 가진 인간의 사악함과 악마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 이런 근원적 두려움을 바탕으로 이 작가들은 독자의 간담을 더욱 서늘하게 한다. 그러한 악마적인 존재는 북유럽 특유의 특징 상 눈이 많이 오고 차가운 날씨라는 점, 그리고 그들의 피부색이 눈처럼 차가워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동양인인 나에게 서늘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매리상 최우수 작품상에 빛나는 특별 수사반 q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첫번째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작가의 필력으로 보건대 영화처럼 단단한 스토리의 전개를 이어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던지, 2번째 책도 나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도살자들이라는 책이다. 이 책엔 밀레니엄에서 느낀 것 같은 구조가 있었는데, 바로 순수한 여성이 등장하고 그 여성이 파괴되는 과정, 여성의 순수성을 말살하는 과정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원수처럼 자신을 부수어버린 사람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도망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고 , 결국 소설의 과정상 누군가 그 여성의 한스러운 세월을 풀어주기 위해 등장하는 영웅적인 인물이 있다는 점도 비슷한다. 너무나 큰 권력과 사회적인 명성 탓에 범접하지 못하는 대상이 등장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비밀에 대해서 독자는 더욱 궁금하게 되고, 비밀이 밝혀질수록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에 경악하게 된다. 과연 인간은 얼마나 추악해 질 수 있는 것이며, 모든 과거를 잊은 것 처럼 양심의 가책 없이 성공가도를 달리며 살 수 있는 것인가. 예전에 톨스토이가 이런 소설을 알았다면 혀를 쯧쯧 찼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새 문학의 트렌드가 이렇게나 바뀌어 버린 것인가, 하고 혼자 조용히 생각해본다.

 

코펜하겐 경찰서의 미결 사건 전담인 특별 수사반 q는 칼 뫼스크와 아사드이다. 이번 사건도 역시 종결 사건으로서, 범인이 재판을 받고 복역했고 곧 출소하는 사건인데 이상하게도 다시 20년전에 일어났던 오누이 살인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하라는 명을 받는다. 범인이 11년 전 자수하여 재판을 받은 이 사건에서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익명의 제보자에 대한 이 사건은 점점 덩치가 커진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청소년이었던 시절의 일들과 그들이 이미 덴마크의 거물 급 정치인과 연예인, 의사가 되어서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설정은 영화적인 극적 구성이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 그 남자들 사이에 있었떤 유일한 여성, 키시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들 사이의 유일한 여성이었고 그녀가 비밀을 간직한 채 숨어 산다는 것, 키시 또한 원래는 상류층의 자녀였지만 지금은 빈민굴을 헤치고 살고 있다는 것 등 이상한 정황이 속속들이 발견된다. 성공한 남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그녀를 찾고.. 도대체 그들의 청소년 시절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글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다. 인간의 악마적인 속성과, 길들여지지 않은 악마적인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던 청소년기 시절에 저질렀던 범죄들이 20년 후에 나타나서 그들의 목을 죄어 온다는 것. 범인을 자수시킴으로서 자신들은 도망갔지만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과 그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형사들. 그들의 쫓고 쫓기는 사투가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참으로 캠핑이 대세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캠핑을 좋아했지만, 직장에 다니고 나서부터는 감히 캠핑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요즈음에 더 큰 붐이 일어나는 것 같다. 호텔마저 객실을 뒤로한 채 글램핑장을 만드는 것을 보면, 캠핑에는 고생스러움의 코드 말고도 수많은 매력이 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은 인간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원초적인 본능과도 같은 것일까. 자연에 품에 안긴듯한 아늑함은 딱딱한 매트 바닥에서 등이 배기면서 자고, 새벽 찬 바람에 눈이 떠짐에도 불구하고 캠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캠핑장에 가면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 바로 맛있는 것들을 많이 싸 가지고 온 사람들이다. 흔히 말하는 고기로 바베큐를 해 먹는 것도 맛있어 보이지만, 바베큐 한 켠으로 은박지에 이런 저런 야채들과 옥수수 감자 고구마 같은 것들, 아님 꼬치류 같은 게 정갈하게 올려져 있으면 참으로 열심히 준비해왔구나! 라고 느끼는 동시에 엄청 부러워지는데.. 이 책을 보고 가면 아마 캠핑장에서 가장 부러움을 받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캠핑을 갈 때엔 모든 재료들과 감미료들을 챙겨갈 수 없기에, 요리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 책의 지은이인 홍신애씨는 캠핑을 좋아해서 10년 이상 한국과 미국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캠핑의 고수이다. 그런 그녀가 보여주는 150가지 요리는 하나같이 캠핑에 최적화된 느낌이다. 보통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들 중에 캠핑에 가서 하면 빛을 발하게 되는 요리를 체험자의 입장에서 소개해주니 그 경험의 폭이 참으로 깊고도 넓다. 음식의 본직은 맛이므로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더해서 가족끼리 애정이 싹틀 수 있는 사랑스러운 요리들이 많다. 또, 아버지들도 다 잘 따라할 수 있도록 복잡한 계량컵같은 것을 사용하는 대신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 참으로 간단하고 좋았다. 재료도 한 줄이면 끝나고 레시피도 한 줄이면 끝난다. 그런데 맛있다! 이게 캠핑의 묘미 아니겠는가. 자연이라는 양념이 더해져서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다.

 

캠핑이라고 하면 김치찌개나 라면, 고기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엔 뭔가 더 고급스러운 요리들이 많이 소개된다. 서양식 요리라고나 할까. 비어캔 치킨은 유명한 음식인데 아직 못 먹어봐서 꼭 먹고 싶었고, 단호박 리코타 치즈 샐러드라든가 훈제 연어 요구르트 샐러드 등 평소에 집에서 잘 안 먹는 음식들을 캠핑장에서 먹으면 더 맛나고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캠퍼들이 전통적으로 잘 먹는 바비큐 일품요리는 메인 요리로 삼기에 손색이 없었는데, 그런 요리를 50가지나 가르쳐주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가면 되겠다. 캠핑의 역사까지 야금야금 맛있게 먹는 기분이 들 것이다. 바비큐 말고도 밥을 고집하는 남편을 위해 밥과 찌개 식사 메뉴도 한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먹을 수 있는 야식과 별식까지 다양히 소개되어 있다. 좋은 곳에 놀러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거 먹는 것도 그만큼 소중한 당신이라면 이 책이 감동적이고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