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숙직 사건으로 학생들의 사과를 받은 후 '이것으로 좀 나아지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숙집 할머니의 말투를 빌리면 '선상님은 아무것도 모른당께요'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학생들이 사과한 것은 진심으로 반성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교장의 지시에 형식적으로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장시치들이 굽실굽실하며 교활한 짓을 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사과는 하지만 장난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모두 이런 학생들 같은 인간들로 이루어졌는지 모른다. 사과나 사죄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용서하는 것은 정직한 바보나 하는 짓이다. 사죄도 하는 척만 하는 것이라면 용서도 하는 척만 해도 될 것이다...이런 시골에 오래 있다가는 타락할 것 같다... - 도련님 본문 중에서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제가 사람의 몸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제가 앞날을 고민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던 남자와 그 아내의 마음에 사랑이 있어 저를 불쌍히 여겼기 때문입니다...모든 사람은 그들이 자신을 돌보고 앞날을 계획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자신만을 위하여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능력은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셨기에 모두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르쳐 주셨지요...-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독일 낭만주의 작가 E.T.A.호프만의 단편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우리나라에 <호두까기 인형>으로 알려져 왔다. '생쥐 왕'이야기가 빠지면 작품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기에 원래의 책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옳지만, 이 작품에서는 편의상 <호두까기 인형>으로 부르기로 한다...

...낭만주의는 바로 직전에 '프랑스 혁명'이라는 대사건 이후에 등장한 사조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유럽인들의 의식과 인식에 대변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웃 국가들 대부분은 복고주의를 고수하기에 급급했다. 자칫 자국 국민들이 프랑스 시민들의 영향을 받아 왕권을 전복시키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히려 국민을 억압하는 태도를 보였다. 낭만주의는 이에 실망한 나라들, 특히 독일에게 시작된 정신 운동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