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소소생은 인간과 사회의 추악한 면과 어두운 면을 전체적으로 통찰하고 심각하게 깨달은 뒤에 그 무대를 명나라가 아닌 송나라 시대로 옮겨 작품을 썼다...

...소설 전체를 관류하는 성의 묘사에서, 조악한 성욕의 발설에서 시작된 애정이 진실된 감정으로까지는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 즉 '성'을 '정'의 아름답고도 순수한 경지에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음서'니 '예서' 따위의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작자 소소생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 인간의 모순, 도덕의 타락 등을 예리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강한 열정으로 인간사회의 추악한 면모를 한 폭의 그림 속에 생생히 펼쳐 보여준 것이다. 또한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대조적으로 잘 나타나 있기도 하다. 그래서 '끝이 있는 것으로 끝없음을 따르는 것은 위태하다'고 한 장자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금병매> 안에 반영된 것은 하나의 진실된 중국 사회다...만약에 문학 안에서 중국 사회의 잠복된 어두운 면을 보려면, <금병매>가 가장 믿을 만한 연구 자료다...

...서문경은 채경에게 뇌물을 써 관직을 얻고 난 후, 축하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당시의 음주문화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병아가 죽었을 때 그녀의 장례를 치르는 모습에서는 그 어느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명나라 때의 장례의식을 보게 된다. 그 밖에 하인들의 몸값, 전당포에서의 이자율, 집값, 명절의 놀이들, 종교의식, 음식의 종류, 의상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금병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단순히 성문학의 대표로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 시대 중국의 참 모습을 잘 반영했다고 여겨 그 작품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금병매>는 서문경이 살아 활동하던 1화부터 79화까지와, 서문경이 죽고 난 후인 80화부터 100화까지의 두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서문경의 생시에는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죽고 난 후의 이야기는 오월랑과 춘매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하여 마치 두 개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고 나면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선입관, 즉 <금병매>는 야한 소설이라는 평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금병매>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속에 '중국 명나라 시대의 사회사'가 들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위로는 황제에서부터 밑으로는 하인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마치 한 편의 기록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