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에 여자 임원은 몇명이나 될까?

 

막연히 궁금해서 문득 여기저기 사내 검색창에 이런저런 팀을 검색해보고, 과장급 이상의 여직원들은 손에 꼽을 수도 있을만큼 적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내가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소문으로 무성히 들었던 몇 안되는 회사의 여임원(어쩌면 한명일 수도 있는)이다.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될까 ? 궁금했고 정말 예전에 책을 한권 쓴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나, 인터파크에 책이 품절되어 더이상 생산이 되지 않아 구하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평소 이용하지 않는 사이트를 통해 책을 구입하였고, 마침내 책을 읽게 되었다.

 

룸메이트한테 이야기 듣기론, 하이톤의 목소리, 에너지 넘치는, 옷을 잘 입는 아담한 체구라고 이미지를 설명했다.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이미지가 구체화되었다. 그녀는 모든일에 정열적이고 열정이 넘치는사람인것 같았다. 책은 많은 Chapter 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문장은 짧고 사실이외에 군더더기 없으며, Chapter는 한장 반 정도의 짧은 구성으로 되어있어 읽을 때 저자가 글을 쓸때의 속도감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 저자의 성격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마 다소 급한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도 바람소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봐선.

아무래도 8년의 초고속 승진을 위한 발걸음은 남들과 같은 속도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인사담당, 교육 담당 이라고 하면, 단순히 창의적인 활동과 교육에 필요한 여러가지 자료들을 수집하고 공부하는 부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러 단체의 이익이 얽혀 있고, 많은 보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언어 때문에 진땀뺏던 기억, 임신한 부른 배를 움켜잡고 3층건물을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던 기억, 만삭인 배를 하고서 노경 단체들과 붙딪혀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던 기억, 책을 읽다보면 승승장구한 그녀의 그림자에는 같은 여자로서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책을 읽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까지 했으니 책에는 사실 화려한 면 보다는 안쓰럽기 까지한 사연들이 많았던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점점 자신감이 들었다. 결혼, 임신, 시댁, 차별 등 아직은 여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은 사회생활이지만, 지금보다 더 악조건일 때에도 견디어 냈던 사람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그 사람이 적어도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 뜬구름 잡는 먼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조금 나태해진 사람들에게, 또 나의 친구들에게, 재미있고 신나진 않지만 그래도 가치있는 일을 위해 땀흘리는 사람들에게 추천 하고픈 책이었다.   

 

 

책의 제목만 보면 두근두근, 뭔가 이 책을 읽게 되면 새로운 지식이 많이 쌓일 것만 같고, 당장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했을땐, 몇명의 사람들이 기대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여러나라를 둘러보며 신기하고 흥미로운 문화를 소개해 주는 여행서도 아니고, 오랜만에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휴식을 만끽하며 자연을 즐기다가 어떤 깨달음을 적은 에세이도 아니고, 돈을 벌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경제서적도 아니다.

책의 저자 코너 우드먼은 좁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세계에서 자신이 배운 가장 토속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경제를 다루는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이란 것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는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 나라에서 값싸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을 구입해서 다른 나라로 건너가 조금 더 값을 얹어 파는 것이다. 때로는 노련한 상인들에게 당해서 손해를 볼 때도 있고, 어떤 물건은 손해보고 팔기엔 물건이 너무 아까워 끝까지 손에만 쥐고 있게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운 좋게 좋은 값에 흥정을 성공 하기도 한다. 코너 우드먼이 쓴 책의 마지막 내용에는, 그는 단순히 사고 파는 흥정에 있어서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이 세계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기업들이 모든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사실은 그 커다란 경제의 흐름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이 곧 경제라고 말한다. 나는 나에게 평가를 해준 몇명의 사람들과는 달리 이 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 별 다섯개를 모두 주고 싶었다. 나는 경제라는 것을 다뤄본 적도 없고 가장 기초적인 학문을 접해본적도 없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곳에는 이렇게 전 세계의 노련한 상인들이 때로는 손해를 보다가 때로는 이익을 챙기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깊이 새겨졌다.

누군가는 "단순히 그런 호기심으로 연봉 억대의 기업을 뿌리치고 세계일주를 시작했다고?"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언젠가 그가 궁금해하는 모든 호기심을 여행을 통해 풀게되면, 그는 또 다시 더 높은 자리에서 세계의 경제를 다루는 경제학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때는 그 어떤 지식을 가진 저명한 경제학자라도 그의 경험을 이기진 못할 것 같다. 나는 그런 그의 용기와 추진력에 감탄했다.

나의 입장에 비추어 보았다. 때로는 나의 짧고 얉은 지식에 자신감을 잃고, 일을 추진함에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실망만 하고 있을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일은 가장 기본적인 것, 해내고자 하는 목표와 얼마나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중요한 항목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냈다. 코너 우드먼은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배웠다 라는 후속 작품을 써냈다. 나는 이 두번째 그의 경험도 벌써 기다려 졌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화장하고 옷을 입고 머리를 정돈하고 출근해서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책을 읽다 자는 일상생활들이 따분하게 느껴진 때가 있었다.

주중에는 항상 피곤하다고 금요일 저녁만을 생각하면서 잠을 미루던 때, 토요일과 일요일은 TV와 잠이 전부였던 때가 그리 오래 지나진 않았다.

주중에 규칙적이고 주말엔 약속이 많지 않으니 지출은 적었지만, 무언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보내고 보내보다보면 뭔가 찬란한 어떤 색다른, 행복이 물밀듯 밀려올까 고민했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학창시절에는 지겨운 시험이 끝나는 어떤 시점이 오고, 대학시절에는 멋진 직장을 가지게 되는 어떤 시점이 오기만을 바라면서 그 순간의 즐거움을 잠시 접어보기도 했는데, 물론 그랬기 때문에 지금 후회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잠시 찰나의 행복감은 느끼지만 더 반짝이는 그때만의 추억을 만들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고보면 지금 스물일곱 나의 나이는 그 이름만 들어도 너무도 찬란하고, 눈물나게 연약하지만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시기가 아닌가.

나는 이 시기를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찬란하게, 좀 더 눈부시게 만들기로 했다.

주말에는 늦잠보다는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복잡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을 걷고, 평일에는 새벽부터 잘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하지 않았을 때는 잠만 자도 피곤했던 것이, 지금은 모든 것을 소화하고도 1시간만 더 자면 피로가 풀렸다. 이게 바로 내 젊음, 나의 건강임을 알게되었다.

세상을 나보다 50년이상을 오래 산 현자들은, 하나같이 현재를 즐기라고 이야기 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올바르게 사랑 할 줄 알고 표현하며, 돈이 들더라도 가치있는 일은 하는 것이 좋으며, 나의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 일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라고 말했다.

교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의 현재 상황에, 좋은 교훈을 얻게 된 지금 이 시간이,

내가 느끼는 오늘의 행복이다.

나의 삶은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내일도 누구보다 찬란하고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