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은 1945년 광복을 일년 앞둔 시기의 후쿠오카 형무소를 배경으로 한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다. 유령이라고 불리우는 잔인한 형무소의 간수가 살해되면서 사건의 정황과 비밀을 파헤친다. 속도감이 빠르다고 할순 없지만 지루하지 않고 잘 읽혔다.

 

고등 학교 때 의무교육으로 문학을 배운 적 있지만, 사실 그 때는 문학이라는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저 답이 애매한 과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단편 소설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세계문학에 대한 관심이 적어 학생들의 필독서라고 하는 유명작가들의 책을 읽지 못했다. 최근 적지는 않은 책들을 읽으면서, 어릴 때 갖지 못했던 철학과 문학, 시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졌다. 정확한 답이 없고 때로는 말장난을 하는 것 같은 애매한 문학의 세계, 주관적이라 점수화 하는 과목에서 뭔가 모순이 느껴졌던 과목. 그런 문학이 정말 어떤 책의 제목처럼 드디어 내게로 왔다.

 

일본 간수의 죽음으로 부터 사건이 시작되지만, 책은 윤동주의 최후를 소설화 했다. 학생 때 읽었던 여러가지 그의 시를 다시금 중얼버려보는 시간이 되어 좋았고, 크고 나서 읽은 그의 시들은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아주 가는 잎이 매달린 쭉 뻗은 대나무처럼, 그의 시는 약하디 약해서 바람에 휘날리지만 꺽기지 않는 곧은 줄기처럼 느껴졌다.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일본인 중에도 그의 소설에 가슴이 애잔해지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쩌면 그렇게 내가 쓰고 있는 이 한글이 그리 귀중해 지는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한자 한자 쓰는 것에 신중함이 더해질 정도로, 그 사람의 글은 아름답고 서정적이었다.

 

일제 강점기 적 조선인들이 죄없이 감옥살이를 하고 처절하게 매를 맞고 지독한 노역에 시달리는 시점에, 그 당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본인들의 행태를 고발하지만,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대라는 문장은 누구를 죄인이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게 했다.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시대를 슬퍼한 청년 윤동주는, 옥살이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보았다. 억울 하고 억울 하고 억울한 그 시대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생각할 수 있을지.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의 정신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한번 의식의 고고함에 대해 감탄 하면서, 내가 느낀 파도같은 감정을 글로 적어 낼 수 있는 나의 능력이 정말 그 사람의 반에 반도 안되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낀다.

제목이 좋아 읽기로 했다. 산문집이라고 하니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견해가 담긴 에세이가 아닐까 예상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책은 방향도 없고 목적지도 없었다. 그저 이리저리 나 있는 오솔길을 걷다가 쉬다가 옆으로 샜다가 그대로 멈추는 이야기 들이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목적과 교훈이 뚜렷이 남는 건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 차분해졌다.

 

책을 읽다가 졸았다. 느긋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때로는 지루했다. 아름다운 문체들이지만 긴 문장이 한국어이면서 쉽게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어야 하는 구절이 많았다. 두번 세번 읽다보면 마음이 뭉클했다. 참 이상했다. 이것이 작가라는 직업의 힘일까.

 

나는 최근에 책을 조금 읽고 있지만, 사실 많은 책을 읽던 독서광이 아니었다. 나는 무언가 또렷하고 분명하며 느슨한 나의 삶을 잡아 줄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했다. 문학에 무지하고, 글은 국어말고는 배워본적이 없어 아름답고 고상한 언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짧은 문구에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10권의 책을 읽고, 20권을 읽고, 30 권을 읽고 계속된 책읽기는 나의 독서 취향을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 여전히 나는 경제서적이나 제테크 관련 도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도 좋아하지만, 최근 통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았다. 대신 소설이나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직도 나는 이런 산문집을 읽고서 어떤 문장이 정말 아름다웠다느니, 어려운 글에 숨어있는 이런 의미를 읽었다느니, 이 작가의 정서란 이런 것이라느니 등을 서술하기는 힘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지루했고, 왜 쓰는지 의미를 모르겠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뭘까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에 읽었던 여러사람의 책 중에 몇 안되는 느낌을 받은 책 중 하나였다.

[이 사람은 작가구나.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출판하고 인기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쓴 책은 금세 베스트 셀러가 되는 세상이지만, 그래서인지 한 줄의 글을 곱씹어 생각해볼 수 있는 문장이 없고,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없었다. 내가 느낀 이런 생각들이 문학에 대한 나의 수준이 조금은 높아졌다는 증거가 될까.

 

좋은 시를 읽고 싶어졌다.

그 옛날 중,고등 학교 시절 읽었던 시 중에는 짧지만 얼마나 깊이감 있고 묵직한 문장 들이 많았던가. 시를 읽고 밑줄을 긋고 문제를 풀어야 했던 그 시절의 교육이 새삼 원망스럽다. 시간이 되면, 그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금 느껴봐야겠다.

 

왜 사람들이 시를 읽는지 알게된 늦은 오늘이 새삼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침이 떨어질까봐 목에 통을 매고 다니고, 그림자가 땅을 오염시킨다고 허리에 빗자루로 지나간 자리를 쓸어내어야 하는 삶. 상상해보지 못한 참혹한 삶이었다. 그들은 불가촉천민이라 불리우며 태어날때부터 전생의 악업을 갚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개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불과 50년 전만해도 분명히 존재했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책의 내용은 나렌드라 자다브의 부모인 다무와 소누의 이야기이다. 다무와 소누의 각각의 입장에서, 3500년동안이나 지속되어온 인도의 카스트제도 하에서 그들의 겪는 사건과 생각을 담았다. 그래도 그들은 인도의 계급사회가 변화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삶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성공이란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 누구나 내면에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동화 '미운오리 새끼'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도의 계급사회 안에서는 태어날때부터 죽을때까지 스스로를 미운오리새끼라고 생각하고 생을 낭비하는 수백만의 백조가 있다]

 

나렌드라 자다브의 말처럼, 다무는 일찍이 바바사헤브의 연설을 통해 개인의 존엄성과 인격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아이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게 해 주겠다는 일념하나로 계속해서 사회에 저항한다. 다무는 계속해서 자신의 어머니와 소누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려고 노력하지만,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소누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다무는 계속해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때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그들의 노력하는 삶이 없었다면, 나렌드라 자다브의 삶도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무는 자신의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졌고, 끊임없는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나렌드라 자다브는 학교에서 배운 어려운 경제학에 대해 다무에게 이야기하고 여러가지 경제 기구들을 설명했는데, 다무는 조용히 다 듣고나서는 그래서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는 경제학자들이 물어보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가 경제학이나 경제기구에 대한 이해를 비록 완벽히 하지 못하지만, 그의 생각과 방향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유식해 보이는 많은 것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진해야 하는 방향과 방법에 대한 이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는 현명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된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만 뭘하든 최고가 되어야 한다, 학위를 얻는다는 것은 학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다무.

 

어디선가 이런글을 읽었다.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더 친절함을 베푼다고. 나는 때로는 나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은 듯 했다. 나의 선택, 나의 생각, 나의 책임, 나의 권리, 주체적인 삶이라는 것을 좀 더 깊이감 있게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