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세번을 정독했다고 하고 빌려준 책이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 과연 어떤 남자와 결혼하는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하는 커다란 물음표가 없어지지 않았다. 김미경의 특강 중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라'는 강의가 있고난 후, 너도나도 그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김미경 강의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이미 다 본 내용이었지만, 최근에 스타 특강쇼가 방송된 뒤 강의를 본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안도(?)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가난한 남자와, 가난한 남자와 사랑을 하고 있거나, 결혼을 한 여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강의의 핵심은, 돈이 없는 남자, 그러니까 진짜 가난한 남자를 선택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비전이 있는남자, 미래에 부자가 될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라는 이야기이다. 미래를 알수있다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우리는 항상 미래를 알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나 역시 지금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입장을 듣고 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말해준다. 번역가의 솜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투는 상당히 자신감 있고 직설적이다. 그런데 나는, 읽으면 읽을 수록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은 책일뿐, 이 사람은 이사람일 뿐 내 인생에 대한 선택은 오직 나 스스로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정말 천생연분인 두사람이 만나 한번도 싸우지 않고 알콩 달콩 사는 만화같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워진지 오래다. 세상에는 나에게 맞는 다양한 천생연분들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훨씬 공감이 갔다. 어쩌면 운명을 믿는 나이지만, 세상에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 딱 한명 아주아주 멋있고 왕자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이제 들지 않는다. 세상에는 괜찮은 사람들이 아주 많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고, 그러나 그 사람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이 성사되는 것은 어느정도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만나 약간의 부족한 점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두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부족할 수는 있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죽을 때까지 상대방이 고쳤으면 하는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역시도 그렇게 노력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아끼면서 보담으며 살고 싶다.

결혼식 시즌에, 나이도 결혼 적령기에 입문하면서, 나는 요즘 참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는 어떤 딸, 어떤 엄마, 어떤 아내, 어떤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무언가 해내고 싶은것이 많다가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해결이 안나는 고민들이 뭉게뭉게 너무 많은 가을이다.

 

입사 초기, 일을 배우는 단계에서 읽었던 하이퍼포머를 진급을 앞둔 4년차 지금 다시 읽었다.

처음 읽게된 계기는 사내 인터넷 강의에서 독서강의라고 하여 책을 읽고 과제를 수행하는 교육이 있어 신청했을 때 받게 된 책이었다. 처음에는 하이퍼포머라는 말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었는데, 지금은 하이퍼포머(High Performer)라는 말이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지는 시기가 어는덧 되었다. 진급 교육을 갔더니, 강사는 하이퍼포머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냈고, 나는 4년 전 읽었던 이 책이 생각이 났다. 그 당시 읽으면서도 궁금했던 부분을 긁어주어 다시금 읽어봐야지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때가 좋은 기회다 싶어 다시 읽게 된 것이다.

최근, 업무는 익숙해지고 LED에 대한 사업은 하락세를 보이고, 눈에 띄게 적어진 업무량과 요청에 의한 일만 하게 되면서, 일에 대한 욕심과 성과에 대한 절박함이 많이 없어졌다. 책을 다시 읽으면서, 12년 남은 두달 현재까지 했던 일을 총 정리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다보면 바쁠때는 이것저것 쳐내기 바빠서 다음에 정리해야지 생각하고 넘어가기 일쑤였고, 일을 마치면 이제는 조금 쉬엄쉬엄 해야지 하면서 정리해야 할 목록을 지나쳐가곤 했었다. 쉴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8시간 일하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낸 적도 허다했던것 같았다. 입사 초기 함께 일했던 선배는, 야근할 생각말고 8시간을 무조건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라고 가르쳐줬었는데, 어느덧 나는 타성에 젖고 무료한 일상에 익숙한 일꾼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알고있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은, 너무나 쉽게 접한 말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 직장인에게는. 어차피 보상은 똑같고 하는 일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괜히 부풀려 일을 더 많이 떠맡지 않게 조심조심 할일만 하고 퇴근하리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최근 1년간은 그렇지 않았나 반성이 되었다.

나의 일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무너지고 불안해 지다보니,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기대게 되었고 말이 많아졌다. 말이 많아지는 것 만큼 실수도 잦아지는 것 같았다. 나의 일에 집중하면서 길을 잘 닦아 나가다보면, 시련은 많을지언정 길은 점점 깨끗해진다. 친구와 주말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나는 잃어버린 나의 초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급에 운운하고 모이는 돈에 집착하다보니, 어느새 나의 업무와 나의 역할이 내 머릿속에 없어졌던것 같다. 사람이란 간사해서 눈앞에 있는 어떤 관심사가 생기면 어느새 멀리 있는 정말 중요한 항목을 잊게 되는 가보다. 하이퍼포머를 다시 정독하면서, 나의 일에 대한 목표와 달성해야 하는 성과, 빠르게 할 일과 정확하게 할 일을 구분하면서 현명하고 전략적으로 일을 해야겠다.

내가 하는 일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사람은 상사나 동료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내가 하는 일에 누구보다 냉정한 잣대로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라 다짐한다.

출장에서 우연히 기차시간이 남아 들어간 서점에 김난도 교수의 신간이 나와있는 것을 보고 의심없이 펼친 책이었다.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읽고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사회에 나온지 벌써 3년이 지나니, 바쁘고 정신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았던 세월이기도 했다. 학창시절에는 그날의 고민을 그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항상 옆에 있었고, 대학교 때에는 그날의 속상함과 막연함을 그날 술한잔 하면서 털수 있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외진 곳에서 떨어져 나와 고민을 이야기할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없는 최근에는 떨칠 수 없는 걱정과 고민들 때문에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학생때와 비교하면 분명히 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혼자 나의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 순간 화나는 감정을 참을 수 있고, 조금 슬프다해서 울지 않고, 고민이 있다고 해서 크게 답답하지 않은. 좋은 말로 인내심 있는 어른, 나쁘게 표현해서 무뚝뚝한 그냥 어른.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인 나 같은 어른을 "어른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직까지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솜같이 약한 바람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어른아이라는 것이다. 최근 나의 미래와 꿈을 생각해 보면서, 나는 현재 어떤 조직에 귀속되어 회사가 가고 있는 비전에 맞추어 생활하고 있지만, 진정 나의 꿈과 미래에 대한 계획은 어떤 것인지 모호해 지는 것을 느꼈다. 물런 회사와 같은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하는 것이 구성원의 일이자 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내가 얻고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

나는 이곳에서, 바로 여기에서 무엇을 얻어서, 장차 무엇을 하고 싶고 하게될 사람일까 ?

그저 그렇게 흐르는 대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이런 고민들이 쓸데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계획되어 있지 않는 한, 나의 삶과 미래를 보장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조직은 나를 필요로 하지만, 내가 조직에 기대 버릴 때, 조직은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지도 모를일이다. 나의 꿈에 대한 정의와 미래에 대한 시간과 계획을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천번을 흔들리면서도 잡아 내야 하는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