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도 계획을 세우는 시기가 다가왔다.

매년 12월이 되면, 나는 새로운 다이어리에 나의 향후 10년간의 계획을 세우고 내년 1년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하고, 매월 달성해야하는 목표를 설정한다.

11월이 되면, 그 계획들이 무질서하게 머리위에 둥둥 떠다니는데,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많고 기분좋은 상상들이다.

진급을 하게되는 13년은 계단을 하나 오르는 새로운 해라 지난 3년간 13년만을 바랬던 적도 있었는데 막상 13년이 다가와서 계획을 세우려고 보니, 갑자기 짜증이 났다.

10년, 11년, 12년과 같은 똑같은 계획이 13년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물런 조금 새로운 것도 있고 지속해야 하는 공부도 있지만, 가장 짜증이 난것은 영어공부.

그래서 차라리 일본어나 중국어등 다른 외국어를 배워야 겠다고 생각하던 중 발견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다행히 영어에 대해 게을러졌던 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평생 공부한 사람이 완성이 아닌 과정이라 말하는 영어에 대해 고작 3년 그것도 기회가 될 때 마다 조금씩 접한 내가 향상도 되지 않고 지겹다라고 생각이 든 것이 어리석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강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인데, 영어보다 중국어를 해야하지 않을까?

저자는 말한다. 앞으로 더 영향력이 강해질 것은 중국어가 아닌 영어라고.

영어가 세계공용어가 된 것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쓰기 때문인데, 그럼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인들이 쓰는 언어가 힘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그는 그 많은 중국인들이 이제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영어는 더욱 필수적이고 강력한 세계공용어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고 어떤 언어가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될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영어는 기본적으로 해야겠다 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입사를 하게 된 원인도 영어가 컸고, 업무 중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부여되는 일이 많았고, 내가 좋은 제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꾸준히 학습한 영어때문이었다.

이처럼 영어는 하기 싫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영역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수 사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에 대한 공부방법에 대해 다양한 자료와 경로가 있지만 저자는 영어학습에는 무엇보다 가장 원초적이고 진부한 학습방법이 최고라고 이야기 한다. 최신 학습기계, 좋은 영상, 편리한 앱이 넘쳐나지만,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다던지, 어휘를 매일 몇단어씩 외운다던지, 문장을 따라 발음하고 영작한다던지 하는 모두가 아는 방법 말이다.

결국 영어를 공부 한다는 것은 좀더 자주 영어에 나를 노출시키고, 자주 듣고, 자주 쓰고, 접하는 영어는 유심히 보고, 외워보고, 읽어보는 수밖에 없나보다.

한글을 배우면서 아무도 이걸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한 필수 항목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영어를 배움에 있어서도 그런 고민을 할 시기가 지났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기회는 올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어를 알면 세계의 절반을 갈수 있고, 세계의 절반의 지식을 읽을 수 있다. 그것부터가 얼마나 큰 기회일까.

나는 다시 영어단어집과 학습책을 꺼내들었다.  

"서른 살"

 

주요업무에서 벗어나고 있는 불안감, 지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 아직 붙잡고 있는 나의 과거,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족..

두 달 뒤 스무여덟이 되는 내가 느끼는 현재의 감정들은 한가지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각각의 다른 문제들인데도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고 어떻다라는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심플한 느낌이 아니었다. 똑같은 문제와 혼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한다고 한들 풀리지 않는 이 문제는 엄마에게 이야기하기엔 내가 한 여자로서 너무 어른이 되었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기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였으며, 친구나 연인에게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개인적인 나만의 느낌과 삶이었다.

 

"심리학"

 

최근 심리학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싶다가 아니라 오직 나의 생각, 나의 상황,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저자는 12년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59년생 여성이다. 나는 아는 언니에게 위로를 받듯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인생, 두려움, 일과 인간관계, 사랑과 결혼.. 현재 내가 혼란을 느끼고 있는 여러가지 주제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들었고 혼자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이미지의 세상에서 우리는 현실 생활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마치 항상 자신앞에 카메라가 있고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가 보고 있는 양 미소를 짓고 상황을 연출하고 있지만 그처럼 보이는 이미지에 몰두하다 보면 타인의 감정을 돌아볼 여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행복한 나의 모습을 이미지화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돌이켜봤을 때 행복한 기억을 기록하는 것은 뿌듯하고 안심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위험한 것은,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는 나의 기록을 보고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꺼내지 못하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지화 하여 남들에게 내세우지 않아도, 내가 가진 행복은 없어지지 않고 내가 가진 걱정은 없어질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것은 나의 삶이며 나에게 가장 의미가 있으면 되는 것일뿐,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다른사람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나는, 내가 만들어갈 무대에서, 나만의 능력을 보이고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 된다. 이 세상에서 나는 모두의 중심이 될 수 없고, 각 개인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의 불빛에 이끌려와 작은 불씨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내가 바라고 원하는 나의 삶이 완성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명이 너무 밝으면 눈이 부셔 아무도 가까이하지 못하지만, 뜨겁고 조용히 내 안에서 피어낸 불빛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씨를 나누어 줄 수도, 그럴 수록 더 커진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일, 인간관계, 사랑, 친구, 가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지금 이순간 내가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수많은 관계 속 사람들의 많은 말들이 있지만, 조용한 나만의 생각을 세워야 한다는것이다. 그 어떤 삶에 대해서도 잘 했다 잘 못했다 라는 평가를 할 수 없고,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0점부터 100점을 매길 수도 없다. 하도 그런 성질의 프로그램이 많아서 누구나 예리한 눈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다른 사람의 삶을 볼 수 있고, 점수를 매길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똑똑한 이 때, 조용히 부지런하게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이야기하며 나 스스로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어가며 나만의 길을 가야겠다. 누구도 나의 삶을 평가할 수 없고, 아직 평가하기엔 너무도 이른 시간.

앞으로 50년 뒤에나 내 인생에 대해 감히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뿐일 것이다.       

오랜만에 접한 소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전쟁 전 부유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의 유년시절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되면서 자라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하인 하산을 구하지 못한 어린시절 사건에 대해 죄책감과 자격지심을 평생 가슴속에 묻으며 살아가다가 하산이 자신의 이복동생이라는 비밀을 알게되고, 그의 아들을 구하러 다시 위험한 아프간으로 떠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되는데, 그래서인지 전쟁에 대한 자세한 묘사도 없고, 배경에 대한 긴 설명도 없이 소년의 눈으로, 청년의 눈으로, 한 남자의 눈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소년의 눈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듯 눈앞에 배경이 펼쳐지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산은 충직하고 정의로우며 용감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바바는 그런 하산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아버지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며 주인공에게도 사랑을 마음껏 주지 못했다. 바바는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닮은 주인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두 아이를 분명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색은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나의 모습을 닮은 아이,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이 아는 나의 연약한 부분을 닮은 아이. 신이 있다면 참 잔인한 방법으로 바바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았다.

하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에 가까운 인물이라면, 잦은 실수를 하고 용기가 부족한 '나'는 실제 닮아있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올바른 일에 나서지 못하고, 때로는 악한것을 보고 지나치기도 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는 그의 행동과 마음에 공감이 갔다. 어린 하산의 아들이 그가 유년시절 겪었던 비참한 일을 겪게 되는 운명의 아이러니와, 그를 구하면서 한편으로 평생 지녀왔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나에게도 마음속에 무거운 돌을 내렸다 들었다 하게 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하자, 누군가가 물었다.

이 책이 시사하는 점이 무엇이었나요 ?

글쎄요.. 나는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소설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지가 오래였다. 자기계발서라면 모를까 소설은 내가 모르는 배경과 새로운 사람의 삶을 접하게 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넓어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람은 아픔을 겪고 나면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더 용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바는 자신의 용기없는 행동 때문에 평생 하찮은 지위로 살아야하는 하산에 대한 상처로 죽는 순간까지 주인공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었다. 하산은 아세프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아픔을 겪지만 누구보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용감한 아들을 키운다. '나'는 하산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지만 결국 그의 아들을 구해내며, 그의 아내는 어릴적 철없는 행동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게 해준 남편을 위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가면서 자의든 타의든 많은 실수와 아픔, 좌절이 있지만 살아있다면 항상 극복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온다. 한번, 또 한번의 기회를 겪을 때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면, 내게 주어진 삶이란 소중한 기회를 좀 더 가치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