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에 이어진 2권의 내용은 이루어 질 수 없는 두가지의 사랑이 더 나왔다.

1권에서 난장이 부치노와 창녀 피암메타의 사랑이 그려졌다면 (사실 사랑이라기보다 그들은 협업 관계에 가깝다. 그러나 부치노가 피암메타를 생각하여 모시는 모습이나 피암메타가 부치노를 믿는 모습은 어떤 관계보다 신뢰가 깊다는 것을 느낄정도 였다.) 2권에서는 피암메타와 포스카리의 사랑, 라 드라가와 부치노의 사랑이 그려진다.

추가된 두가지의 사랑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다.

피암메타와 부치노는 로마에서 베네치아로 건너와 또다시 성공의 길을 걷는다. 아름다움 피암메타는 비록 머리카락이 잘리고 상처를 입었지만 라 드라가의 도움으로 서서히 회복을 한다. 부치노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의 피암메타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아름다운 비너스라 느낄만큼의 모습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아마 로마에서보다는 고충을 겪고 나이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생기발랄한 모습보다 성숙하고 더욱 깊이 있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며 앞으로 더 큰 부를 얻고자 노력하는 부치노에게, 피암메타가 빠져버린 위험한 사랑은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싫은 크나큰 장애물이다. 그것도 부도 없고, 명예나 지위도 없는 풋내리 포스카리라는 점은, 그동안 자신이 섬기고 사랑했던 피암메타에게 배신감이 들만큼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부치노는 방황을 하고 난폭해지며 피암메타를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죄악으로 돈을 버는 창녀가 할수 있는 가장 크나큰 죄악은 조건없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변하지도 않았다. 포스카리가 결국 떠나면서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부치노의 방황하는 모습이 너무나 절절해서 나도 피암메타의 편을 들기 싫었지만, 누구도 존중해주지 않는 그녀 그대로의 모습을 아끼고 사랑해준다고 소리치던 피암메타의 말이 애절하고 안타까웠다.

 피암메타가 사랑에 빠지면서 부치노와의 관계가 어긋나지만, 그래도 피암메타를 이해하는 부치노는 아마 그가 느낀 사랑의 감정때문에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치노는 아니라고 부인해 보지만, 그는 라 드라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끝없이 라 드라가를 믿지 않고 의심했지만, 라 드라가는 그에게 헌신적이었다. 뒤늦은 그의 깨달음은 결국 라 드라가를 죽게 하는 동기가 되고, 부치노는 자신을 원망하며 라 드라가를 보낸다.

결국 긴 여정 속을 거쳤지만 처음처럼 부치노와 피암메타만이 남았다.

뛰어난 치료사의 재능을 가진 여자가 맹인인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야했던 시대, 아름답고 재치있는 여자가 창녀로 이름을 떨쳤던 시대,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지만 추악한 난장이의 모습으로 창녀를 모시고 살아야 했던 시대, 어떤 것이 선인지 악인지 알수없는 그 시대적 배경이 어우러져 비극적인 사랑을 더욱 애잔하게 더욱 담담하게 그린다.

그림한장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기엔 놀라운 이야기.

내년엔 베네치아의 돌거리에서 얇지만 긴 치마를 두르고 그 시대적 배경을 느끼며 걸어봐야지. 사랑과 배신이 뒤섞인 악도 없고 선도 없었던 소설속 이야기가 그때도 피부결에 느껴질지 궁금하다.  

수녀보다 창녀가 많았던 르네상스의 시대.

내용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격변기인 1527년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눈결같이 뽀얀 피부와 태양빛에 비치면 황금빛과 타는 듯한 붉은빛이 섞인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뛰어난 재치와 임기응변에 강한 조각같이 아름다운 피암메타는 로마에서 추기경의 후원을 받으며 고급 창녀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그녀 역시 전쟁의 위험을 피하지 못하고 특유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뿌리채 뽑히고 머리에는 이마까지 내려오는 긴 상처를 입게 된다. 개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기어나오듯 로마를 빠져나와 그의 하인인 난장이 부치노와 베네치아로 향한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부치노의 목소리가 장식하는데, 부치노는 누구보다 피암메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녀를 보호하고 다시 일으키기 위해 발빠르게 행동한다. 피암메타 역시 짧은 기간 좌절하지만, 베네치아에서 치료사로 이름을 떨친 라 드라가를 만나 상처를 치료하고 가발을 마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잠깐 시들었던 미모를 다시금 피어오르게 한다.

1권의 내용은 그들이 로마에서 쫓겨나와 베네치아로 가서 성공을 위한 재정비를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그들은 성공을 하게 된다. 

교회에서 베네치아의 인기있는 창녀를 탐험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미모를 가꾸고, 성공을 위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등의 그들의 노력은, 비록 몸을 파는 직업이지만 천하다 생각되지 않는다. 돈을 버는 직업에 대한 의식이 높고, 또 그 과정에서 함부로 서툰 행동을 하지 않으며, 주도면밀하고 서로를 믿어주는 모습은 특히 인상 깊었다.

작가인 사라 더넌트는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티치아노가 그린 그림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어디선가 이 그림을 본적이 있는데, 그 시대에 누드화라면 화가의 연인이나 창녀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림에 나오는 여인 역시 옷을 입지 않고 있으며, 주변에는 시중을 드는 시녀가 있고, 팔찌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 역시 창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표정이 우아하고 살결이 보드라우며 적당히 살집있는 모습에 풍성한 머리카락은 결코 천한 직업을 가진 여성이 아닐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 시대의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여인이 모습이 정말 이렇다면, 과연 그 당시의 그 직업이 오늘날의 같은 직업을 가진 여인들처럼 하찮고, 볼품없는 직업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마치 오늘날의 여배우들처럼, 아름답고 살결이 고우며 우아하고 평안한 표정에 얼굴만 봐도 깊은 잠에 빠지고 싶은 그들의 모습은, 피암메타가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 보아도 그저 몸을 팔고 돈을 얻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피암메타를 읽어나가다 보니, 그녀를 닮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 옆의 흉측하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는 부치노 역시 너무나 애틋한 마음이 드는 인물이었다. 아름다운 피암메타와 흉측하지만 믿음직 스러운 부치노의 성공 이후의 이야기가 많이 기다려진다.   

어릴적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았을 안데르센 동화를 바탕으로 성인이 직장에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도출하였다. 동화를 기본으로 하여 읽기 편하고 쉽고, 그러나 해설은 그리 가볍지 않은 내용을 써서 내용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 자아의 실현, 타인에 대한 태도, 현실과 이상의 조율, 현재에 만족하는 법(진정한 행복 찾기), 열정에 대한 테마를 동화의 내용과 잘 접목하여 짧지만 인생에 대한 철학이 모두 담겨 있을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의도가 신선한 것 같다. 또 동화는 간략히 줄인 줄거리를 앞에 두고 원본을 번역한 전문을 뒤에 실어, 번역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감정을 비교할 수 있게 한것은 최근 번역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에게도 좋은 영향이 되었다.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한지 4년이 가까이 되면서 업무에 대한 무게가 점점 무거워 오는것을 느꼈지만, 조직의 흔들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핑계삼아 업무에 집중도를 높이기 못했다. 딱히 지적이랄 것은 없었지만 나 스스로가 알고 있기에 다른사람의 말 한마디가 더 가슴 아프고 모질게 느껴졌다. 많이 게을러지고, 느슨해지고, 사실 흥미를 잃었고, 다른 쪽에 더 관심과 집중을 했던 게 사실이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지인을 찾고, 부모님이나 친구들, 또는 연인에게 의존하고, 동료에게 위로받고자 하지만, 사실 모든 고민의 해결은 항상 나 자신의 생각의 변화에서 온다. 나이가 들수록 말보다는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이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인생의 성공은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발견하고 애초에 의도된 '인간'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공감되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일을 하면서 나만의 고유한 영역을 발견하고 그 크기와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직장에서 나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되었다. 어쩌면 고유한 영역을 발견하는 것에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더 빨리 발견하여 그 깊이감을 더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어떻든, 시간이 주어지는 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고, 경험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는 느릴지라도 분명히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운 오리 새끼는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지만 결국은 오리보다 우아하고 더 큰 날개를 가진 백조가 된다. 벌거벗은 왕은 아부와 아첨만 늘어놓는 대신들을 옆에두고 의기양양하다가 백성들 앞에서 벌거벗을채로 망신을 당한다. 니세는 가게의 풍요로움을 놓칠 수 없지만 다락방 학생의 사색을 사랑한다. 전나무는 항상 불행한 현실을 탓하고 행복을 좇지만 결국은 현재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귀엽고 우스꽝 스러운 주인공들이 만드는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방향을 제시한다. 항상 그러하듯이 복잡하고 어렵에 꼬여있는 실타래는 가장 가볍고 단순한 바늘 하나에 모두 풀린다. 직장생활은 하루에 8시간 이상, 혹은 그 이상, 어떤 시기에는 회사에 있는 시간이 가장 길어서 내 삶의 모든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분명 직장은 나의 삶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나의 삶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기죽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고 나만의 고유한 영역에서 내 그릇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는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