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정엄마는 급한성격에 화도 버럭버럭 내시는 조금은 무섭고 부담스러운 분이십니다... 완벽한 성격을 추구하는 터라 무언가 지시했을때 그대로 하지 못하면 혼내키기도 잘하셨죠~~ ㅋ 그런데, 지금은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니 친정엄마의 꾸지람에 이유있음을 깨닫고 혼자서 피식 웃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모습은 뭐라뭐라 잔소리도 잘하고, 무언가를 항상 요구지시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화도 잘내고, 소리도 잘 지르고... ㅎㅎ 모전여전 맞죠??? 거기에 반해 아빠의 모습은 항상 온화하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며 아이들 기분을 잘 맞춰주는 환상의 기사같은 모습이기에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런 아빠와 자꾸 비교되는게 가끔은 부담스럽습니다.

 

 

며칠전 집에 도착한 [엄마가 화났다]를 아이들보다 먼저 읽어보고선 난처해졌습니다. 제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게 그려진 엄마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조금은 어색하고,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은근 걱정되기도 했거든요^^

 

 

역시나 7살짜리 딸아이는 히죽히죽 웃어가면서 진지하게 책장을 넘깁니다. 딸아이를 쳐다보고 있는 저를 의식한지 이따금씩 힐끗거리면서 책을 보더니 한마디를 불쑥 내뱉습니다. "우리 엄마하고 똑같다... 똑같아... 하하..." 산이가 사라져버렸을때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어디갔을까" 중얼거리고 결국 엄마와 산이가 상봉하는 장면을 보고선 "다행이다"하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리고, 제게 다가와 엄마를 꼬옥 안아줍니다~~

 

 

책속의 엄마가 화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산이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제 모습을 발견했는지 딸아이는 아무말없이 저를 한참동안 안아주고는 장난감방으로 냉큼 뛰어갑니다. 용서받은 기분에 잠시 멍하기도 했지만 이런게 바로 모녀지간이구나 싶은 마음에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자라면서 엄마 눈에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 훈육하는 과정에서 화를 내고, 뜻하지 않게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모녀, 모자지간은 풀 수 있다는 것이죠. 대신 그 감정의 앙금이 켜켜이 쌓여가면 나중에 폭발하고 치유되기 힘들 수 있으니 그때그때 잘 풀어가고, 좋은 추억과 좋은 감정이 오갈 수 있도록 엄마가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따뜻하게 말도 하고 화도 덜 내는 엄마가 되야겠어요~~

 

 

출간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최숙희 작가님을 기다리던 열혈팬이 많으셨는지 인기가 장난아니네요...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감정표현의 그림만으로도 내용이 전해지기에 한글을 모르는 5살짜리도 책장을 넘겨보며 표정이 심각해져가다가 산이와 엄마가 상봉하는 장면에 빙그레 웃습니다.

 

 

모성은 분명한게 갖고 태어나는게 아니라 아이들과 관계성에서 회복되고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내자식이어서 무조건 사랑스럽기보다는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가운데서 깊어지고 애틋해져감을 느낍니다. 이래서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라고 하나 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참고만 있다가 화산처럼 폭발시키는 것도 위험하지만, 같은 상황을 화나지 않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마음의 평정을 기르는데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도 요구됩니다. 미숙한 아이들의 반응에 일일이 대꾸하고 맞추다보면 하루가 지치고, 화나는 일이 잦을 터...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을 여유롭게 풀어가는 것 또한 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책 제목과 표지부터 모험이 가득한 느낌을 주는 동화책이다. 미세기 출판사에서 초등 중학년을 대상으로 발간한 책인데 지은이의 소개가 눈에 들어온다. 가족여행으로 파리에 갔을때 만화책이 가득한 가게를 보고, 처음 멸치를 먹어봤는데  이 두가지의 경험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을 어린이책으로 처음 썼다고 한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진리를 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재료나 레시피에 있지 않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 말이다. 욕심쟁이 삼촌이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조카를 뽕쁠르무스 부인의 가게에 스파이로 보내지만 결국 자신은 망하게 되고 마들렌느 조카는 사랑하는 음식을 만드는 행복을 맛본다는...

 

 

얇은 부피에 만화같은 삽화가 중간중간 그려져 있고, 글로만 채워져 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와 줄거리가 재미있다. 처음엔 괴기스런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것 역시 다음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 같고, 마음씨 착한 마들렌느 조카가 요리에 대해 눈을 뜨는 것을 보면서 내가 만드는 요리를 먹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변화가 올까? 기대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결론이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은 늘 정결해야 하며 정성스럽게 만들어야겠다란 생각과 같이 무슨 일을 하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발견하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혼자 성공하는 것만이 행복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욕심쟁이 라드사장처럼 무조건 군림해서 약한 자를 밟으려하는 사람들은 결국 벌을 받고, 뽕쁠르무스 부인이 까망베르라는 고양이와 조화를 이루며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내 아이들도 세상사람들과 조화를 이뤄가며 잘 살아가는 법을 배웠음 좋겠고, 곁에 있는 친구들과 이웃들을 배려하며 함께 잘 살아가는 팀원으로 한 몫을 담당했으면 한다.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후 친정엄마에 대한 생각이 안쓰럽다고 변한 저는 제모습이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비춰질지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항상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엄마이기에 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됐을게 뻔하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엄마가 좋냐고 물어보는 도치형 엄마입니다.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포근함, 그리움 이상의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식어인 ’우리’가 붙어서 ’우리 엄마’라고 하면 정말 환상의 궁합처럼 듬직하고 믿을수 있는 느낌으로 변하게 되죠. 오늘 소개하는 고인돌출판사의 [우리 엄마]는 고인돌 그림책 10권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우리 엄마는 다양한 성격이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즉, 화자가 여러 명이라는 것이죠^^ 7살짜리 딸아이가 책을 받자마자 먼저 읽어봤는데 어려웠는지 같이 보자며 책을 들고 왔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엄마를 소개하는게 딸아이 입장에서는 헛갈렸나 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른 목소리를 내서 성우처럼 책을 읽어주면서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했는데 그림 속의 엄마모습이 계속 다르게 변하고,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지 아하! 하면서 이해를 하더라구요~~

 

 

각각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타나는 여러 엄마들의 모습은 정말 재밌습니다. 엄마의 일상모습, 습관, 장점, 단점 모두 다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태리 작가가 쓴 동화책이지만 한국 엄마들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모성을 지녔고, 아이를 사랑하며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엄마로써 책임을 다하는 모습말이죠~ 만능엔터테이너의 모습과 약한 여인의 모습을 지닌 엄마를 재미나게 묘사해서 아이와 같이 읽어보게 하는 건 자신의 엄마와 비교하며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또한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하게 그려진 그림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유화 느낌이 나는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풍이 재미를 더해줍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그림이 재밌는지 페이지의 글을 다 읽어도 그림을 쳐다보느라 책장을 못넘기게 합니다. 세심하게 표정의 변화도 읽어내구요. 스케치북에 따라서 그려보기도 합니다^^ 

 

 

[우리 엄마] 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어가면서 부모로써 아이를 늘상 지켜보며 보살핀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가 나를 관찰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는 부모를 보면서 사회를 경험하는 건데... 부모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 모두 닮아가는 거잖아요^^ 책을 통해 내 모습이 아이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아이의 관점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그림책인데 잠시 제 모습도 되돌아 보게 되고, 사랑스런 아이들이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싶어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자란 아이들이기에 오늘만큼훈육에 매달라는 엄마역할은 잠시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