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뭘까?

주부인 내게 집이란 식구들이 매일같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치우며 먼지가 안쌓이게 쓸고 닦으며 관리하는 개념인 공간이다.

 

 얼마전 전세집에서 벗어나 새아파트로 보금자리를 꾸민 친구네 집들이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환상적으로 아늑하고 멋진 집이었다. 요즘 지어진 새아파트는 공간구조가 삐까번쩍하게 빠지고 자체의 인테리어가 훌륭해서 개인적인 리모델링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지어졌음에도 판박이처럼 똑같은 모양새의 평범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사가기 몇달전부터 독특하고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문가를 불러 고친 부분도 있지만, 친구의 안목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들을 직접 집에 투영시킨 결과 집들이간 친구들 입에서 너무 예쁘다란 소리가 쉴새없이 터져나왔었다. 모두들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기까지 여기저기 둘러보며 비법을 전수받고자 꽤나 수선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나역시 우리집에 돌아와 우리집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4년전 분양받은 그대로 어느것 하나 손댄 것 없이 얌전히 살고 있는 모습이 왠지 센스꽝이고 게을러보인다는 생각에 쬐금 부끄러웠다. 집이란 공간을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하는 것으로만 인식했던 내게 친구의 집은 너무 아름다웠고 인상적이었다. 그런 집이라면 매일같이 콧노래가 나올것 같은 아늑한 공간인 친구네 집이 며칠동안 내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뭔가 좋은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건져냈다^^

 

 파워블로거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하얀미소님과 캐티님의 공동저작인 " 내손으로 뚝딱 셀프 인테리어 " 를 찾은 것이다.

 

 네이버 블로거 하얀미소님과 캐티님의 블로그는 가끔 찾아가는 곳인데, 변모해가는 집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포스팅이 많아서 늘 눈의 즐거움과 부러움을 안고 온다. 그 포스팅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인데, 인테리어에 잼병인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너무 잘 만들어진 책이다. 화려하고 값비싼 호텔식의 인테리어가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하고 예쁜 자연주의식의 집을 누가 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입문서라고 보면 되겠다.

 두분의 인테리어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된 책이라 책을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인테리어는 보통 안목이 참 중요하지만, 이 책만 있음 그대로 따라할 수가 있어서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멋진 집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돈만 많다면야 전문가를 불러서 하겠지만, 나와 우리 가족들이 숨쉬고 사는 공간인 우리집을 주부인 내가 며칠 발품과 손품을 팔아 변신을 시킨다는 건 그런 인테리어가 주는 느낌 이상으로 정말 의미깊고 멋진 일일 것이다.

 따뜻함이 집안 곳곳에서 묻어나도록 정겨운 집을 내 손으로 꾸미는 즐거움은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하던데... 요리잘하고, 청소잘하는 것 이상으로 변신하는 집을 스스로 해보고 싶은 꿈을 꾼다면 이책을 한번 보기를 바래본다. 돈이 아깝지 않은 책이닷!!!

 

 인테리어한 집안 꾸미기에 필요한 도구와 기본 테크닉부터 자세하게 설명된 점이 좋았고, 초보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거실, 부엌, 침실, 아이들 방, 현관 뿐만 아니라 벽과 문 바닥을 리폼하는 방법, 가구'소품 리폼과 만들기, 패브릭까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보여주고 있다. 보통 책은 눈으로 글자를 읽는 것이지만 이책은 사진으로 과정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보여준다는 표현이 맞겠다. 

 우리집의 간단수리 요령, 꼼꼼 상식, 셀프 인테리어 궁금증 Q&A, 재료들을 구할 수 있는 싸이트 소개도 독자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책을 쓰기 위해 어떤 새로운 공간을 보여주는게 아닌 두 분이 직접 살고계신 집을 조금씩 인테리어한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정감이 가기도 했다.

 

 신랑의 회사일로 갑자기 이사가 예정되어서 개인적으로 설레기도 하다. 새로 이사가는 집에  이책에서 배운 내용을 답습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마구 생겨서이다. 하얀미소님이 추구하는 '나무향이 나는 숲속 같은 집'은 개인적으로 바라는 집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욕심같아선 하얀미소님의 집을 통째로 뺏어버리고 싶지만... ㅎㅎ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무조건 조금씩 따라해볼 작정이다. 과정의 난이도에 따른 별표가 표기되어있어서 섣불리 실패하는 경우수를 줄여주는 것도 좋다. 싸이트와 가격까지 알려주는 정보도 있어서 가격에 문외한인 초보에겐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책에 소개된 모든 것이 욕심나지만 루버 패널벽과 벽돌 페인트 벽장식, 프라이팬 시계, 4단 그릇 선반장만큼은 꼭 해보고픈 1순위 목록이 됐다. 요즘 저녁 설겆이가 끝나고 여유로운 시간이 되면 한번씩 들춰보는 " 내손으로 뚝딱 셀프 인테리어 " 덕에 솔솔한 재미와 삶의 의욕이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