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챙겨보지 않는데 두가지 이유가 있어서 읽어봤는데 제 전문인 비난이 폭발할 것 같네요.

일단 이 책을 읽은 이유를 말씀드리면

첫번째는 이 책 새로 나왔는데 제가 관심있는 주제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주셔서 입니다.

두번째는 김영하 작가 정말 인기 많은데

<위대한 개츠비> 번역한 거 보고 너무 실망해서 본인 소설은 어떤가 궁금해서 봤습니다.

 

<위대한 개츠비> 이야기를 좀 해보면

기본 번역을 어느 정도 참고하고 자신의 스타일로 거의 새로 쓸려고 노력했는데

저 개인적으로 작품의 본질은 흐려놓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가 메인이 아니니 <살인자의 기억법>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글 내용 이전에 하나 이야기를 또 하고 가야겠네요..

책 뒤에 고전도 아닌 작품에

<웃을 수 없는 농담, 사드 - 붓다의 악몽>이라고 권희철 문화평론가가 해설을 써놨는데..

정말 보다가 소설 주인공처럼 연쇄살인자라면

이 평론가 찾아가서 목을 비틀어서 땅에 묻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개소리를 하더라고요.

 

시작할 때 "그러나 감히 말하건데,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하면서 이전 작품에 철학에 문학 구성.. 이런 거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 꼴깝을 해도 아주 생난리를 치고 있더라고요....

커피숍에서 5페이지정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입에서

"이 개XX, XX을 하네"라고 나올정도로 정말 어이없는 해설을 적어놨네요..

정말 해설만 읽으면 김영하 작가 노벨문학상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아... 이제 소설이야기를 해보죠...

이 소설 장점 잘 읽힙니다.........

근데 깊이는 습자기 수준의 작품입니다.....

 

내용 요약하면 니체의 격언 하나를 좀만 바꾸면 됩니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죄도 생명도 의미 없는 공(空)이 되니."

(원글 :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 잊지 때문이다. - 영화 이터널 썬샤인에 등장)

 

기본 구성은 영화 메멘토와 이터널 썬샤인 그리고 근래 나온 소설로 치면 은교의 구성을 합친 느낌입니다.

전혀 새롭지 않고... 마지막도... 비꼬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다 공으로 만들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철학적인 설명이런 거 있는데... 솔직히 작가로 엄청 비겁합니다.

 

"쓰인 모든 글들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정신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타인의 피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책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증오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말이다.

- 31 ~ 32 -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건데 친구여." 차라투스트라가 대답했다.

"당신이 말한 것 따위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다.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육신보다 더 빨리 죽을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두려워하지 마라"

마치 나 들으라고 써놓은 듯한 니체의 글

- 57 -

 

책을 읽는데 갈피에서 메모지가 툭 떨어진다. 오래전에 베껴 적은 것인지 종이가 누렇게 바랬다.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_ 니체"

- 62 -

 

결국 이야기는 그저 흘러가고 중간중간

자신이 이 소설에 담고 싶은 거는 니체의 이야기로 표현을 하죠...

그리고 니체의 캐릭터마저도 가져다 쓰는거죠...

(니체는 마지막 정신쇠약으로 쓰러진 후 죽는다..)

초월에 대한 열망은 다 니체의 표현을 빌려 쓰고.....

그냥 이야기는 흘러보내고 마지막 직전에 반야심경 구절을 이용하고...

마지막에 반야심경을 그냥 풀어쓴 마무리만 한다.

 

무심코 외우던 반야심경의 구절이 이제 와 닿는다. 침대 위에서 내내 읊조린다.

"그러므로 공(空)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 148 -

 

이 다음 문단이 끝인데 김영하 작가 본인이 적은 부분인데 여기에 적지 않겠지만...

제가 느끼기는 결국 반야심경에 대한 김영하 작가 감상문 정도 느낌이 들지

이 소설에 마무리에 어울려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로서는 작가의 센스 느끼는 부분은 "푸른 수염"과 "시간 감옥" 뿐이었습니다.

"시간 감옥" 관련 이야기는 저도 가끔 하는 말이라서 새롭지 않았는데..

하두 소설에서 인상적인 게 없어서.. 저 두개만 기억에 남네요....

 

김영하 작가가 이야기꾼이라면 전 동의하겠습니다.

천명관 작가는 특유의 이야기꾼처럼 섰다면.. 전 이런 비난을 안 할 것 같습니다.

천명관 작가는 적어도 이야기가 중심이고... 메시지는 그저 이야기의 완성속에 담아놓으니까요..

김영하 작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말 굉장히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하고 몇몇 철학을 차용해서 쓰면서

결국 그냥 이야기꾼... 그리고 중간에 허세좋은 철학이야기... 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본인이 작가라면 반야심경은 앞에만 깔아놨어야 합니다...

(위에 등장하는 반야심경은 11페이지 즉 초반에 등장합니다.)

그렇게 자신없이 마지막에 남의 글로 마무리를 할려면 이 이야기가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그리고 주인공이 시를 쓴다고 하는데....

왜 본인 시가 좋다고 외울려고까지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시는 등장 안 시키는 건가요....

자신이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때는 조용히 피하고 나중에 은근슬쩍 메모식으로 적는 건...

이 짧은 소설에서는 지독하게 비겁하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 읽고 김영하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적어놨는데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니 블랙리스트 목판에 이름을 박아놔야겠네요....

뭐 다른 소설이 좋을 수도.. 제가 오바해서 비난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 좋은 책들이 많은데... 김영하 작가에게 시간 쓰기가 아깝네요...

 

ps : 하루키 거품론에 관련해서도 글 쓰고 싶은데...

서점에서 조금 읽다 말았지만 전 하루키 책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서....

올만에 제 스타일(?) 글 적어보니

제가 오해하는 건지 아니면 맞는지... 확인은 해보고 싶어지네요..

2년전 우리를 떠난 박완서 선생님의 성장소설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습니다.

소설로 그린 자화상1 유년의 기억이라는 부제목을 가질 정도로

박완서 선생님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소설입니다.

일제말부터 한국전쟁까지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야만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당시는 원초적 야만... 생존적 야만이 존재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한 소녀는 세상을 느끼고...

문학으로 피신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소녀의 이름이 박완서 선생님입니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을 표현하면 '처연하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본인의 삶에서 자신만의 성장을 해야 했고

세상의 고통의 취했던 것을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흐름이 참 인상적입니다.

사실 제가 어렸을 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심심한 소설로 기억했습니다.

다시 이 책을 읽으니 심심한 소설로 느꼈던 부분이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그 부분을 과장하지도 왜곡하지도 않고

마치 1인칭에서 3인칭의 사이에서 정확한 거리감으로 글을 썼다는 부분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책장을 덮고 만약 내가 내 성장을 이런 게 적는다면

난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어떤 어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명확히 알았다고 믿던 기억이 표현하려고 하는 순간 어둡게 변하기만 하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전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 <속죄>를 봤습니다.

아마 <어토먼트>의 원작 소설로 우리에게는 더 유명할 작품일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느낌은 <오만과 편견>과 <제인에어>의 합쳐서 심리소설로 묶음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로 예전에 접하고 다시 영화를 보기 전에 한번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언 매큐언 <암스테르담>을 생각하면 아주 구성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표현 하는 방식이 담아내는 것보다는 펼쳐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좀 설명은 하면 어떤 화면안에 하나하나 담아내는 다는 것보다는

문장에 이끌어지면 화면이 구성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감독 조라이트가 이런 느낌 영화를 영화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마지막 반전(?)이라고 하면 반전이 있지만 영화의 주된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주제가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지만 영화를 접한 분이라면

아름다운 영화화면 그리고 아름다운 표현의 차이를 비교하기에는 좋은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중간중간 좋은 표현 공유하면서 글을 아무리 하겠습니다.

 

처벌은 어린아이들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공평하게 집행되었다.

그 다음은 희곡 쓰기가 여러 포기의 쐐기풀이 되어 희생되었다.

그 천박함, 시간 낭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힌 것, 허세 부리기의 허망함.

문학이라는 정원에서 희곡은 잡초였고 따라서 죽어줘야 했다.

- 111 -

 

마침내 그들은 연인이 되었고, 과거는 모두 잊혀졌다.

그들은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이전의 자기 자신들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었다.

서재 문은 육중해서 그들을 방해하거나 자제시킬 그 어떤 일상의 소리도 새어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런 기억도 미래도 없이 현재를 벗어나 시간 밖에 존재하고 있었다.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흥분과 자극, 그리고 팽창, 서로의 몸이 뒤엉키면서,

옷과 옷, 피부와 옷이 스치면서 나는 소리만이 그들 곁에 있었다.

- 196 -

 

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어린아이가 발음 연습을 하듯 또박또박 로비라고 불렀다.

뒤이어 그가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을 때, 그녀의 이름은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다.

철자는 달라진 게 없었지만, 그 의미가 완전히 새롭게 변해버렸다.

마침내 그는 어떤 저속한 문학작품이나 인간의 위선으로도 깎아내릴 수 없는 세 단어(I Love You)를 그녀에게 속삭였다.

- 198 -

 

그가 성소처럼 여기는 기달릴게라는 그녀의 말과 그 말을 하던 그녀의 모습에 대한 기억,

그리고 포로로 잡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관능적인 기억들 - 서제에서 함께했던 몇 분과 화이트홀 버스 정류장에서의 키스-

은 너무 자주 불러내어 이제 그 색깔이 바래버렸다.

- 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