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실존주의 작가 카프카의 <성>을 읽었습니다.

20세기의 문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우리에게 '책은 도끼다'의 모티브가 될 말을 남겨 유명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책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최인호 작가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였습니다.

예전에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최인호 작가가 영향을 받은지 모르겠지만 구성이나 흐름에 흡사함이 보였습니다.

 

 

다시 카프카 <성>으로 돌아오면

아쉽게 카프카의 성은 미완의 책입니다.

혹시 누가 카프카 <성>의 뒷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을 잠시 해봤는데

아마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그의 표현력과 통찰입니다.

 

카프카의 <성>을 요약하면 작품해설에 등장하는 아래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표는 있지만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일 분이다."

- 카프카 잠언 중에서 -

 

우리는 길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어느 목표일 뿐이고

그 목표를 위해 가는 길은 선택의 망설임에 대한 변명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의 우리의 모습을 냉정히 담은

카프카의 묘사를 좀 느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았고, 그녀의 자그만하 몸은 K의 손에서 불타고 있었다.

두 남녀는 두서너 걸음 되는 거리를 정신없이 굴렀다.

K는 계속 정신을 차려 이런 상태에서 빠져나오려고 햇으나 소용이 없었다.

둘은 클람의 방문에 쿵 하고 부딪힌 다음, 맥주와 그 밖의 오물이 흥건한 바닥에 누웠다.

거기서 두 사람의 호흡과 심장의 고동이 하나가 된 채 몇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는 동안 줄곧 K는 길을 헤매고 있거나,

는 자기보다 앞서 아직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먼 타향에 있다는 기 분이 들었다.

공기조차 고향의 공기 성분과는 아주 다른 타향이었다.

그곳에서 너무 낯설어 숨 막혀 죽을 지경이면서도

그곳의 어처구니 없는 유혹에 빠져 가면서 길을 잃고 헤맬 수 밖에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 70 -

 

하찮게 꼬인 일이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게 된다는 사실을 통찰했기 때문입니다.

- 102 -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래야 바같뜰의 눈 위에 깊은 발자국이나 남기는 것 말고 뭐가 더 있겠어요.

- 172 -

 

혼자 있으면 즐거운 청춘도 사라져버리지요.

- 339 -

 

어떤 관계에도 약점이 있고,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지.

우리는 각자 아주 다른 세계에서 와서 만났고,

서로를 알게 된 이후부터 각자의 인생의 새로운 길에 접어들어 아직도 불안해해.

너무나 새로운 삶이지.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 368 -

 

(전후 내용이 없어서 어떻게 받아드리실지 모르겠네요.)

 

헤르만 헤서는 카프카를 평가할 때

'현대인의 정신상황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지진계'

라고 평가했습니다.

 

아마 우리가 사는 곳은 부족하게나 표현이 되지만

우리의 정신상태의 미세한 변화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지진이 발생할 때 나비효과와 같은 작은 신호가 지진계의 찍힙니다.

우리 삶에서도 그렇겠죠.

우리는 우리의 정신내부를 정확히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카프카의 소설은 아마 내 정신 내부의 흔들림을

내 머리의 페이지에 전달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장님의 책 <근대를 말하다>를 읽었습니다.

논란이 있는 책이고 그 논란이 제가 답을 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근대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 좋은 의미의 논란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저의 경우 대부분 아는 부분이 많았고

이렇게 한번에 쭉 연결해서 본 거는 처음인 정도의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이 사람들의 피눈물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망치고 있나 였습니다.

 

나라를 잃고 압록강을 건너는 이상룡 선생님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내 비밀조직 연통제 재판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일가는 1월 27일 발거(跋車:썰매 수레)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는데, 이상룡은 시상이 떠오른다.

“칼날보다 날카로운 삭풍이                  

차갑게 내 살을 도려내네                    

내 살 도려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창자 끊어지는데 어찌 슬프지 않으랴

 

내 살 도려지는 것보다 나라 잃은 슬픔에 더 애간장이 탄다는 시다.

 

이 머리는 차라리 자를 수 있지만

이 무릎을 꿇어 종이 될 수는 없도다

(......)

누구를 위해 머뭇거릴 것인가

호연히 나는 가리라

 

이상룡은 이렇게 비장한 결의로 압록강을 건넜다.
- p 140 ~ 141 -

 

6년을 구형받은 윤태선은 "강탈한 나라를 도로 찾고자 함이 무슨 죄냐?"고 항의했고,

김린서는 "총독의 행정에 반감을 품고 사건이 일어났으니 이번 사건은 총독의 죄"라면서 검사를 꾸짖었다.

5년형을 받은 김동식은 "우리는 적국의 포로가 된 몸이니 5년이 아니라 50년이라도 복역하겠다."고 맞섰고,

최종일이 "당신네는 우리를 피고, 피고 하는데, 제 것을 되 찾고자 하는 우리가 원고인가,

남의 것을 빼앗은 일본이 원고인가? (.......) 일본인은 재판장이 될 수가 없다"고 따지자

당황한 이시바시는 "이런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제지했다.

그러나 최종일은 "일본 형법이 사내(데라우치)와 당국자는 처형하지 않는냐고?"고 절규 햇다.

 

원고와 피고가 뒤바뀐 재판이었다.

"삼천 리 강토가 다 유치장이요 강옥인데 나간들 무슨 자유와 행복이 있겠느냐?"라고 말하는 사람,

"앞집에 뒷집 것을 탈취해서 앞집 사람이 송사를 한다면 재판장은 어떻게 처결하겠는가?"라고 따져 묻는 사람도 있었다.

- p 280 ~ 281 -

 

나라를 잃고 안타까워 하면 추운 만주와 하얼빈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

나라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팔고 잘 사는 인물들은 왕족과 노론이었습니다.

자작이상 거의 90%가 노론아니면 왕족이었습니다.

백작 이상만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을 볼까요? 먼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100년 전 지금의 대한민국을 안다면 독립운동하고 싶으신가요?

 

전 정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친일파들이 더 잘 사는 나라에 양반 가문이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나라..

도대체 양반이 왜 떳떳해야 하나요?

정말 다 머리 박고 죽어도 할 말 없는 데..

 

친일파들과 손잡고 시작한 첫 대통령

일본군 출신의 친일파 대통령과 그의 딸이 대통령 되는 나라...

이런 나라를 위해 내가 목숨을 바친다...

전 못 할 것 같습니다..

 

독립운동으로 공통받은 조상들은

일본에게 나라를 잃은 것보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고 더 통곡하실 것 같네요

 

 

삼성카드 광고에 등장하는 이효재님의 <효재처럼 풀꽃처럼>을 읽었습니다.

평소에 저를 아는 분은 "니가 이런 책을 다 읽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지만..

전 나름 순수함을 가진 사람입니다...... 죄송...^&^

확정적이지 않지만 이효재님을 한번 뵐 수 있을 것 같아서

전 그분을 알고 싶으면 주로 그 분이 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경향이라서 읽어봤습니다.

<지식인의 서재>에서 이효재님 서재를 보고 이 분이 쓴 책 한번 읽어볼까 마음은 있었는데 겸사겸사 책을 읽었습니다.

화분이나 텃밭키우시는 분들은 꽤 재미있을 책이실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삶에 주변의 그저 스치듯 보내는 것들에게

의미를 꼭꼭 담는 법을 하나 배운 것 같습니다

신영복, 피천득 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에 강한 분이시고요.

그런 부분을 느끼실 만한 책에 나오는 구절 소개시켜드리면.

식물을 키우며 배웠다.

시간의 힘을 믿을 것. 사랑으로 기다려줄 것.

나는 그냥 기다려주는 것.

나는 참새네 방앗간이고,

동네 아낙들 쉬어가는 정자나무이고,

새들이 둥지 트는 고목나무이고,

열심히 일하다가 막혔을 때 찾아와 퍼먹는 우물이고.......

가르치려고 하면 갑갑해져 어찌 계속 오고 싶을까.

다만 조용히 들어주고 가만히 기다려주는것뿐.

- p 63 -

그렇게 꿈을 꾸며 심었던 칡이 봄추위에 얼어 죽어버렸다. 내가 서두른 것이다.

한달만 늦게 심었어도 온갖 사람들이 칡꽃 얘기를 하면서 여름을 났을 텐데.

긴 시간도 아닌 한 달을 기다리지 못한 성급함 때문에 칡꽃은 얼어 죽고,

나는 마당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칡꽃 위령제를 지낸다.

아무도 모르지, 칡을 심었는지, 그 칡이 죽었는지, 칡꽃이 보라빛인지,

칡꽃 향기가 어떤지, 칡꽃 얘기를 할 건지, 칡잎에 싼 떡 맛이 어떤지.....

한 달만 기다렸어도, 한 달만 기다렸어도.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나만 안타까울 뿐ㅇ.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나는 올해 다시 시도해야지.

- p 151 -

부분을 발췌해서 다 느낌이 안 사시겠지만

어떤 느낌이신지는 아실 거라 믿습니다.

<은교> 이후 늙음에 대해 고민하면서

두려워하기 보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라고 마음 먹었는데

이효재님 참 그런 부분에서 부러운 분입니다.

어떻게 마무리할까하다가

<지식인의 서재>에서 이효재님이 남겨주신 글귀로 이 글을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낫다

가난하다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백만 명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빰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을 모두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 <지식인의 서재> 이효재님 부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