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사는 선배 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부엌 한구석에 깔아놓은 자리 위에서 108배를 한다. 손발이 붓고 뻣뻣해서 절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108배를 하고 나면 오히려 몸이 개운하고 마음이 편하단다. 법륜 스님이 운영하시는 정토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생업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못하고 108배를 생활화하면서 마음을 닦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 있던 즉문즉설 책을 내게 권했다. 오래되어서 누렇게 바랬지만 즉석에서 주어지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시는 스님의 힘이 분명하게 전해지는 책이었다.
이번에 만난 <방황해도 괜찮아>(2017, 법륜 지음, 지식너머 펴냄)는 2012년 펴낸 책의 개정판이란다. 청춘에게 주는 즉문즉설 모음집이다. 나는 이전 책을 읽지 않았지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춘들은 거의 같은 고민을 할 테고, 고민이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테니 이번 책도 괜찮다. 그럼 청춘들의 고민을 들어보자.
공부, 취업, 연애라는 세 박자는 젊은이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가족과의 갈등도 한 자리를 차지할 테고. 그 전까지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방향과 진로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이동하듯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까지 생각이 없이 외부의 지침을 바란다면 아무 발전 없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러니 공부든, 취업이든, 연애든 잘하는 것이 필요한데, 스님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공무원 시험이든 각종 고시든, 시험 준비는 최선을 다해서 두 해까지만 하고, 결과가 안 나오면 미련 없이 그만두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공부하는 사람은 아쉽게 떨어지니 미련이 생겨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기 쉽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격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는 것. 공부를 직업으로 삼지 말고 쿨하게 놓아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공부한 2년이 성과가 없었더라도 2년을 낭비했다고 상처로 남기지 말고, 귀한 경험을 쌓았다고 마무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청춘들보다 두 배 가까이 산 나도 그간 들인 밑천과 노력이 아까워 우물쭈물하는 일이 많은데 스님의 조언은 참 경쾌하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은 가능성이 없는 주식은 손절매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을 피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니, 스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고시 준비에 다 바치기에는 청춘이 너무 귀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취업이 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이 있을 수 있고, 연애를 시작하기까지, 시작하고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결혼한 이후까지도 사람 때문에 좋았다가 사람 때문에 아파한다. 스님은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를 탓하지 말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내 경험과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변형시킨다는 것을 조근조근 말씀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바뀔 것을 기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내가 나를 바꾸기도 그렇게 어려운 판국에, 남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내가 무엇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니 그것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내 안의 욕망과 이상향을 투사하고서 실망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말씀이 내게도 깊게 다가온다. 지금 내가 청춘이 된다면 이 말씀들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황해도 괜찮다. 그 방황을 건설적이고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고 가볍고 행복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참 쉽게 들리는 스님의 말씀이 위로이자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