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2월에 일본 여행을 가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패키지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근 20년 만에 가는 것이라, 그것도 자유 여행으로 다녀오기로 한 터라 여권 발급부터 일정 짜기와 예약하기까지 준비할 것이 많다. 그 여행 준비의 일환으로 기본적인 언어를 익히기 위해 <랜드마크 일본어회화>(2017, 정문주 지음, 퍼브삼육오 펴냄)를 선택했다.

이 책 시리즈는 책 제목에 나타나는 것처럼 '50가지 랜드마크'를 방문하면서 하나하나에 일본어 구문을 지정해서 반복 연습하게 만든다. 일본의 지리에 따라 홋카이도와 도호쿠, 간토, 도쿄 중심, 주부와 간사이, 교토와 오사카 중심, 주고쿠와 규수, 오키나와로 나누어 각지의 관광 명소를 담아 총 50꼭지로 만들었다. 우리가 가려는 오사카에서는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과 식당가인 신세카이가 눈에 들어온다.

각 꼭지는 해당 랜드마크의 풍경과 특징, 역사 등을 설명한다. 그런 다음 해당 랜드마크에서 벌어질 법한 상황을 설정해서 짤막한 대화를 3쌍 제시한다. 예를 들어 '후지산' 꼭지에서는 내일 출발 시각이 몇 시인지 묻고 답한 다음 힘든 일정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 꼭지에서 익혀야 할 것은 '힘들다, 빡빡하다'라는 뜻인 'きつい'다. 다음 페이지에는 きつい가 들어가는 여러 문장을 제시해서 다양하게 응용하게 한다. 앞 페이지에서 나온 대화를 직접 쓰면서 익히는 '일지쓰기' 코너도 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뿐 아니라 손으로 직접 쓰면서 더 깊이 익힐 수 있다. 2꼭지마다 '기억하기' 코너가 등장해서 복습하게 돕는다.

이 책은 문법 책이 아니라 회화 책이다. 그래서 일본어 문법을 조근조근 설명하지 않는다. 나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오랜 기억을 더듬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본어 지식이 없다면 공부하기가 어렵겠다. 일본어는 단어별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물음표도 쓰지 않아서 더 어렵다. 그러니 이 책 모두를 달달 외운다기보다 내가 가려는 여행의 성격에 따라 많이 쓸 만한 표현 등을 따로 적어서 그 부분만 익혀도 될 듯하다.

내가 가보지 못할 일본의 다양한 명소들을 책으로나마 여행하니 재미있었는데,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새해에는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이 부쩍 든다. 2018년 목표는 외국어 공부다.

2016년 1월 2일 이른 아침, 늦잠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는 컴버배치의 열렬한 팬인 딸아이 때문에 극장에 있었다. 개봉일 첫 회를 보는 사람에게만 대형 <셜록: 유령신부> 포스터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 한 장, 나 한 장 받아온 그 영화 포스터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딸아이 방문에 붙어서 아이를 수호하고 있다. 비록 나는 영드를 보지 않아서 영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이 셜록인 만큼, 게다가 여러 권으로 된 전집이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만큼, 셜록의 활약상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다. 그러니 그 많은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표지다.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1>(201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코너스톤 펴냄)은 셜록 홈즈 영드에서 주인공 셜록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모습을 표지에 딱 실어놓았다. 검은 바탕 위에 날렵하게 배치된 컴버배치는 존재감이 강렬하다.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엮은이다. 영드에서 셜록의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로 출연하는 마크 게티스는 스티븐 모팻과 함께 이 시리즈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방대한 셜록 이야기들 중에서 선택해 엮었다는 사실은 영드 팬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에 '마크와 스티븐'이라는 이름으로 짤막한 평을 달아놓아서 그것 찾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네 사람의 서명', '보헤미아 스캔들', '빨간 머리 연맹', '신랑의 정체', '입술이 뒤틀린 남자', '푸른 석류석', '얼룩 끈'으로 총 8편이다. '주홍색 연구'는 셜록과 왓슨의 데뷔작이므로 이 방대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할애한다. 이 한 편이 170쪽 넘게 차지할 정도다. 코난 도일의 첫 작품인데도 지금 읽어도 전혀 허술하거나 헐렁하지 않고 탄탄하다. 첫 작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책을 드문드문 읽다 보니, 영드에서 셜록이 사랑한 여인으로 나오는 아이린 애들러를 책에서 본 기억이 없었는데, 바로 '보헤미안 스캔들'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원작과 드라마를 잇는 이 작품을 통해 셜록 홈즈를 다시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글을 잘 다듬고 싶다. 작가에게 글을 잘 쓸 의무가 있다면, 편집 및 교정을 하는 내게는 글을 잘 다듬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글을 장악하지 못하고 글에 휘둘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니, 책의 도움이 절실해서 이 책 <일하는 문장들>(2017, 백우진 지음, 웨일북 펴냄)을 선택했다. 책을 완독한 지금 심정은? 글 다듬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하는 문장들>의 저자는 언론사와 재정경제부, 한화투자증권에서 기사와 자료를 작성하고 수정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 책 안에는 신문 데스크가 나오고, 관공서에서 펴내는 자료가 나오며, 경제 용어가 들어간 예문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책은 보고서를 쓰는 순서에 맞춰 전개된다. 보고서를 쓰려면 우선 큰 뼈대를 만들어야 한다. 주제와 결론은 이미 정해졌을 테니, 핵심 결론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소설에서 중요시하는 첫 문단과 첫 문장이 보고서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첫 문장에서 임팩트를 주고 결론을 제시한 후에는 본론을 제시하고, 마지막에 결론을 다시 한 번 언급하는 양괄식을 사용함으로써 보고서의 틀을 잡는 것이 1장이다. 1장은 꽤 어렵게 다가왔는데, 문장과 전체 내용의 흐름을 정확하게 장악해야 문장을 재구성하고 구도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한 예문과 모범 답안을 보면 수긍할 수 있는데, 답안이 나와 있지 않은 문제는 어떻게 다듬어야 하나 막막한 경우가 꽤 되었다. 1장은 다시 찬찬히 읽으면서 연습해야겠다.

2장부터는 글의 내용보다 문법이 강조되어서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날카로운 논리를 구사하며 규칙을 깔끔하게 지키는 것, 간결하게 줄이는 것, 맞춤법을 꼼꼼하게 지키는 것, 숫자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 표를 근사하게 꾸미는 것, 스타일을 세련되게 완성하는 것은 보고서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1장에서 집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2~8장은 인테리어처럼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과정이므로 차근차근 확인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문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 아니므로, 문법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을 때 도움이 된다. 문법 책을 먼저 공부한 다음 실전에 응용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 내가 지금 잘못 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