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는 언제나 역사를 접하면서 고민하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 역사일진데 그것이 진실이냐는 것은 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 중 한 인물이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에 대한 자료는 거의 신비주의적인 요소에 국한 되어 있는 것이 아쉬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다른 왕들과 같이 그 업적을 구체적으로 밝혀주길 원했다. 이 도서를 통해 신비주의적인 여왕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며 한 나라의 당당한 왕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알고 싶었다.
선덕여왕은 신라 최초의 여왕이었고, 삼국에서도 그러했으며, 동양에서도 처음으로 여왕으로서 당당하게 그 역할을 해 낸 인물이었다. ‘당시 왜국에선 추고여제가 여인의 몸으로 통치를 했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백제 출신의 蘇我馬子가 가지고 있었다. 추고여제는 형식적인 여왕에 불과했다. 중국의 경우 덕만이 왕위에 오르고 60년이 지나서야 측천무후가 등극했으니 선덕여왕은 동아시아 최초의 여왕이라 할 수 있었다.’(295쪽)
선덕여왕은 제3대왕인 유리왕을 가장 존경했다. 그녀는 왕이 된 후에 국고를 열어 홀아비와 과부, 어린 고아와 자식 없는 늙은이, 그밖에도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이들을 널리 구제했다. 또한 궁 안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자주 사찰과 신궁에 나가 제사를 주관하고 사형수들을 제외한 죄수들을 사면하여 민심을 다독이는데 주력했다. 특히 상수제도를 혁파하여 변방의 세력들을 끌어안았다. 이러한 모습은 신라 3대왕인 유리왕의 모습 그대로였다고 한다.
선덕여왕은 당의 연호를 폐하고 仁平이라는 신라만의 연호 사용케 하여 신라가 황제의 나라임을 선포하였다. 또한 삼국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혜안이 있었다. 그러나 결코 당의 도움으로 그 꿈을 이루고 싶지 않았고 또한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여왕의 눈동자 속에는 더 높고 큰 천하가 온전히 담겨있었던 것이다.
선덕여왕은 신라의 골품제가 백성들의 불만을 쌓고 있으며, 나라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골품에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여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 성골인 진덕을 차기 후계자로 세운 것은 다양한 시각의 차이가 있었겠지만 적어도 진덕여왕이 성골이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루어지 못한 꿈을 진덕여왕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별자리를 보며 천하를 꿈꾸는 자. 여자이지만 나라의 건축, 경제 등의 일처리에서 능력을 발휘한 진덕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덕여왕이 세운 문화적 업적도 우리 역사에 길이 남아있다. 당시 최고의 건축물인 황룡사9층 목탑. 9층은 당시의 당, 왜, 오월, 말갈, 예맥 등 신라 주변의 아홉 나라를 의미한다. 자국의 나라만이 아니라 주변국들의 정세에도 많은 관심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주의 원리를 생각하며 첨성대. 몸통부의 돌의 362개라는 숫자는 1년의 날수를 의미하고 출구를 차지하는 세 충을 제외한 위아래는 각기 12개의 단층은 12달과 24절기를 뜻한다. 또한 돌을 깎아 만든 첨성대 전체는 27단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은 자신이 27번째 신라의 왕임을 나타낸다. 흥미로운 것은 왕.중간의 폭이 늘씬하게 빠지며 아랫단이 풍성한 것은 치마를 입은 여인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삼국에서 유일한 중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첨성대를 세운 것은 독자적인 책력 사용과 함께 신라는 중원의 간섭에서 벗어난 당당한 자주국인임을 상징적으로 선언한 것이었다.
재위한지 54년 만에 생을 마감한 진평왕에 이어 화백의 원칙에 따라 대등들의 만장일치로 국왕으로 추대된 그녀. 당나라 태종과 백제의 무왕과 의자왕, 그리고 고려의 연개소문과 맞서 신라를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만드는 데 큰 기반을 닦아 놓았다. 그녀의 의지대로 당의 힘을 빌지 않고 삼국통일을 이루었다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삼국의 역사에 큰인물로 우뚝 선 선덕여왕. 천하를 품었고 철저하게 남성위주의 제도에서 당당하게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왕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간 그녀에게 오마주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