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자주 하는 낙서가 있다. 내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쓰고 꽃모양의 틀을 만들어 그 안을 채우는 것이었다. 질풍노도와 같은 청소년기를 맞으며 끊임없이 내 존재에 대한 인식과 뭔가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욕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는 40이 넘어도 가시지 않는다. 여전히 그 낙서는 계속 되고 있다. 반복되는 갈등과 욕구, 뭔지 모를 불안함,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등, 이러한 모든 감정이 나를 늘 흔들고 있다. 자기성찰을 위한 시간과 노력은 필수였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분명하지 않아 답답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마음의 오류>. 잘 들여다 볼 수 없는 내면의 색 같은 짙은 파랑의 표지와 제목은 단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류일지도 모른다. 좀 더 분명하게 나를 알고 그 문제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자신을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겉표지에 “내면의 힘을 직시하고, 무엇을 왜 원하는지 인식하라.”, “문은 항상 우리를 향해 열려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책의 시작은 표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직접으로 관찰하게 한다. 그렇다. 자신을 자신이 관찰하기. 관찰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재구축하는데 가장 먼저 할 행위이다. 이 관찰의 행위를 통해 그저 막연히 추상적인 생각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게 기록하면서 자신이 현재 겪는 어려움에 대한 분명한 이유와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 나서게 해 준다.
살아가면서 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 뭔지 분명히 알고 싶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나는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고, 또 다시 홀로 힘들어할 것은 자명했다. 또한 더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의 내용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비밀상자를 열듯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접했다. 진실, 무의식, 두려움, 사고, 욕구, 내적 갈등, 정념, 자기기만이라는 7가지 베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 감정을 직시할 수 있도록 지시문과 예시문까지 기록하고 있어 자신의 내면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실제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답은 ‘관찰하기, 솔직해지기’이다. 솔직해야할 대상은 타자뿐만 아니라 자신도 포함한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인간이기에 자신의 삶을 가능한 바르게 이끌고 충족하고,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언제나 그 결과는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어떤 일에 부딪히기 되더라도 좀 더 넉넉하게 문제를 차분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가 성공하지 못해 좌절하거나 분노하게 되더라도 그 감정에서 빨리 해방되어 내일이라는 시간을 좀더 여유 있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모든 갈등의 원인은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사람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고, 남에게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함에서 비롯된다. 이런 갈등의 시작은 바로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갈등조차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갈등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쉬지 않고 사고하며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고 성취하고 싶은 발전된 양상의 삶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라고 이해하자, 살아있음에 대한 오마주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혹,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면, 원인모를 불안감이나 슬픔에 잠겨있다면, 나의 문제가 뭔지를 알고 해결하고 싶다면, <마음의 오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은 행복을 바랄 뿐만 아니라 존재의 의미까지도 알고 싶어 한다. (중략) 내부에서 삶의 의미에 관해 어떤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지 관찰함으로써 당신은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고, 자신의 길을 가며 존재에 대한 충만감을 얻을 수 있다.”(1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