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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들은 88점이 아니라 99점, 심지어 100점을 받아도 그 시험 영역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 한 등수라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1등을 하고 1등을 끝까지 지킬 때까지. 모든 학생이 모든 과목의 모든 시험영역에서 끝까지 해방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끝없이 반복하는 우리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며 공부하기를 기대한다면 공부에 환장한 사람이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지치고 공부가 지겹다. 자발성, 능동성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자기 적성을 찾을 수도 없다. 설령 찾는다고 해도 모든 과목에서 일등을 해야 하므로 자기 적성과 관련된 과목에 집중할 수도 없다. ‘선택과 집중’이 불가하다. –p.32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인식하기 전,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인해 거대한 경쟁체계를 경험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죠. 정작 어리시절, 우리의 인식이 완성되는 시점에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 텐데 말이에요. 개인적인 인생을 위한 인격을 완성시켜야 됨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더 건강하고 성숙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처럼, 정말 이제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한 사람들을 어두운 학원 강의실에 묶어두는 것이 우리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길일지 의문입니다. 못사는 나라보다는 잘 사는 나를 좋아하는 우리들로서는 분명 선진국에서의 교육시스템을 참고 할만도 한데 말입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지만, ‘인간의 탐욕은 인간과 자연 모두의 공멸을 가져올 뿐’이라는 성찰 이성의 소리는 도구 이성의 소리에 비하면 아주 약하다. 이 점은 전쟁을 일으켜온 인간 역사가 입증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이성을 가졌다는 인간이지만, 다른 인간을 집단적으로 죽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성찰 이성이 도구 이성보다 우위에 있다면 전쟁은 오래 전에 없어졌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첨단 기술과 과학에 힘입어 오히려 대량살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p.104

동물과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단어들은 많이 있죠. 사회성, 합리성, 이성, 도구 등등. 이런 단어들을 사용할 때, 우리의 입장은 언제나 그 들과 구분되어, 좀 더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이죠. 그런데, 정작 인간 대 인간이라는 입장에서도 그런 단어들의 사용이 가능한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유달리 같은 인간에 대해 비합리적 행동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인구 중 65%가 카톨릭이고 2%가 개신교도로 구성원의 다수가 하느님을 믿는 프랑스는 잘 사는 나라에 속하는데,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피에르 신부는 “사람을 굳이 둘로 나누어야 한다면 믿는 사람과 믿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했다. –p.128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 바로 종교입니다. 초월자의 믿음에서부터 시작한 종교이지만, 각각의 교리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죠. 요즘 들어서 종교의 가진 숨은 잠재력을 자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초월자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향한 배척과 기만. 그들은 알까요? 자신들이 선교하려는 그 사람들을 향해 지금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말이에요.

제가 정말 신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순간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제 마음이 동(感動)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통해 내가 신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젊은이들이 이 점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좌절, 절망, 한탄의 과정을 거쳐 비인간적인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희생도 무릅쓰고서 어렵게 싸워왔는데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나?’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래도 그들 덕분에 이나마 올 수 있었다’라고 말해야 한다. –p.203

우리는 앞선 사람들의 행동과 결과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을 선택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앞선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관에 흽쓸리고,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에서 애써 자신을 제외 시키려는 경향이 있죠. 그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관 속에서 최고를 얻으려 하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고생어린 희생으로 얻어지는 사회의 작은 변화들이 터부시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희생으로 지금에서는 당연시 되는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부디 저와 같이 젊은 사람들이 항상 사회에 대해 깨있고, 사회의 불합리에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만들어 지는 순간부터 공평하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볼때는 거의 비슷하게 생긴 사람마저도 구분해내지만, 정작 다른 나라사람들,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구분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죠. 만약에 동물들이 인간들을 본다면, 역시 원숭이 사촌쯤으로 보일거에요.

이런 우리들은 다른 동물과 달리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루면서 살아갑니다. 지극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기적에 가까울 정도니까요. 다양한 사람들 만큼 다양한 생각과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오른쪽이거나 왼쪽이라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서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상대방을 재단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좌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당연하지 않은 이유들을 설명함으로써 지금의 사회가 비상식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이면서 다른 노동자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 보는 ‘자기배신’의 행위를 당연시 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네요.

상식적인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도서, 생각의좌표, 에세이, 한겨레출판, 홍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