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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라고 하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어린 사춘기시절, 맘에 드는 이성에게 용기내어 마음을 전하던 그 모습이 생각나시나요?

아니면, 천주교에서 신부님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시나요?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말 그대로, 영국인 아편쟁이(저자)의 고백을 담고 있는 자서전 같은 거에요. 아니 무슨 아편쟁이, 심하게 얘기하면 약쟁이의 고백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실거에요. 차라리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핑계나 변명이라고 얘기해야 어디한번 들어볼까하는 마음이 생길텐데 말이죠.

요즘 시대에서 아편과 같은 마약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대단히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그러나 마약이 가지는 환각성이나 신경계의 자극을 느끼기 위해 혹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죠. 특히, 환각성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체험을 위해 많은 연예인이나 예술가들이 마약복용혐의로 구설수에 휘말리는 뉴스들을 보셨을 거에요.

다들 마약이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나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왔지만, 법적으로 금지하고 사회적으로 막다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남들 모르게 마약을 접하시면 큰일나요 ^^;;;

하지만, 마약이 합법적으로 쓰이는 분야가 한 군데 있죠. 바로 진통용 의료제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큰 수술이 있거나,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큰 진통으로 쇼크사하는 것을 막기위해 사용하고 있죠.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에서 어느 영국인이란 바로 저자 토머스 드 퀸시 자신입니다. 제목에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은 고백의 ‘기록’과 문학의 ‘이야기’라는 두가지 영역의 절충적인 형식으로, 제목이 따라 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더불어 자신의 고백을 객관적이고, 방관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저자가 아편을 접하게 된 배경과 아편에 중독된 삶, 그리고 아편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그의 의지를 고백의 형식으로 담고 있으며, 자신은 자신의 고백을 통해 아편의 무서움을 알리고 아편에 대한 대중들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문학적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약을 접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는 단순히 순간의 쾌락을 쫓기위해서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자의 경우에는 어려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왔고, 죽을 만큼의 가난과 굶주림으로 위에 고질병을 얻게 됩니다. 이런 만성고통 속에서 그를 유일하게 구할 수 있었던 것, 고통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아편틸트(아편과 알코올을 섞은 음료)였습니다. 당시 아편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지만, 아편의 후유증으로 인한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않은 상황이였고, 아편틸트의 경우, 맥주나 와인보다 더 저렴하게 유통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자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그의 삶에서 그는 아편에 기대어 왔습니다. 그에게 아편은 마치 종교와도 같은 것이었죠.

(아편과 포도주 섭취의 영향을 비교하며)

아편쟁이는 자신의 본성 가운데 신성한 부분이 더 우위에 있다고 느낀다. 즉 도덕적 감정은 구름 한 점 없이 평온한 상태에 있고, 당당한 지성의 밝은 빛이 충만한 상태다.

이것은 아편이라는 주제에 대한 정통파의 교리이고, 나는 이 교파의 유일한 신자, 즉 알파와 오메가를 자처하고 있다. –p.91

자신이 아편을 접하게 된 계기(고질적인 위의 질병)를 불가항력이라고 얘기하며, 아편쟁이인 자신의 단점을 만천하에 알리고, 아편을 끊기위해 부던한 노력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아편의 위험을 알리려는 자신을 높이 사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책을 읽는 독자에 따라 변명이나 핑계라고 들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문학이 나올 수 있었음에 감사할 필요는 일겠죠. ^^

(아편의 위험성과 고통과 중독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들은 나를 아편에 인이 박인 어엿한 아편쟁이로 생각해도 좋다. 이런 사람에게 몇 월 며칠에 아편을 마셨느냐 안 마셨느냐고 묻는 것은 그날 당신의 허파는 숨을 쉬고 있었느냐, 당신의 심장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느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독자들이여, 이제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은 “눈처럼 새하얀 수염을 기른” 어떤 노신사도 “작은 황금색 용기에 든 치명적인 약물”을 포기하라고 나를 설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p.115

저자가 비록 아편에 빠져 살아오긴 했지만, 글 속에 그가 인용해온 여러 문장들과 문체는 이 책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편쟁이의 고백이라는 내용이 어쩌면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복잡하지만, 슬픈이야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칠게요. ^^

아편쟁이가 인류에게 실제적인 봉사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그의 책이 ‘아름답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아편쟁이, 고백, 문학, 소설,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