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의 확장판!

 

로즈는 스트리고이가 된 디미트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 위해 러시아로 날아갔다. 클럽 나이팅 게일에서 그의 행방을 찾던 로즈는 자신을 뒤 쫓는 스트리고이를 죽이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려는데 갑자기 인간 여자가 나타나서 자신에게 화를 냈다. 시체를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게 너구나. 그 말에 당황한 로즈는 그 인간여자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신의 눈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스트리고이를 발견하고 인간여자에게 다가갔다. 정체가 뭐냐는 말에 오히려 놀란 쪽은 여자였다. 나에 대해 모르다니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냐는 말에 뜨금한 로즈는 그저 인간여자만 바라봤다.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여자는 우선 저녁을 먹자며 패스트 푸드점으로 로즈를 데려갔다. 자신의 이름을 시드리라고 밝힌 여자의 정체는 연금술사였다. 그 말에도 별 반응이 없자 간단하게 자신의 직업의 유래를 설명한 시드니는 너희 댐퍼와 동맹관계 정도로 알면 된다면서 어디에다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니가 찾는 곳에 내가 데려다 주겠다고 말한다. 사실 어떻게 해야 디미트리의 고향으로 가야 할 지 몰랐던 로즈로써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차를 대여하고 자신의 지인에게 우선 몸을 의탁하자며 여행을 떠나던 중 로즈는 스트리고이의 냄새를 맡게된다. 자신 혼자 처리하기엔 힘들었지만 가까으로 물리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로즈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어느새 자신이 도착하려던 옴스크에 누워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로즈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머무는 곳이 디미트리의 본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미트리를 꼭 빼 닮은 자매들과 자상한 어머니를 만나게 되자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 생각하며 머물려고 했다. 헌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적대적 시선을 보내던 디미트리의 할머니 예바였다. 어느 정도의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예바는 니가 여기에 온 목적을 잊지 말라며 로즈에게 말했고, 로즈는 예바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이 힘겹게 떠났던 리사와 블라디미르 아카데미를 떠 올리며 자신이 온 이유에 대해 각성하게 된다.

 

사실 뱀파이어 아카데미라는 시리즈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고 재밌겠다 생각하며 읽었는데 어랍쇼. 뭔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거다. 이렇게 어리둥절한 사람에게 프롤로그라는 개념으로 그간의 사정을 상세하게 나열한 몇 장을 읽고서야 대충 행간을 읽을 수 있었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현실세계로 데려온 블러드 프롬이즈는 뱀파이어라는 신비한 존재를 권력을 가졌지만 나약한 존재인 모로이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댐퍼 그리고 영생을 위해 피를 갈구하는 스트리고이라는 악한 존재로 구분함으로써 구체적인 사회상을 만들어 냈다. 그들 사이에서도 인간과 같은 사랑이 발생했고, 권력을 쟁취하기위해 비굴해야 했으며, 영원불멸을 위해서는 악해져야 한다는 룰을 만들었다. 한계가 없을 거라 믿었던 뱀파이어를 인간으로 강등하여 더 친밀한 존재로 만든 것이다. 그로인하여 더욱 감정을 이입하고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었다. 물론 시리즈가 가지는 결말의 이어짐이 다소 힘을 떨어지긴 했으나, 다음권을 부르는데는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간만에 하루키다.

 

대학때 잠이 오지않는 이른바 불면증 비슷한 것에 걸린 적이 있다. 그 증상은 기척도 없이 다가왔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당시 나는 17일 정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색 하지 않아서 아무도 내 상태에 대해서 알 지 못했다. 어떻게든 병원은 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가 봤자 소용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평소와 같이 생활했다. 남편 출근을 도와주고 아이를 챙겨 학교에 보내고 남편에게 핸섬해서 치과가 잘 되는 거라는 농담을 하며 지내는 평범하기 그지 없던 삶에 다시 불면증이 찾아 들었다. 그때 난 평소와 다름이 잠이 들어었다. 잠을 자고 있던 나는 안 좋은 꿈을 꾸다 그 꿈의 정점에서 잠이 깼다.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쉽사리 돌아가지 않았고,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뭔가에 묶인 것 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들어 어둠으로 물든 암흑을 바라봤다. 한 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둠에 어떤 형상이 나타났다. 눈을 감으려 했지만 그럴 수 가 없었다. 그 형상은 마침내 또렷해 졌고, 침대 맡에 한 노인이 뭔가를 들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나온 건 주전자였다. 그 주전자에서 물이 나오더니 내 발을 적셨다. 그러나 어떠한 느낌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이대로 계속 물을 부었다간 자신의 발이 문들어 질 거 같았다. 그것도 잠시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온 몸이 한 사람이 흘릴 수 없을 것 같은 양의 땀이 났다. 그제서야 여자친구에게서 들은 가위 누렸을 때 증상이 생각났다. 뭔가 긴장을 한 것도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위에 눌린 것이다. 그 후 나는 잠을 잘 수 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난 그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정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다 그 동안 제대로 책을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나자 책장에 꽂혀있는 읽을 거리를 찾아내다 분명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를 발견했다. 내가 그렇게 부산 스러운 데도 남편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다. 워낙 한 번 자면 깨지 않는 사람이기 대문에 신경 쓰지 않고, 책을 들고 거실에 나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첫 문장과 끝 장면만 선명이 남아 있고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흥분과 열정을 받쳐 읽었을 텐데 그 열정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책장을 펼치고 평소 잘 먹지 않는 브랜디를 한 잔 마시며 책에 빠져 들었다. 그 순간 만큼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나로 돌아가 오로지 책에만 집중했다. 어느새 시계는 세시를 가르켰다. 난 엄마다. 남편과 아들을 챙겨야 한다. 이제 잠을 자야한다. 하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순간 허기가 느껴졌다. 평소라면 있지 않을 난폭한 식욕이다.

 

하루키의 소설 어둠의 저편이 생각난다. 그 책에서는 자매의 상반 된 삶을 잠과 현실을 분리해서 설명했었다. 그 책을 보며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 하루키의 독특하고 스피드한 흡입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래 어떤 마무리를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판화에 가까운 입체적 그림과 약간의 수정이 가미 되었다는 것을 후기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원래 책을 찾아 봐야겠다. 다시 숙제를 얻은 기분으로 책장을 덮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박하사탕이 생각난다. 언제나 싸아~하면서도 알싸한 핵심을 찌르는 말 한마디.

 

그대 가슴에 꽃이 피지 않았다면

온 세상에 꽃이 핀단고 해도 아직 진정한 봄은 아닙니다.

 

- 먼 길을 빨리 가는 가장 좋은 방법 中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온다는 사실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도 동네방네 싸질러 다니면서 한사코 닭 목가지를 비트는 넘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밤중. 그러나 반드시 새벽은 옵니다. 그때까지 그대여, 희망 하나 간직한 채 오늘도 존버.

 

- 밥 먹다 돌 하나 씹었다고 中

 

미운 풀이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을 존재케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무리 미운 사람도 아예 죽기를 바랄 정도로 미워히지는 맙시다.

 

- 그대 마음 비뚤어져 있을 때는 中

 

 

서로가 좋아하면 니꺼 내꺼고 니꺼가 니꺼인 것, 자연을 사랑하라. 그러면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니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옛 속담에서 현실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라. 진리의 탐구는 오로지 자신의 반성에서 나오는 법. 늙다리의 헛 소리라 생각 마시고 좀 들어봐 주시오. 내 글을 사랑해주시오. 나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리다. 존버 정신을 실천하자. 그러면 어떻게든 희망이란 놈이 성큼 옆에 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전부다. 그리고 짧은 글귀에 섭섭한 마음을 누그러 뜨리는 예쁘고 소담한 그림들이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그의 글을 읽는 이유는 하나다.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계하면서도 자신도 반성하는 이외수 선생의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쓰는 현대어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에게 한 방 날리는 그의 시원함. 타락하고 찌들어진 마음을 정화하는 스님의 죽비같은 경쾌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