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중요한 순간에 부딪히는 여러가지 문제들, 섹스, 돈, 일, 정신, 세상, 시간에 대한 것.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지만 살아가는 데에는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식을 이야기 하지만 지혜를 이용해야 할 일들이 많은 우리네 삶을 여섯가지 내용으로 나누어 여섯명의 작가가 풀어내었다. 그 첫번째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었다.

책은 우선 유쾌하다. 자극적인 주제이지만 접근 방법은 건전(?)하고 흥미롭다.

'섹시함'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매력으로 이성에게 다가오는지, 연애의 점진적인 발전 단계 속에 그 본질은 무엇인지 파헤치는데 어렵지 않고 단순하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듯 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성에 대한 인식이 어딘가 유쾌하지 못하고, 은밀하고, 그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혼자만이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고민을 담백한 대안을 펼치며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뭔가 심오한 내용을 생각하고 무겁게 시작을 했다면, 읽을수록 미소를 띤채 빠르게 읽어나가게 되었다. 사실 '섹스'에 대한 주제로 여러가지 강연과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리고 어느순간 부터 어렵고 은밀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즐겨야 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으로 바꾸는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었지만,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게,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고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피할 수 없는 단계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흥미로워야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접근하고 생각하고 노력해야하는 부분을 설명하면서, 알랭 드 보통의 성향과 문체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성향과 유쾌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라, 우리의 인생 학교에서 가장 첫번째로 생각해봐야 할 본능적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첫번째 주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일상성의 발명가" 알랭 드 보통은 독특한 생각과 방식으로 또 하나의 자기계발서를 완성했다.

프루스트는 20세기 전반 소설의 질/양에 있어서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본 적이 없어 잠깐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프랑스의 대하소설로 특이한 문체, 잔인할 만큼 정밀한 관찰 안목, 거의 병적이라고도 할 만큼 집요하고 정확한 심리분석으로 현대문학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20세기 최고 최대의 소설로 꼽힌다고 한다.

조금 더 파헤쳐보자면, 찾은 내용은 이렇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차피 '시간'이 갖는 파괴력 앞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것이며, 인생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에 불과하다. 프루스트는 모든것을 서서히 좀먹고 파괴해가는 '시간'의 힘을 뿌리칠 수 있는 무엇인가 절대적인 것을 갈망한다. 작품의 끝부분에서, 화자는 게르망트가의 파티에 참석하여, 일찍이 자기가 그처럼 찬미하였던 사람들의 늙은 모습을 대하자, 인간 존재의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때 연달아 그의 속에 되살아나는 '무의지적 기억(감각속에 남아있던 기억)'의 힘이 지나간 시간을 다시금 찾아내게 하며, 예술작품에 그것을 정착 시킴으로써 자기가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과거는 풍화하여 잊혀져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 침전하여 사소한 감각적 경험을 계기로 되살아남을 지적하고, 예술은 그러한 초시간적 감각을 고정시킴으로써 영원에 접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루스트와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한 이유는, 이것을 이해했을 때 알랭 드 보통의 책 또한 이해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은, 그가 존경하는 프루스트의 책들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교훈을 도출한다. 프루스트도 물론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대단한 작가이지만, 그 동안의 작품들을 보았을때, 알랭 드 보통도 통찰력이 정말 뛰어난 현대 작가라는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그 영향이 프루스트에게서 받았다고 하니, 언젠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30페이지가 넘어가는 소설을 읽을 자신이 아직은 없지만 말이다.

 

책은 총 9가지 소제목들로 나뉜다.  

 

1.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 현자들은 모두 오늘, 지금을 즐기는 방법을 찾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것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우리는 내가 중요시 여기는것, 중요시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것이고, 지금 내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가장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현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2. 나를 위해서 읽는 방법 : 모든 소설을 읽을 때, 나의 삶에서 스쳐지나간 어떤 인물로 오버랩되지 않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 했다. 우리는 영화를 읽을 때 책을 읽을 때, 내가 느끼는 어떠한 바가 크고 그 일을 경험했다면, 더 큰 감동을 얻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공감'이며, 따라서 많은 경험과 많은 만남이 있을 수록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예술과 문학은 많아 질 것이다.

 

3.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 : 아무리 바쁘다 한들 하루에 신문 30분은 반드시 읽고, 반드시 음악과 미술을 보라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는 자리 합리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4. 성공적으로 고통 받는 방법 : 지혜를 얻는 것에는 고통을 겪는 일이 필수적으로 우선시될 수 밖에 없다.

  

5.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한다. 언성을 높이는 것 이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쓰는 것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6.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 : ex)A와는 B식당에 가지않고, B와는 C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때로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7. 눈을 뜨는 방법 : 부엌의 먹다남은 빵 한 조각이 아름다울 수 없다는 생각을 우선 버리는것. 편견을 가지지 않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는 것이다.

 

8. 사랑 안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 : 이건 프루스트의 경험과 성격과 많은 관련이 있는 듯한데, 사랑 안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은 조금 망설이거나, 느리거나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9. 책을 내려놓는 방법 : 대화를 하다가 누군가가 말했다. 자기계발서는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니 좀더 빨리 갈수 있지만, 나의 생각과 사고를 바꾸는 것 같아 싫을 때도 있다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감동적인 책과 예술일지라도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무던히도 힘들다. 그 사람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은 아직 이렇다할 생각의 기둥이 없거나, 아니면 그 책이 정말 명작이거나 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의 생각을 조금 대변해 주는 대목이 있어 반가웠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자기계발은 앞에서 말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한 교훈을 얻는 것보다, 나에 대한 생각의 깊이, 내가 가진 가치관을 명확히 하는것. 

 

주제들에 대해 내가 느낀 바대로 마음대로 결론 지었지만, 재미있는 것은 독자마다 느끼는 교훈이 다를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주변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책의 내용은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에서부터 설명된다.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상황을 살펴보자.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을때, 나와 똑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이 드는 등의 상황에서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예전부터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 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추악하고 잘못된 방식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가난하게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지적이라는 합리화를 생각해보자.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능력주의라는 말이 생겨나고 따라서 돈이 없다는 것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힌다.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면서 불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총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이러한 원인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해소 방법을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최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힐링'이라는 것은, 어려운 상황과 깊이 자리잡은 상처를 애써 꺼내 공유하고 다른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또 다른 이는 이것을 들으며 자신의 상황이 조금 더 낫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럼 이 책의 내용과 같이, 우리는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들을 이용하여 조금이나마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위계를 정해놓은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야만 하는 불안이라면, 우리는 다양하고 풍요로움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합리화를 얻는 것. 이 책이 말해주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불안 해소의 방법이었다.

 

---------------------------------------------------------------본문 중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위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세우려 했다. 이 다섯 집단은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유지하면서, 무엇이 각 항목에 속해야 하는지를 재규정 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각 세대마다 높은 지위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들을 충실하게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패자나 이름없는 사람이라는 잔인한 규정과는 다른 규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정당성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하나 이상의 길, 판사나 약사의 길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