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고 부르면 나도 울음이 터진다.

'엄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참 많이 울었다.

어머니가 구순을 사셨으니 많이 애통할 것도 없고 돌아가신 지 2년 남짓 되었는데도 말이다.

 

 지은이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자라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이 글도 영어로 쓰인 책이다.

그런데 번역을 하는 사람의 능력 덕분이겠지.

쉽게 쓰인 수필이기도 하지만 천연덕스런 문체가 사람을 사로잡는다.

 

 지은이의 어머니는 계산해 보니 내 나이 또래이다.

그런데 암으로 53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25살 딸은 그 동안 엄마 말을 안 듣고 엄마와 갈등을 빚은 일 등 후회할 일 천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지은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상담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일이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을 하나씩 찾아 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방식이다.

H마트는 바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고.

지은이는 H마트를 갈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운다.

무엇을 샀었는지, 얼마만큼 샀었는지 등등 그녀를 울게 만드는 일들이 참 많다.

 

 음식을 통해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

나도 가끔 시장을 볼 때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식재료를 사며 혼자 중얼거린다.

엄마가 더덕무침을 좋아하셨는데...

가을에 꽃게철이 되면 꽃게를 쪄서 살을 발라드렸지.

전복구이도 좋아하셨고.

 

 이런 과정이 亡者를 애도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지은이가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멋지게 살기를 바란다.

물론 이 책이 나올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가도에 들어선 시점이기는 하지만.

인생 선배로서 지은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사실 이 책은 남미 트레킹을 앞두고 정보를 얻기 위해 산 책이다.

내년 1월 출발 예정이니 날짜가 아직 한참 남았지만 무려 한 달간의 여행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그리고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차분하게 활자로 인쇄된 책을 보면서 설렘을 만끽하고 싶기도 했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그 지역에 관한 책을 한 권 사서 보고 떠나기도 했었는데...

 

 한반도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

참으로 방대한 대륙이다.

날씨도, 문화도, 자연도 많은 것이 우리와 다르다.

그리고 그곳에 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가는 것부터가 사실 고행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여행이 기대가 되면서도 동시에 걱정도 많이 된다.

일단 여행지 대부분이 해발고도가 높아 적응이 쉽지 않다.

여러 번 고도가 높은 곳으로 트레킹을 떠나기도 했고, 머물러도 보았지만 체질적으로 고산증세가 심하다 보니 미리 염려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일단 부딪쳐 보아야겠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여행이 자유로워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잉카문명부터 파타고니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차근차근 읽으며 남미에 빠져본다.

 

 

 

 터키, 아니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읽었다.

오르한 파묵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오래 전 읽은 '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작품의 느낌이 꽤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기대가 컸다.

역시나 작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르한 파묵 특유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여전하고.

 

 제목은 '페스트의 밤'.

제목에 붙은 '밤'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호기심이 생기고,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와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퍼졌을 때 민게르섬 사람들이 갈팡질팡 하고 원인을 몰라 당황하는 것 등 비슷한 점도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페스트를 매개로 벌어지는 정치적 상황도 중요하다.

거기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로 작은 섬의 사람들이 나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정치적인 이유로 민게르섬에 보내지는 의사와 부인 파키제 술탄.

거기에서 페스트뿐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로 사람들과 갈등을 겪으며 사태를 해결해 나가지만 결국 그들에게 남은 것은 민게르섬 독립이라는 말뿐인 권력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파키제 술탄이 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민게르섬의 내용이 알려지게 된 것으로 기술된다.

그 편지가 오랜 세월이 지나 증손녀의 손을 통해 책으로 출간된 것처럼 표현이 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정치 현실 사이에 내가 처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작가의 솜씨 덕분이겠지.

 

 어찌 되었든 코로나 19가 극성인 시기에 저절로 인류사에 깊이 상처를 남긴 전염병에 관한 책을 자주 찾아 읽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고  그런 전염병 사태를 정치에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생각해 볼 일이다.